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승 현황
평시조는 20세기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원에서 널리 불리면서 여러 지방에서도 불리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 발생한 원래의 시조 창제를, 조금 달라진 지방 창제와의 구분을 위하여 서울 ‘경(京)’자를 붙인 창제라는 의미로 평시조 앞에 ‘경제’를 부기하였다.
반면에 지방제 시조는 향제(鄕制) 시조로 구분하였으며, 향제시조는 경상도의 영제(嶺制), 충청도 내포 지역의 내포제(內浦制) 및 전라도의 완제(完制)로 세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경태(鄭坰兌, 1916~2003)가 기존의 가락을 편곡한 소위 ‘석암제(石菴制)’를 전국에 널리 보급하면서 지역별 고유 창제들은 거의 사라지고, 현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석암제를 부르게 되었다. 이를 향제시조로 혼용하여 부르고 있기도 하다.
○ 창법
경제와 향제 평시조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속성[-聲]’의 유무이다. 속성은 속청ㆍ속소리ㆍ속목ㆍ세성(細聲)이라고도 하며, 겉소리ㆍ겉목인 진성(眞聲)에 상대되는 창법이다.
경제 평시조의 경우, 중장 중간과 종장 첫 부분에서 청황(潢:E♭5)의 속청이 한 박 정도 등장하지만, 향제에서는 속청 없이 중간음인 중(仲:A♭4)으로 부른다. 석암 정경태가 기존 전통 창제를 편곡하여 만든 소위 ‘석암제’ 평시조는 향제시조에 속하기 때문에 속성없이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그가 펴낸 악보집에는 속성을 넣은 평시조도 있는데 이는 특별히 ‘여성용 창제’라고 구분하고 있긴 하다.
속성의 유무 외에도 각 박에 글자 수를 안배하는 배자(排字)법에 있어서도 차이점이 있다.
○ 음계
평시조는 남성 음역대 기준으로 㑖(또는 㑣)-黃-太(경과음)-仲-林-潢음 등 3음계로 불려지며, 세 음 중에서도 황종과 중려의 두 음이 뼈대 선율을 이룬다. 潢음은 경제 평시조에서만 속성으로 출현한다.
○ 장단
평시조를 포함한 대부분 시조의 장단은 5박과 8박 장단이 섞여 있다. 현재와 같이 5박, 8박으로 정립되기 전에는 박 대신 ‘점(點) 장단’을 써서 5박이 ‘3점’으로, 8박은 ‘5점’으로 장단을 인식하였다. 고악보 중 양금 육보(肉譜)로 기보된 『장금신보(張琴新譜)』의 시조장단은 ‘매화점장단’, 즉 3점, 5점 형으로 기록되어 있다.
○ 노랫말과 배자
평시조는 글자 수 45자 내외의 단형시조를 노랫말로 한다.
단형시조 첫 구의 글자 수는 통계적으로 세 글자가 가장 일반적이고, 그다음으로 4자가 많으며, 드물게 5자 이상으로 시작하는 평시조도 있다.
특별히 첫 구가 두 글자로 시작할 때는 ‘두자머리 시조’라고 따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이는 두 글자로 시작할 경우 평소처럼 중(仲:A♭4)음으로 시작하지 않고 완전 4도 아래 황(黃:E♭4)음으로 시작하며, 장단도 5박이 아닌 2박으로 시작하는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평시조는 45자 내외의 단형시조는 모두 동일한 선율과 장단 틀에 얹어 부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한 구(句)의 글자 수가 3~4자를 벗어나 2자뿐이거나 4자 이상인 단형시조도 있기 때문에 각 장단별로 글자 붙임새(안배), 즉 배자법(排字法)을 정해두었으나, 근래에 이러한 법칙이 많이 허물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같은 글자 수를 가진 단형시조라도 그 글자에 담긴 뜻이나 음운의 길고 짧음에 따라 배자에 예외를 두고, 선율도 글자 수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꾀하였으나, 근래에는 획일화되고 있다.
○ 영시(影詩)
영시는 특히 평시조 초장, 중장의 각 4구와 종장의 3구(이때 구는 국문학계에서는 ‘음보[音步]’라 하며, 장단의 5박 또는 8박 단위에 해당)를 각 구마다 어떤 느낌을 가지고 부를지에 대한 지침을 사언(四言)의 한시(漢詩)로 총 11구로 지은 것이다.
영시(影詩)
- 초장 4구
한운출수(閒雲出峀), 한가한 구름, 산에 떠 오르는 듯
연비여천(鳶飛戾天). 나는 솔개미 항공을 배회하듯
한상효월(寒霜曉月), 찬 서리 내린 새벽 달처럼
한등고연(寒燈孤烟). 차가운 등불에 외로운 연기처럼.
[또는 잔연고등(殘煙孤燈).] [또는 외로운 등불에 하늘거리는 연기처럼]
- 중장 4구
묘입운중(杳入雲中), 아득히 구름 속으로 들어가듯
장강유수(長江流水). 길고 긴 강의 흐르는 물처럼
고산방석(高山放石), 높은 산에 돌 굴리듯
평사낙안(平沙落雁). 모래사장을 사뿐히 내리는 기러기처럼.
- 종장 3/4구
원포귀범(遠浦歸帆), 먼 포구에서 돌아오는 돛배처럼
동정추월(洞庭秋月), 넓고 넓은 동정호에 뜬 가을 달처럼
완여반석(完如磐石). 맺음은 움직일 수 없는 반석처럼.
의의 및 가치
평시조는 엄격한 형식을 갖춘 시조의 기본형에 해당되며, 평시조로부터 십수 종의 시조가 파생되었다. 사대부로부터 평민ㆍ가객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향유되었고 오늘날에도 가장 널리 애창되는 전통 성악곡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