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제향과 연향에서 구부려 아래를 보고 위를 우러르는 춤의 동작이나 방식.
부앙(俯仰)은 구부려 아래를 보고, 위를 우러르는 동작을 말한다. 중국 고대의 춤에서 이미 행해졌으니, 『예기(禮記)』 「악기(樂記)」에 “고로 종(鍾) 고(鼓) 관(管) 경(磬)과 우(羽) 약(籥) 간(干) 척(戚)은 악무의 도구이고[故鍾鼓管磬羽籥干戚, 樂之器也], 몸을 굽히고 피는 동작, 아래를 봤다가 위를 우러르는 동작, 대열과 동선을 만드는 동작, 빠르거나 느린 동작은 악무의 문양이다.[屈伸俯仰, 綴兆舒疾, 樂之文也.]”라고 하였다. 굴신(屈伸), 부앙(俯仰), 철조(綴兆), 서질(舒疾)은 춤의 방식들인 것이다. 유교 예악론(禮樂論)에 따라 춤이 권장되었으니, “악이라는 것은 마음을 밝게 살펴서 화(和)를 정하고, 악기를 배합해서 절주를 모아 문리를 이루는 것이니, 부자 군신을 화합하게 하고 만백성을 부친하게 하는 것이다. … 간과 척을 손에 잡고 부앙(俯仰) 굴신(屈伸)을 익히면 용모가 장엄해짐을 얻는다.[故樂者, 審一以定和, 比物以飾節, 節奏合以成文, 所以合和父子君臣, 附親萬民也… 執其干戚, 習其俯仰詘伸, 容貌得莊焉.]”라고 했다. 간과 척을 손에 잡는다는 건 무무(武舞)를 춘다는 의미이며, 부앙과 굴신의 춤 동작을 익혀 용모를 가지런히 갖추라고 했다.
고려시대 문인이었던 이규보(李奎報, 1168~1241)도 부앙으로 춤을 기록했다. <혁 상인(赫上人)의 능파정기(凌波亭記)>에서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그림으로 장식한 배가 물 위에 떠 있는 것과 같다. 그 정자 위에서 유연(遊宴)을 하게 되면, 좌빈(坐賓)들의 부앙굴신(俯仰屈伸)과 일빈일소(一嚬一笑)하는 모습이, 배반(杯盤)ㆍ궤석(几席)ㆍ준호(樽壺)ㆍ기국(棋局)의 그림자와 함께 수면에 비치니[若輕舟畫舫浮在滄浪然也。有遊讌其上, 則凡坐賓之俯仰屈伸一嚬一笑之態, 與夫柸盤几席樽壺棋局之影, 瀉在波面]”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배반은 술잔과 소반이고, 궤석은 안석과 돗자리이며, 준호는 술잔과 술병이며, 기국은 바둑판을 말한다. 즉 능파정에서 풍류가 벌어진 상황을 말하며, 이때 빈객들이 부앙과 굴신을 했다는 것은 그들이 춤을 추었다는 것이다.
이어서 조선시대에도 부앙으로 춤이 추어졌다. 조선 전기 문신인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은 <소래하중추정문기(蘇萊河中樞旌門記)>에서 “묘 옆에 영전을 세우고 매월 삭망에 제사를 지내다. … 도식으로 정해서 제사음식과 도구를 친히 갖추고 당하에서 몸소 절을 드리고 굴신부앙을 했다.[設影堂於墳側, 每朔望節日忌祭, … 定爲圖式, 親具祭饌, 躬拜堂下, 屈伸俯仰]”라고 했다. 이 제사에서 굴신하고 부앙하며 춤을 바쳤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정조(正祖)의 지시로 영성제(靈星祭)를 정비하며 「성단향의(星壇享儀)」(1797)가 만들어졌는데, 전폐, 초헌, 아헌, 종헌에서 각 절차마다 여섯 번 도는 춤사위를 설명했다. 그 과정은 “왼쪽으로 돈다[左轉] - 표 주위를 둥그렇게 돈다[環旋表周] - 오른쪽으로 돈다[右轉] - 표 주위를 둥그렇게 돈다 - 우러르며 돈다[仰轉] - 표 주위를 둥그렇게 돈다 - 숙이며 돈다[俯轉] - 표 주위를 둥그렇게 돈다 - 빠른걸음으로 돈다[趨轉] - 가운데로 빠르게 뛰어나간다[趨進中央] - 제자리에서 돈다[定轉] - 천자(天字) 모양으로 정위치에 선다.[定立天字]”이다. 여기서 우러르며 돈다는 앙전(仰轉)과 숙이며 돈다는 부전(俯轉)에 부와 앙의 동작이 있다.
또한 정조는 <시수권교정제학사(示手圈校正諸學士)>에서 “내가 어려서부터 주자의 글을 외고 익혀서 이제는 머리가 허옇게 되었는데…다만 그 편질(篇帙)이 극도로 많아서 천상(天上)의 음악을 동정호(洞庭湖)에서 펼치는 것과 같아, 부앙철조의 모습을 궁구하는 것과 변함이 없다.[予自少誦習朱子。于今白紛 … 但其篇帙極浩瀚, 有如廣樂張於洞庭, 未易究其俯仰綴兆之容也]”라고 했다. 부앙은 구부려 아래를 보고 위를 우러르는 춤 동작이고, 철조는 대열을 만들거나 열을 지어 다른 대형을 만드는 춤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 문구에서는 구체적으로 부앙과 철조의 춤 동작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많은 무원들이 열을 지어 넓게 늘어서서 부앙을 하는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부앙은 전통춤의 방식 내지 기법 중 하나로, 몸을 구부려 아래를 보고, 위를 우러르는 동작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춤추는 모습 내지 춤추는 광경을 비유할 때 굴신부앙 또는 부앙철조로 표현되었다. 특히 일무의 여러 동작에서 부앙 동작을 볼수 있다. 부앙은 우리 춤에서 중요한 방식이고 기법이며, 이를 설명한 개념으로 의미가 있다.
『예기』「악기」 『홍재전서』권 56, 권 62. 강희맹, 『사숙재집(私淑齋集)』 권8 이규보, 『동국이상국전집』 24권 조남권 김종수 공역, 『악기』, 민속원, 1994. 송지원, 「조선시대 별에 대한 제사, 靈星祭와 老人星祭 연구」, 『규장각』 30집, 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 2007.
김영희(金伶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