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담극
주로 두 사람의 배우에 의해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내용과 표현을 소리와 아니리, 몸짓, 춤, 곡예 등 총체적인 요소로 진행하는 전통극 양식의 공연물.
재담소리는 전문 예능인인 광대들이 놀이판에서 말과 행동의 익살을 곁들여 펼친 희극적 공연물이다. 전통시대의 배우들은 골계적인 연기에 노래와 춤을 겸비한 재능을 가지고 궁정의 어릿광대나 장터의 재담꾼으로 활동해 왔다. 재담소리는 판소리, 줄타기, 땅재주, 가면극, 굿놀이 등 전통 공연예술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으며 그 흐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9세기까지 서울 시정에서 인기를 얻은 재담소리 또는 재담극은 20세기 초 극장문화의 형성과 함께 상설극장의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오늘날 재담소리는 구한말의 명창이자 재담의 명수였던 박춘재(朴春載, 1881~1948)가 남긴 <장대장타령>, <개넋두리>, <장님아희희담>등 서울소리의 일부로 전승되는 공연 종목을 지칭한다.
재담소리는 고대 신앙인 무의식 속에서 공동체의 참여와 흥미를 유도하는 놀이적 요소를 바탕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의 <산신놀이>, <영감놀이>, 서울굿의 <맹인놀이>, 동해안의 <거리굿>, 황해도와 경기도·동해안 등지의 <중놀이>, 황해도의 <사냥굿>, <영산할먐 할아뱜 거리> 등에는 재담소리의 근원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능과 특징이 담겨 있다. 서도의 <배뱅이굿>과 <장대장네굿>, 서울의 <장대장타령> 등은 이러한 굿놀이의 전통을 계승한 작품으로 이해되며, 남도 판소리 역시 초기에는 재담소리의 성격이 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개요
토착 신앙이었던 굿과 경(經)은 재담소리의 저변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문화적 배경으로 재담소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굿판의 익살과 해학, 맹인 독경에 대한 풍자와 조롱 등은 재담에서 자주 활용된 주요 소재다. 재담소리는 현장성과 즉흥성을 생명으로 하기에, 연행자의 능력과 공연 의도에 따라 다양한 내용과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
○ 범주
재담소리는 넓은 의미로 전문 예능인들이 담당해 온 공연예술의 한 형태로. 노래나 악기 연주와 같은 음악적 기량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재치와 기지, 청중을 사로잡는 능숙한 말솜씨까지 요구되는 분야를 뜻한다. 줄타기, 땅재주, 가면극, 판소리, 잡가, 굿놀이 등 재담이 많이 활용되는 공연예술과 일정한 관련을 맺으며 발달해 왔으며, 그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기 어려운 특징도 있다. 좁은 의미로는 20세기 초 박춘재가 보유했던 몇몇 종목의 소리에 한정해 재담소리라 부르기도 한다. 이 종목들은 구한말의 명창이자 재담의 명수였던 박춘재(朴春載, 1881~1948)가 남긴 <장대장타령>, <개넋두리>, <장님아희희담> 등 서울소리의 일부로 전승되는 공연 종목을 지칭한다.
○ 유형 별 음악적 특징
서울 재담소리는 기존의 무가나 민요, 잡가 등을 활용하여 구성된다. 박춘재는 산타령과 무가, 서도소리, 재담, 발탈 등 경기소리와 연희 전반을 섭렵하였으며 특히 노래가락과 제석거리, 무당덕담 등 무가에 능하였다. 박춘재가 남긴 녹음을 통해 <장대장타령>, <개넋두리>, <장님흉내>, <병신재담>, <각색 장사치 흉내> 등 재담소리의 음악을 살펴볼 수 있다.
<장대장타령>은 장대장의 출생과 성장, 혼인, 출세, 작첩(作妾)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다. 장대장이 만포첨사로 부임하는 대목에서는 자진모리장단에 판소리 춘향가의 신연맞이 대목을 잠시 차용해 부른다. 경기도 장단(長湍)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은 노래가락의 선율에 얹어 소리하며, 장대장이 굿판에서 장고를 치며 무당과 수작을 나누는 대목은 만수받이로 노래한다. 맹인 판수가 무당에게 굿한 사실을 장대장에게 알리겠다고 위협하는 대목은 창부타령조로 부른다.
<개넋두리>는 진오귀굿을 하는 무당에게 죽은 개의 넋이 실려 후손들에게 넋두리를 하는 익살스러운 내용이다. 무당이 진오귀굿을 하는 대목은 노래가락, 개 넋이 올라 개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은 자유리듬에 공수조로 소리한다. 개 넋이 놀고 가는 장면은 넋노래가락을 부르며, 후손 개들에게 서운함을 전하는 대목은 다시 공수조로 소리한다.
<장님 흉내>는 각 지역 맹인의 외치는 소리를 흉내 내며 시작된다. 아이들이 맹인을 보고 놀리며 희담을 주고받는다. 맹인이 경을 읽는 소리는 앉은경(坐經)으로 진언을 외우며 표현하고, 마지막은 사방찬을 읽으며 선경(立讀)을 묘사한다. 이러한 재담소리는 모두 광대와 고수가 대사를 주고받으며 진행된다. 고수는 재담을 주고 받고 때로는 이를 해설하기도 하여, 판소리에 비해 훨씬 더 큰 역할을 담당한다.
○ 역사적 변천
20세기 전반에 잡가, 만곡, 만요, 속요, 재담 등의 이름으로 취입된 해학적인 녹음들을 통해 재담소리의 다양한 형태와 공연 맥락을 유추할 수 있다. 재담의 전통은 굿놀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20세기 새롭게 등장한 극장 무대에서 박춘재의 활약으로 크게 꽃피웠다.
재담소리는 노래와 춤, 재담, 곡예 등 총체적 공연 방식을 따르는 전통 연극을 계승한 갈래로서 의미가 있다. 조선 후기 광대들의 주요 공연물이었던 재담극은 판소리의 성립에도 일정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연희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공연물이라는 점에서, 서울의 재담소리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간주된다.
서대석, 『한국구비문학에 수용된 재담 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김인숙, 「재담소리의 유형과 특징에 대한 음악적 고찰」, 『동양음악』 41, 2017. 이보형, 「박춘재 재담소리의 음악적 가치」, 『서울지역 재담소리의 올바른 전승과 보존을 위한 대 토론회』, 서울재담소리보존회, 2006. 사진실, 「배우의 전통과 재담의 전승」, 『한국음반학』 10, 2000. 손태도, 「전통 사회 재담소리의 존재와 그 공연예술사적 의의」, 『판소리연구』 25, 2008. 손태도, 「굿놀이와 재담소리」, 『한국무속학』 21, 2010. 한국고음반연구회 명인명창선집(9) 『경기명창 박춘재』(JCDS-0542), 1996.
김인숙(金仁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