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쇠의 직분과 역량
농악패(치배)는 꽹과리ㆍ징ㆍ장구ㆍ북 등의 타악기를 연주하는 앞치배와, 양반ㆍ할미ㆍ각시ㆍ중ㆍ무동 등의 가장 인물로 참여하는 뒷치배(잡색)가 주요 구성원이며, 이 외에도 기수, 나발수, 쇄납수 등이 포함된다. 이 중 행렬의 가장 앞에 서거나 자유롭게 오가며 전체 연행을 연출하는 쇠잽이를 ‘상쇠’라 한다.
‘상쇠’는 높다는 의미의 ‘상(上)’과 꽹과리를 뜻하는 ‘쇠’가 합쳐진 말로, 상쇠–부쇠–끝쇠의 위치 순서 중 가장 앞에 서서 중책을 맡는다. 실제 나이와 관계없이 ‘상쇠 어른’, ‘상쇠 영감’이라 높여 부르던 관행이나, 남사당패에서 ‘상공운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했던 사례는 상쇠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 연행과 역할
상쇠는 꽹과리 연주를 통해 전체 농악의 흐름을 조율하며, 개인의 예술 역량을 표출하는 중심 인물이다. 판굿에서는 ‘상쇠놀음’을 통해 연주와 춤의 기량을 선보이고, 잡색놀음에서는 규율을 다스리는 역할을 맡아 극에 참여한다. 상모(부포 또는 전립)를 무구로 활용한 상모놀음은 연행의 절정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로, 다양한 춤사위를 통해 시각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 복식의 특징
상쇠의 복식은 상징성과 기능성을 함께 지닌다. 일반적으로 흰색 도포 또는 풍물복을 기본으로 하며, 머리에는 상모를 착용한다. 상모는 지역과 농악의 성격에 따라 부들상모(호남 좌도)와 뻣상모(호남 우도)로 구분된다. 상쇠는 상모놀음을 통해 기량을 드러내며, 장식띠나 색동 어깨띠 등으로 시각적 강조를 더한다. 복식은 상쇠의 역할과 지역 정체성을 상징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 지역별 변이
상쇠의 역할은 지역 농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호남 좌도에서는 절제된 장단과 의례적 연행을 중심으로 제의 집행자 역할을 겸하며, 우도에서는 박진감 있는 장단과 역동적인 상모놀음을 통해 연행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경기·충청 지역에서는 잡색놀음의 규율자 또는 길놀이의 대표로서 기능하며, 강원도에서는 오락적 요소가 강조된다. 남사당 계열에서는 상쇠를 ‘상공운님’이라 부르며, 연출자이자 예술적 권위자로 존중하였다.
양옥경(梁玉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