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우스운 이야기
언어의 묘미를 살려서 재치 있게 이야기하여 재미를 돋우어내는 이야기.
언어의 형식과 내용 면에서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나 장치가 갖추어진 이야기를 재담이라 한다. 전통 공연물인 탈놀음이나 인형극, 줄타기, 땅재주, 굿놀이, 판소리, 잡가 등에 곁들여진 재미난 이야기나 익살스런 대화, 흥미로운 볼거리도 재담에 포함된다. 재담은 당대의 언어 현실과 사회상을 반영하며 기존의 질서나 권위를 뒤집어 대중의 흥미를 자아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전통 공연물에 수용된 재담은 보존의 목적에서 박제화된 상태로 남아 있는 한계가 있다.
재담이 언어 사용의 유희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때 그 시원은 매우 오래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헌으로 전하는 패설(稗說), 소화(笑話) 등이 재담과 관련이 있으며 구비전승되어 온 설화와 민요에 재담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그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왔음이 드러난다. 고려시대의 연등회와 팔관회, 나례 등에서 연행되었던 백희가무에서도 재담이 행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개요
재담의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여 재치와 해학의 수법이나 표현이 담긴 사설을 가리키기도 하고 웃기는 이야기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 개념 적용의 범주
재담은 일상적 언어생활에서 구전되어 오기도 하지만 , 전문예능인의 줄타기, 탈춤, 땅재주, 무당굿놀이, 판소리, 잡가 등에도 두루 수용되어 발달해 왔다. 이처럼 재담은 전문 예인들의 춤과 노래, 음악에 곁들여 연행되기도 하지만 , 일반인이 전승하는 설화와 민요 등 구비문학에도 두루 수용되어 있다.
○ 재담의 유형
재담에 쓰이는 말의 기교는 다양하며, 언어적 기교와 서사적 수법으로 나뉜다. 언어적 기교
는 동음어의 중복 (예: 히끗히곳, 고분고분), 유사음어의 중복 (예: 바위 틈틈이 모래 짬짬이)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의 사용 ("난 지금 막 나왔다." "지금 막 나온 놈이 저렁 늙었어?") , 이어동의(異語同義)의 말 사용 , 반어적 표현이나 곁말의 사용, 욕(辱)이나 비속어(卑俗語)를 사용하여 친밀감을 드러내는 방식이고, 서사적 수법은 과장, 자명한 것을 모르는 척 응대하기, 하찮고 사소한 주제를 진지하고 장황스럽게 다루는 요설의 방식 등이다.
○ 유형별 구성과 특징
재담은 언어행위의 일부로서 전문 예인들의 춤과 노래, 음악에 곁들여 연행되기도 하지만, 일반인이 전승하는 설화와 민요 등 구비문학에도 두루 수용되어 있다. 설화에서는 말을 일방적으로 줄줄이 나열하여 말재주를 자랑하는 일이 있다.
설화 : 옛날 옛적 간날 갔적 나무접시 소시적어 특수바리 영감적어 고동이 논맬적이 미꾸랭이 도구칠적 옷 나ᇚ에 옷 열고 밥 나ᇚ에 밥 열고 그런 세월에 있었단다.
설화는 이처럼 문자를 활용하는 것 외에도 성(性)을 소재로 한 재담이 흔하며, 한자 조어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재담도 있어 서사적 상황에 따른 언어의 묘미를 드러낸다.
민요 :설화보다 더 골계적이며 압축적인 해학미는 민요에 나타난다. 각 지방에 전승되는 장타령에서는 말놀음을 통한 재담을 엿볼 수 있다.
해가리 없는 잡놈이 새달잡이나 쌍상투 거들거들이 짜구서
편자 없는 망건에 당줄 없이나 눌러 씨구
목발 없는 지게에다 밀띠나 없이 달어지구
한모랭이 돌아드니 뿌레기없는 감낭게 감이나 짠뜩 열었구나
그 감 한짐 따지구 인간없는 장에가 돈베락을 맞었구나
그리루 슬슬 내려가 한짐 잔뜩에 등천장은 등이 아파서 못보고
울긋불긋에 대천장 과일이 적어 못봤네
그리루 슬슬 내려가 팽팽 돌아 도래장 돈이 적어서 못보고
그리루 슬슬 내려와 코풀었구나 흥천장은 미끼러워서 못보고
그리루 슬슬 내려와 초상났다 곡수장은 지목이 없어서 못보고
그리루 슬슬 내려가 한근두근에 양근장 저울이 없어 못봤네
들어왔소 예년에 왔던 각설이 죽두 않구 또왔네
오래는데는 없어두 갈데는 많으니 한푼 줍쇼
판소리 : 판소리는 재담소리에서 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재담이 용해되어 있다. 판소리의 재담은 대체로 아니리로 처리되는데, 이는 재담의 묘미를 똑똑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창으로 부르기보다 말로 하는 편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흥보가에서 흥보가 매삯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매를 맞으러 가려 하자 아들들이 흥보에게 부탁을 한다.
“아버지, 병영 가실라요?”, “오냐.”, “아버지, 병영 가시거던 거 나 당분압 허리끈 하나 사다 주시오.”, “아, 이놈아, 당분압 허리끈을 뭣할라고?”, “그놈을 배에다가 소 북두 매듯 딱 매고 훌훌 뛰어 보지요.” 또 한놈이 나앉더니마는, “아버지, 병영 갔다 오실 적에 날 거 풍안 하나 사다 주시오.”, “풍안은 뭣헐래?”, “그 놈을 딱 눈에다 들메고, 뒷동산에를 올라가서 갈퀴질을 하야보면, 동풍이 부나, 서풍이 부나, 눈에 티 한점 들겠소?”, “어따 그놈 눈 감장은 단단히 하는 놈이구나.” 한놈이 나앉더니마는, “아버지, 병영 갔다 오실 적에 그러면 날 거 조대 하나 사다 주시오. 담배 좀 나도 필라요.”, “에이, 후레아들놈들 같으니라고.” 흥보 큰아들놈이 썩 나앉더니, “아버지, 거 병영 가실랴오?”, “오냐.”, “아버지, 병영 갔다 오실 적에, 나 각시 좋은 놈 예쁜 놈 하나 사다 주시오.”, “에이 이놈들, 쓸 놈은 한 놈도 없구나!”
굿 : 마을굿의 굿놀이 부분에는 특히 재담이 많이 구연된다. 이는 신과 인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신을 즐겁게 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 때 재담은 주로 극의 형태로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다. 황해도 철무리굿의 <도산말명 방아찜굿>에 등장하는 재담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만신: 나 이 댁에 방아 찌러 오랬다면서.
장고: 아니 어디서 자고 시방 오는 모양이지.
만신: 나 지금 밤중인 줄 알고 자고 있는데 눈치없는 시아바이가 삼태기를 가지고 깍지광으로 오겠지. 눈을 떠보니 해가 머리 깎고 중낮이야.
장고: 아니 깍지광에서 잤구먼.
만신: 깍지광에서 잤시까?
장고: 누구하고 잤지?
만신: 누구는 누구야 이도령하고 잤지.
장고: 이불은 뭘 덮고?
만신: 이석 이불 조석 포대기.
장고: 베개는 무얼 비고 잤시까?
만신: 이도령 팔 비고 잤지.
기타 : 이밖에도 줄타기나 땅재주의 경우 줄을 타거나 재주를 넘는 사이 광대와 매호씨(어릿광대)가 주고받는 재담이 놀이를 이끄는 주요 매개가 된다.
○ 역사적 변천
조선시대의 재담 전통은 제야의 궁중 행사인 나례(儺禮)기록에서 보인다. 『문종실록』에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창우희를 소학지희(笑謔之戲)라 하여 춤이나 사자춤, 땅재주 등 격식 있는 공연인 규식지희(規式之戲)와 구별하여 기록되어 있다. 소학지희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재담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출전: 『문종실록』 권2 문종 즉위년(1450) 6월 10일.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 ).
재담은 조선 후기를 거치며 설화와 민요 등 일반 민중들의 구비문학에 두루 수용되었고, 이 양상은 탈춤, 사자춤, 땅재주, 줄타기, 판소리, 잡가에 이르는 전통 공연 예술의 광범위한 영역에 남아있다. 20세기 전반기의 유성기 음반에는 박춘재의 소리 등이 취입되어 전한다. 그러나 1930년대 일본 만자이(漫才)의 영향을 받은 근대적 만담(漫談)이 등장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전통 재담은 겨우 명맥을 이어오기는 했으나 시대적 변모나 언어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무른 상태로 남게 되었다. 이에 비해 만담으로 전개된 재담의 또 다른 흐름은 이후 서구 감각의 코미디(Comedy), 개그(Gag)로 변모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재담은 문자 언어보다는 소리를 통해 청각적으로 전달되는 구술문화의 속성이 강하다. 재담에는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며 언어의 묘미를 맛볼 수 있고, 언어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깃들어 있다. 또한, 재담은 당대 사회를 풍자하고 인간의 내면세계를 비추는 속성에서, 인간이 본질적으로 느끼는 자유와의 갈등을 슬기롭게 조화시킨다. 삶의 지혜를 얻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며 즐거운 시간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점에 재담이 갖는 본질의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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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金仁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