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필주대(歌畢奏臺), 여흥태평가(與興太平歌), 청성자진한잎[淸聲數大葉], 일편후가(一編後解歌)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가곡에 속하는 노래로, 가곡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 마지막에 부르는 곡.
남창과 여창이 함께 부르는 병창(竝唱) 형식의 곡으로, 가곡을 이어 부르는 ‘한바탕’의 맨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려도 태평성대(太平聖代)’로 시작하는 사설에서 곡의 명칭이 유래하였으며, 계면조(界面調) 〈이수대엽(二數大葉)〉의 선율과 거의 같으나 남녀의 선율과 사설 붙임새가 조금씩 다르다.
〈태평가〉 사설은 “이려도” 한 수이다. 김천택의 『청구영언(靑丘永言)』(진본)(1728)부터 보이며 이 가집에는 〈이수대엽(貳數大葉)〉에 배치되어 있다.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에도 〈이수대엽〉에 배치되어 있으며, 몇 개의 가집에 작가 이름이 ‘성수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금보에서 태평가를 가장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악보로는 『소영집성(韶英集成)』(1822)에 수록된 〈삼현이수대엽(三絃二數大葉)〉과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의 〈청성삭대엽〉이다. 두 악곡의 선율이 거의 비슷하며, 두 곡 모두 가곡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기능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① 역사적 변천 과정 ‘태평가’라는 곡명을 수록하고 있는 악보는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과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1893),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 『가곡현금보(歌曲玄琴譜)』(20세기 초) 등이며, 20세기 초 가집인 『시가요곡(詩歌謠曲)』, 『가곡보감(歌曲寶鑑)』(1928) 등에도 〈ᄐᆡ평가〉라는 제목 아래 “이려도” 사설이 수록되어 있다. 가집에서는 19세기 전반 『흥비부(興比賦)』에 〈일편후해가〉라는 명칭에서부터 보인다. 이후 『여창가요록(女唱歌謠錄)』(이혜구본)에는 한글로 〈태평가〉라는 명칭이 보이며, 『가곡원류(歌曲源流)』 계열 가집들에는 대부분 〈가필주대〉라는 명칭이나 〈가결종대(歌闋終臺)〉, 〈결종창대(闋終唱臺)〉, 〈가종주대(歌終奏臺)〉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모두 가곡의 마지막을 뜻한다는 뜻이다. ‘대(臺)’는 한 곡의 마무리라는 뜻으로, 태평가를 〈가필주대〉라 한 것은 앞에서 삭대엽 계통의 모든 악곡의 ‘대(臺)’가 되는 노래라는 의미이다. 남창만 수록된 가집인 『가곡원류』(하순일본)(1910)에는 〈여흥태평가(與興太平歌)〉라는 제목 아래 “이리야도” 사설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전승되는 남창 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이어졌으며, 그의 계보를 잇는 이주환(李珠煥, 1909~1972) 등 후대 가객들에 의해 보존ㆍ전승되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가곡 보유자로는 남창 가곡에 김경배, 이동규가 있고, 여창 가곡에 조순자, 김영기가 있다. 전승되는 악곡으로는 “이려도” 한 수만이 있다. ② 연행 방식 가곡은 풍류방에서 연주되던 성악곡으로, ‘풍류’란 조선 후기 지식층 음악애호가들이 연주하던 음악 중 합주 음악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들을 ‘율객’ 또는 ‘풍류객’이라 불렀으며, 특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가객(歌客)’이라고도 하였다. 가곡은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삼아 부르는 성악곡으로 관현합주에 맞추어 남창, 여창, 남녀병창으로 부르던 노래이다. 〈태평가〉는 가곡 한바탕을 모두 연주한 뒤 가장 마지막 순서에 부른다. 남녀 병창(男女竝唱)으로 부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나 남창만 부를 때, 여창만 부를 때에도 마지막은 〈태평가〉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③ 가곡 한바탕에서의 가창 위치 〈태평가〉는 남창, 여창, 남녀창을 막론하고 모든 가곡 한바탕의 가장 마지막 순서에 위치하는 종결곡으로 빠른 장단의 〈편수대엽〉 또는 〈언편〉을 부른 후, 다시 느리고 장중한 분위기로 돌아와 전체 음악의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 남녀가 함께 27곡을 이어 부를 때에는 26번째로 여창 〈편수대엽〉을 부른 후 남녀병창 〈태평가〉로 마무리한다. 여창만 15곡을 이어 부를 때에도 14번째로 〈편수대엽〉을 부른 후 태평가로 마무리한다. 남창으로만 24곡을 이어 부를 때는 23번째 곡으로 〈언편〉을 부른 후 〈태평가〉로 마무리한다. ④ 음악적 특징 ㉠ 형식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간주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였으나, 현행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태평가〉는 다른 가곡과 마찬가지로 5장 형식으로 되어 있으나 대여음이 없으며, 초장 첫 11박을 거문고로만 연주한 후 제12박부터 모든 악기와 노래가 함께 연주한다. ㉡ 장단 〈태평가〉는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을 사용하며, 한배는 악보상으로 1분에 30박, 40박, 45박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현행 연주에서는 〈이수대엽〉이나 〈평거〉의 빠르기와 같이 1분에 20~30박 정도의 느리고 장중한 속도로 노래된다. 가곡의 가사 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 악조 〈태평가〉의 악조는 황종(黃:E♭4)ㆍ중려(仲:A♭4)ㆍ임종(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루는 황종 계면조이다. 특별한 변조 없이 계면조의 선율 구조를 유지하며 진행된다. ㉣ 창법 〈태평가〉의 음역은 최저음이 탁중려(㑖:A♭3)이고 최고음은 청황종(潢:E♭5)으로 한 옥타브에 완전5도 위까지 약 12도의 간격을 가진다. 실제 소리는 여창의 경우 남창 가곡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역에서 난다. 가곡 전체로 볼 때는 최저음은 탁태주(㑀:F3)이고 최고음은 청임종(淋:B♭5)이며 이 청임종(淋:B♭5)은 남창 계면조 〈소용〉에 한 번 보이고, 높은 음역을 부르는 남창 우조 〈삼수대엽〉, 우조 〈소용〉, 〈언롱〉, 계면 〈삼수대엽〉에서는 최고음으로 청중려(㳞:A♭5)가 사용된다. 〈태평가〉는 노랫말의 첫 세 글자 “이려도”를 생략하고 “태평성대”로 시작하는데, ‘태평(太平)’을 ‘타으이, 펴어엉’과 같이 풀어서 발음하여 부른다. ‘ㅐ’나 ‘ㅔ’ 등의 중모음을 ‘아이’ㆍ‘어이’ 등 단모음으로 풀어 발음하는데 이것은 가곡 특유의 발음법으로 가곡이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 반주 악기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1인 1악기만 연주하는 ‘단잽이’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단소나 양금을 추가 편성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생황으로도 반주하였다. 다른 가곡은 모두 장구의 채편으로 변죽을 치는 반면, 〈태평가〉는 제4장부터 장구의 복판을 치며 연주하다가 제5장 마지막 부분에 다시 변죽을 친다. 이처럼 후반부에서 장구의 복판을 치며 연주함으로써, 가곡 한 바탕을 마치는 종결 악곡의 모습을 보여준다. ㉥ 가지풍도형용 『가곡원류』에는 첫 서문에 ‘가지풍도형용십오조목(歌之風度形容十五條目)’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총 열다섯 곡(초중대엽(初中大葉), 이중대엽(二中大葉), 삼중대엽(三中大葉), 후정화(後庭花), 이후정화(二後庭花), 초수대엽(初數大葉), 이수대엽(二數大葉), 삼수대엽(三數大葉), 소용이(搔聳伊), 편소용이(編搔聳伊), 만횡(蔓橫), 농가(弄歌), 낙시조(樂時調), 편락시조(編樂時調), 편수대엽(編數大葉))에 대해 악곡별로 4자 2구의 한문으로 그 내용이 적혀 있다. 이 풍도형용은 노래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악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것이다. 풍도형용은 첫 서문과 사설들의 첫 시작인 곡명 아래에 적혀 있는데 남창의 곡명 아래에만 적혀 있고, 여창 곡명 아래에는 적혀 있지 않다. 『가곡원류』에서 남창은 〈엇편(旕編)〉으로 마무리된다. 이후 여창 사설로 진행하고 있는데, 〈태평가〉는 여창 마지막 〈편수대엽〉 다음에 〈가필주대〉란 곡명으로 “이려도” 하나의 사설만 적혀 있는데 곡명인 〈가필주대〉 아래 풍도형용이 적혀 있지 않다. ⑤ 노랫말 태평가 “이려도” (초장) (이려도)// 태평(太平)/ -성대(聖代)// - / (2장) 저려도// 성대(聖代)로/ -다// (3장) 요지(堯之)/ 일월(日月)이요// 순지(舜之)/ -건곤(乾坤)이로// 다/ (4장) 우리// -도/ - // (5장) 태평(太平)/ 성대(聖代)니// 놀고 놀/ -려// 하노/ -라//
〈태평가〉는 가곡 한바탕의 대미를 장식하는 악곡으로, 노랫말에서 제목을 따 온 유일한 사례이자 삭대엽 계열의 모든 곡을 마무리하는 대[臺]라는 음악사적 중요성을 갖는다. 특히 19세기 중반 완성된 여창 가곡의 편제를 확증하며, 남녀창 모두의 연주 체계를 완성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나아가 그 선율은 오늘날 관악기 독주곡으로 파생되어 널리 연주됨으로써, 과거의 음악이 현대까지 이어지는 문화적 생명력과 예술적 가치를 증명한다.
가곡: 국가무형유산(1969)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유산(1995)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유산(2006) 가곡(여창가곡): 대전광역시 무형유산(2002) 가곡: 경상북도 무형유산(2003) 가곡: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2013)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유산(202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10)
『가곡보감(歌曲寶鑑)』 『가곡원류(歌曲源流)』(국악원본) 『가곡원류(歌曲源流)』(하순일본) 『가곡현금보(歌曲玄琴譜)』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삼죽금보(三竹琴譜)』 『소영집성(韶英集成)』 『시가요곡(詩歌謠曲)』 『청구영언(靑丘永言)』(진본)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 『흥비부(興比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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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申惠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