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전(壅固執傳/雍固執傳)
《옹고집타령》은 유사한 서사를 공유하는 설화의 영향을 받아 19세기 전반에 형성된 판소리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비교적 이른 시기에 창을 잃고 전승이 단절되었으나 현전하는 일부 소설본에 판소리 투의 문체가 강하게 나타나는 데서 상당 시간 판소리의 영향권 내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30년대부터 창극, 마당놀이 등으로 만들어져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며, 1970년대에는 박동진 명창에 의해 복원이 이루어졌다.
《옹고집타령》의 형성에는 인도 불전 설화인 ‘일리이샤 장로 본생담(----長老本生譚)’이나 국내의 ‘진가쟁주설화(眞假爭主說話)’, ‘학승설화(虐僧說話)’, ‘장자못설화(長者-說話)’와 같은 설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이야기는 한 문제적 인물이 누군가에 의해 일련의 사건을 겪고 개과천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이는 판소리 《옹고집타령》의 기본 구조와 흡사하다. 판소리 《옹고집타령》은 이와 같은 설화를 바탕으로 형성되었으며, 지역적 배경이나 방언의 특수성으로 볼 때 경상도에서 주로 불렸을 가능성이 크다.
○ 역사적 변천 판소리 《옹고집타령》의 존재가 확인되는 비교적 이른 시기의 기록은 송만재(宋晩載, 1788~1851)의 「관우희(觀優戱)」 제17수, “옹생원이 짚으로 만든 꼭두각시와 싸웠다는(雍生員鬪一芻偶) 맹랑한 이야기가 맹랑촌에 전하네(孟浪談傳孟浪村). 부처님 영험 실린 붉은 부적이 아니었다면(丹籙若非金佛力) 진짜 가짜를 그 누가 분간했으리(疑眞疑假竟誰分)”라는 시이다. 이를 통해 옹고집의 정체 또는 호칭이 ‘생원’으로 설정되었으며, 작중 배경이 ‘맹랑촌’이고, 부처의 부적에 의해 진가(眞假)가 판명되는 서사가 구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옹고집타령》의 경우 19세기 후반 일찍이 창을 잃은 작품으로, 「관우희」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창작된 이유원(李裕元, 1814~1888)의 「관극팔령(觀劇八令)」에 누락되어 있다.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의 『조선창극사』에서도 판소리 열두 마당의 하나로 이 작품을 거론했을 뿐, 이 작품을 특히 잘 불렀던 명창에 관한 기록은 없다. 창의 전승이 단절된 후 소설본으로만 유통되었기에 판소리 《옹고집타령》의 창본도 전하지 않는다. 1938년 조선성악연구회 창극좌에서 정정렬 편극의 창극 〈옹고집전〉을 공연했으나, 이는 전통 판소리의 계승이 아니라 고소설 「옹고집전」에 기반한 정정렬의 재창작으로 보아야 한다. 1977년에는 판소리의 복원에 관심이 많았던 박동진(朴東鎭, 1916~2003)이 구활자본 소설 『옹고집전』을 저본으로 하여 만든 《옹고집타령》이 발표되었다. 한편 동아방송이 1976년 1월 1일부터 1977년 3월 1일까지 10편의 판소리 드라마를 제작하여 방송했는데, 여기 포함된 〈옹고집전〉은 박동진의 복원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1980년대 초반, KBS제1TV, KBS제2TV를 통해 TV 창극 〈옹고집전〉이 만들어지는 한편, 창극 음반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 구성 및 세부 내용 《옹고집타령》의 경우, 판소리 창본은 현전하지 않으나 약 20종에 달하는 고소설 이본을 통해 그 구성과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초기 계열로 지목된 이본들은 학승을 중심으로 옹고집에 대한 징계 과정이 골계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특징이며, 이로부터 당대 판소리 청중들이 일종의 대리 체험과 쾌감을 경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 이본에는 ‘집치레’, ‘부벽도사설’, ‘세간치레’ 등 판소리 사설이 대폭 수용되어 있어, 판소리와의 영향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그 이후에 나온 이른바 ‘길들이기 계열’의 이본은 판소리적 세계관을 가진 이본과 소설적 세계관을 가진 이본으로 분화되는데, 전자는 대체로 옹고집의 교정과 가족 공동체로의 복귀를 다룬다. 그뿐만 아니라, 판소리 투의 문체를 활용하면서, 골계적이고 유희적인 시선에 따라 서사를 진행하는 특징도 나타난다. 다만 더욱 후대의 ‘처벌하기 계열’의 이본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판소리 투의 문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즉 판소리의 영향이 더 이상 미치지 않게 되었으며, 《옹고집타령》이 일찌감치 소설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한편 1970년대에 복원이 완료된 것으로 보이는 박동진의 《옹고집타령》은 1950년에 국제문화관에서 출간된 『배비장전ㆍ옹고집전』 즉 김삼불 본을 저본으로 하여 곡을 붙였다. 김삼불 본도 창본 계열 이본에 해당하는 본이었기 때문에, 판소리 복원에 더욱 적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 《옹고집타령》은 옹고집이라는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인물로부터 야기되는 문제와 해결을 다룬 작품이며, 기존의 이념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의 새로운 인간형을 보여주는 데까지 이르지 못한 데서 실창(失唱)의 배경을 찾기도 한다. 다만, 일부 소설본에 판소리 투의 문체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이 작품이 실창 이후로도 상당 시간 판소리 예술의 영향 아래 향유 또는 유통되었음을 의미한다. 1930년대부터 창극으로 재창작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1970년대에는 박동진에 의해 《옹고집타령》의 복원이 이루어졌다. 경상도 지역에서 주로 불린 판소리였을 가능성도 의미 있게 볼 필요가 있다.
김기형 역주, 『적벽가ㆍ강릉매화타령ㆍ배비장전ㆍ무숙이타령ㆍ옹고집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5. 강윤정, 「박동진 창본 〈옹고집타령〉 연구-김삼불본 〈옹고집전〉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공연문화연구』 30, 2015. 김종철, 「「옹고집전」과 조선후기 요호부민」, 『판소리의 정서와 미학』, 역사비평사, 1996. 서유석, 「옹고집전에 나타난 진가쟁주(眞假爭主)의 숨은 문제 : 정체성(正體性)과 실전(失傳) 문제를 중심으로」, 『어문연구』 38, 2010. 이문성, 「〈옹고집타령〉의 초기 형태와 지향」, 『우리문학연구』 49, 2016. 정충권, 「옹고집전 이본의 변이양상과 그 의미」, 『판소리연구』 4, 1993.
송미경(宋美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