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되려다가 망신만 당한 한 어리석은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창과 사설이 남아있지 않은 판소리 작품
《가짜신선타령》은 19세기 전반에 형성되었으나 19세기 후반, 비교적 이른 시기에 창은 물론 사설까지 잃고 전승이 단절된 작품이다. 송만재의 「관우희」, 안서우의 「금강탄유록」 등 관련 기록을 통해 대강의 내용을 짐작해 볼 수 있기는 하나, 음악적 특징을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사설까지 유실되었기에 복원 판소리나 창극으로도 전승되지 못하였다.
전승 과정에서 창을 잃은 7편의 판소리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사설조차 전하지 않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짜신선타령》의 명확한 유래를 알기는 어려우나, 1687년 안서우(安瑞羽, 1664~1735)가 지은 한문소설 「금강탄유록(金剛誕游錄)」이 내용 구성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수의 신선전(神仙傳)을 통해 알 수 있듯, 신선에 관한 이야기는 조선시대 문인들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안서우도 그 중 하나로, 〈임백호와 현감〉, 〈정승 속여 평양감사 된 사람〉과 같은 기이한 설화를 바탕으로 「금강탄유록」을 창작했고, 이것이 판소리 《가짜신선타령》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물론 안서우가 판소리 《가짜신선타령》을 듣고 「금강탄유록」을 지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창작 시기나 관련 기록으로 볼 때 「금강탄유록」이 《가짜신선타령》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다만, 「금강탄유록」의 창작 시기가 판소리 《가짜신선타령》 관련 기록인 「관우희(觀優戱)」의 창작 시기 사이에 약 150년가량 시간 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역사적 변천 판소리 《가짜신선타령》의 존재가 확인되는 거의 유일한 기록은 송만재(宋晩載, 1788~1851)의 「관우희(觀優戱)」 제18수, “광풍이란 어리석은 놈이 신선이 되고자(光風癡骨願成仙), 금강산에 들어가 노승에게 물었네(路入金剛問老禪). 천 년 된 바다 복숭아와 천일주를 먹었다고(千歲海挑千日酒). 무엇에 속았던가, 가짜 신선에게 속았지(見欺何物假喬佺).”라는 시이다. 이를 통해, 신선 되기를 갈망하였던 광풍이라는 어리석은 인물이 금강산에 들어가 노승에게 그 방법을 묻자, 어떤 무리가 광풍에게 천 년에 한 번 열리는 바다 복숭아와 한 번 마시면 천일을 자게 한다는 술이라고 속이고는 거짓 음식을 먹였다는 이야기가 중심 줄거리를 이룸을 확인할 수 있다. 《가짜신선타령》의 경우 19세기 후반 일찍이 창을 잃은 작품으로, 「관우희」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창작된 이유원(李裕元, 1814~1888)의 「관극팔령(觀劇八令)」에 누락된 것은 물론,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의 『조선창극사』에 목록화된 판소리 열두 마당에도 빠져 있다. 정노식은 《가짜신선타령》 대신 《숙영낭자타령》을 열두 마당의 한 작품으로 포함시켰다. 이 작품을 특히 잘 불렀던 명창에 관한 기록도 당연히 없으며, 창본은 물론 소설본조차 남아있지 않기에 복원판소리나 창극으로 만들어지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박동진(朴東鎭, 1916~2003)이 1970년대에 여러 실창판소리에 대한 복원을 시도했으나, 이 작품은 당시 대상이 되지 못했다. ○ 구성 및 세부 내용 《가짜신선타령》의 경우, 판소리 창본이나 소설본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그와의 영향 관계가 짐작되는 「금강탄유록」 및 「관우희」 제18수를 바탕으로 구성 및 내용을 미루어 짐작해 보는 정도만 가능하다. 서울의 김생(金生)이라는 자가 신선 될 뜻을 품고 돌아다녔는데, 이 소문을 들은 금강산의 한 노승이 그의 헛된 생각을 고쳐주기 위해 찾아와 금강산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마침 김생의 친구 신생(申生)이 금강산이 있는 회양의 수령이 되고, 김생은 그에게 자신의 금강산 유람을 도와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노승과 신생이 김생을 골려줄 계획을 공모하는 계기가 된다. 김생이 찾아오자, 신생은 그에게 이미 노승은 신선이 되었다고 하고, 그를 가짜 신선들에게 안내한다. 이들은 김생에게 이상한 음식을 먹이고 속였으며, 이곳에서는 4일이 지났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400년이 흘렀다는 거짓말로 그가 바깥에 나가 망신을 당하게 한다. 붉은 물감으로 김생의 외모를 바꿔놓은 탓에 가족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제야 자신이 속은 것을 안 김생은 홧병으로 죽게 되었다. 신선이 될 수 있다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광풍을 교정의 대상으로 보되, 골계의 구조 안에서 이를 실현한 것이 특징이다.
판소리 《가짜신선타령》은 전승 과정에서 창을 잃은 것뿐만 아니라 사설까지 남지 않아 그 음악적 내용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작품이다. 송만재가 「관우희」를 창작했던 시기까지는 열두 마당의 한 작품으로 포함되었지만 이내 이유원의 「관극팔령」,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서는 누락된 데서 알 수 있듯,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전승이 단절되었다. 신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광풍의 허위의식을 문제적으로 본 것은 분명하나, 신선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광풍의 허위의식을 교정 대상으로 삼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김종철, 『판소리의 정서와 미학-창을 잃은 판소리를 중심으로』, 역사비평사, 1996. 판소리학회, 『판소리의 세계』, 문학과지성사, 2000. 인권환, 「가짜신선타령과 金剛誕遊錄 : 형성과정과 관련양상 및 인물의 문제」, 『어문논집』 40, 1999.
송미경(宋美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