내용
○ 구성과 절차
『교훈초(敎訓抄)』(1233)에 의하면 기악의 구성은 사자(師子, 시시), 사자아(師子兒, 시시코), 치도(治道, 지도), 오공(吳公, 고코), 오녀(吳女, 고조), 금강(金剛, 곤코), 가루라(迦樓羅, 가루라), 곤륜(崑崙, 곤론), 역사(力士, 리키시), 바라문(波羅門, 바라몬), 태고(太孤, 다이코), 태고아(太孤兒, 다이코지), 취호왕(醉胡王, 스이코오), 취호종(醉胡從, 스이코주)으로 구성되며, 가면을 쓰고 행렬하면서 무언(無言)으로 익살스럽게 연기하는 무용극이었다.
○ 반주 음악
기악의 반주에는 초기에는 횡적(橫笛, 요코부에), 요고(腰鼓, 요코), 정반(鉦盤, 쇼반)이 사용되었으며, 『동대사요록』의 752년 대불개안공양회 기록에는 요고 연주자가 60명에 달했다. 그러나 9세기경에는 연주자가 1/7 수준으로 줄어들고, 이후 일본 아악(雅樂)의 영향으로 악기는 용적(龍笛, 류테키), 삼고(三鼓, 산노쓰즈미), 동발자(銅鈸子, 도밧시)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악기 편성의 변화는 기악이 아악의 체계 아래 편입되었음을 보여준다.
○ 악보와 악곡
기악의 악곡은 후에보(笛譜) 『신찬악보(新撰樂譜)』(966), 『회중보(懷中譜)』(1095), 『기악보(妓樂譜)』(1294)와 비와보(琵琶譜) 『천감악(天感樂)』(1170), 고토보(箏譜) 『인지요록(仁智要錄)』(1192 이전)에 전한다. 『신찬악보』에는 목차만, 『회중보』에는 〈사자〉 1곡만 수록되어 있으며, 나머지 악보에는 9곡이 공통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 『천감악』: 〈사자〉, 〈오공〉, 〈금강〉, 〈가루라〉, 〈곤륜〉, 〈역사〉, 〈바라문〉, 〈대고〉, 〈취호〉
• 『인지요록』: 〈사자〉, 〈오공〉, 〈금강〉, 〈역사〉, 〈가루라〉, 〈곤륜〉, 〈바라문〉, 〈대고〉, 〈취호〉
• 『기악보』: 〈사자〉, 〈오공〉, 〈금강〉, 〈가루라〉, 〈바라문〉, 〈곤륜〉, 〈역사〉, 〈대고〉, 〈취호〉 선율 악기로는 후에만이 사용되었으며, 『천감악』과 『인지요록』은 현악기 악보지만 이는 후에의 선율을 현악기로 기록한 것으로, 실제 기악에 비와나 고토가 사용된 것은 아니다. 기악의 악조는 일월조(壹越調), 평조(平調), 반섭조(般涉調)의 세 종류이며, 종지음은 각 악조의 궁(d, e, b)과 일치한다.
○ 역사적 변천
기악은 일본 전래 유입기를 거쳐 일본 조정의 음악을 관장하는 아악료(雅樂寮)에서 전승되며, 궁중 음악 및 외래 음악과 함께 중요한 행사에서 연행되었고 8세기 중반에 최성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10세기경 궁중 음악을 정리하는 악제 개혁에 따라 기악도 그 영향 아래 놓이게 되었고, 궁중에서 연주되던 외래 음악은 중국계 좌방악과 한국계 우방악으로 나뉘게 되면서 기악은 이 분류에서 제외되어 점차 궁중과 멀어져 쇠퇴하였다.
외래 악기의 정리에 따라 기악에서 사용하던 요고와 한반도계 횡적은 각각 삼고와 용적으로 바뀌었고, 중국식 음계가 일본식 음계로 정리되면서 한국적 음악의 특색을 지닌 기악은 일본적 취향의 음악으로 변질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궁중 음악이 관현으로 연주되는 형태로 정비되면서, 기악도 무용을 수반하지 않은 관현 연주로 전환되었고, 이에 따라 원래 행렬의 선두에서 길을 이끌던 〈치도〉가 생략되고, 대신 일본 아악의 서곡인 〈음취(音取, 네토리)〉가 기악 악곡 앞에 배치되었다.
13세기 이후의 악서와 악보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확인되며, 10세기 초까지 최대 14곡이었던 기악의 연주 곡목은 이후 9곡으로 축소되었다. 10세기 중반 이후 사료에서 보이지 않는 곡은 〈치도〉, 〈오녀〉, 〈사자아〉, 〈태고아〉, 〈취호종〉 등으로, 이는 주된 악곡 뒤에 따르는 자식(兒)이나 종(從)의 역할을 가진 곡들이다. 14세기에 이르러 기악에서는 동발자가 사용되지 않게 되었고, 17세기 말에는 타악기도 쓰이지 않고 관악기 중심으로만 연주되는 형태로 변화하여, 초기의 융성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모하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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