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허자(步虛子)〉 계통의 악곡 중 현악기 편성으로 연주하는 풍류음악.
고려 시대에 송(宋)에서 들어온 사악(詞樂) <보허자>가 궁중음악으로 전승된 한편, 민간의 풍류음악으로 전승된 것이〈보허사〉이다. 조선 중기의 악보들에서는 이 보허사의 곡명이〈보허자〉로 수록되기도 하였으나 영조(英祖)대 이후 〈보허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 역사 변천 과정
보허사의 원래 곡명은 〈보허자〉이다. 〈보허자〉는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당악정재의 하나인 《오양선》 정재의 창사로 실려 있다. 《오양선》 정재 항에, 〈보허자령(步虛子令)〉이라는 악곡의 노랫말로 부르는 「벽연농효사(碧煙籠曉詞)」가 기록되어 있다. 같은 노랫말이 조선 성종(成宗) 때 편찬된 『악학궤범(樂學軌範)』에도 《오양선》 정재의 창사로 수록되어 있다.
〈보허자〉는 조선 시대 궁중음악으로 전승되어 현재 관악 편성으로 연주하는 〈보허자(관악보허자)〉와, 조선 후기 민간의 풍류방에서 현악 중심으로 연주되어 온 〈보허사(현악보허자)〉로 구분된다. 보허사는 민간에서 편찬한 『금합자보(琴合字譜)』(1572)에 〈보허자〉라는 곡명으로 수록되었고, 조선 후기 『한금신보(韓琴新譜)』(1724)에도 〈보허자〉로 수록되었으며 ‘우조팔편(羽調八篇)’이라고 병기되어 있고, <보허자본환입(步虛子本還入)>·<보허자삭환입(步虛子數還入)>·<보허자제지(步虛子除指)> 등 다양한 변주곡을 파생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보허사’ 라는 곡명은 『유예지(遊藝志)』에 처음 나타나며, 19세기에 편찬된 『삼죽금보(三竹琴譜)』에도 〈보허사〉로 표기되었다.
○ 음악적 특징
<보허자>의 노랫말 사(詞)는 전단(前段)인 ‘미전사(尾前詞)’와 후단(後段)인 ‘미후사(尾後詞)’로 구분되는데, 미후사의 첫 번째 구가 미전사의 첫 번째 구와 다른 가락으로 바뀌는 현상을 ‘환두(換頭)’라 하고, 미후사의 둘째 구부터는 미전사의 둘째 구 이후 가락을 그대로 되풀이하므로 이를 ‘환입(還入)’이라 한다. 『한금신보』의 <보허자> 즉, 보허사는 미전사부터 환두(미후사의 제1구)까지로 이루어졌고, 오늘날의 보허사 역시 『한금신보』 〈보허자〉의 보허사 환두(換頭)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남려(南:C5)의 다섯 음을 주로 사용하는 5음 음계 음악이지만, 중간에 무역(無:D♭5)이 출현하여 부분적으로는 6음 음계로 되어 있다. 거문고ㆍ가야금ㆍ양금ㆍ장구를 편성해 연주한다.
보허사는 모두 일곱 장으로 구성된다. 제1~4장은1분 30~35정(井)이며, 한 장단 20박으로 느리게 연주한다. 제5장부터 1분 45~65정으로 바뀌며, 7장까지 한 장단 10박으로 비교적 빠르게 연주하여 한배의 변화를 보이는데, 이를 ‘급박(急迫)’이라 한다.
| 원문 | 해석 | |
| 미전사 (전단) |
벽연농효해파한(碧烟籠曉海波閑) 강상수봉한(江上數峯寒). 패환성리이향(佩環聲裏異香), 표락인간(飄落人間), 미강절오운단(弭絳節五雲端). |
푸른 연기 새벽하늘에 자욱한데 바다 물결 한가롭고 강가의 두어 봉우리 차갑도다 패환 소리 속의 기이한 향기는 인간 세상에 나부껴 떨어지는데 강절이 오색 구름 끝에 멈추도다. |
| 미후사 (후단) |
완연공지가화서(宛然共指嘉禾瑞), 개일소파주한(開一笑破朱顔). 구중요궐망중(九重嶢闕望中), 삼축고천(三祝高天), 만만재대남산(萬萬載對南山). |
완연히 함께 아름다운 좋은 벼의 상서 가리키며 한 차례 웃어 붉은 얼굴 웃음 띠고 구중의 높은 궁궐 바라보는 가운데 하늘을 향해서 빌도다 축원하나니 만만년 남산을 대하소서 |
고려 시대 당악정재 《오양선》에서 창사로 불렸던 사악 〈보허자〉가 조선 선조대 이후 향악화하는 동시에, 궁중음악 〈보허자(관악보허자)〉와 민간 풍류방의 보허사(현악보허자)로 분화하였다. 보허사는 현재 자주 연주되는 음악은 아니지만, 이 곡으로부터 〈도드리(밑도드리)〉ㆍ〈웃도드리〉ㆍ〈양청도드리〉ㆍ〈우조가락도드리〉 등 다양한 변주곡이 파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영숙(韓英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