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고, 가얏고, 풍류가야금(風流伽倻琴), 정악가야금(正樂伽倻琴/正樂加耶琴), 법금(法琴), 산조가야금(散調伽倻琴/ 散調加耶琴)
장방형의 공명통 위에 줄 기둥(안족)을 배열하고, 그 위에 명주실로 만든 줄을 걸어 손가락을 이용해 연주하는 현악기.
현재 전통음악연주에 사용되는 가야금은 풍류가야금과 산조가야금으로 구분된다. 풍류가야금은 오동나무 속을 파서 공명통을 만드는 제작 방식으로 완성되며, 궁중음악과 선비 풍류 악곡 연주에 사용된다. 산조가야금은 공명통의 앞판, 뒤판, 옆판을 만들어 붙이는 조립식 제작 방식을 사용하며, 시나위, 산조, 병창 등 대부분의 민속악에 활용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가야금은 가야국(加耶國)의 가실왕(嘉實王)이 중국의 쟁(箏)을 본떠서 만들고 악사 우륵(于勒)이 이 악기를 위해 12곡을 지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부 학자들은 가야금의 유래를 동남아시아 지역의 현악기와 연관지어 유추하기도 한다.
○ 형태와 구조 - 규격 가야금은 오동나무, 밤나무, 명주실을 주재료로 한다. 풍류가야금은 오동나무를 통으로 깎아 공명통을 만들며 규격은 대체로 길이 160cm, 폭 30cm로 산조가야금에 비해 크기가 크고 줄 간격이 넓다. 산조가야금은 공명통의 윗판은 오동나무, 밑판은 밤나무 등으로 만들어 붙이며, 길이 144cm, 폭 20cm 정도로, 풍류가야금에 비해 크기가 작고 줄 간격이 좁다. - 세부 명칭 두 악기는 열두 줄과 열두 개의 안족, 학슬로 묶는 부들, 돌괘 등 부속품의 구성은 대동소이하며 주요 명칭은 다음과 같다. · 12현(十二絃): 누에고치의 생사(生絲)를 가공하여 만든 명주실이며, 합사한 실의 개수와 속도, 줄의 강도 및 굵기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 좌단(坐團): 가야금의 머리 부분이며, 연주할 때 오른손을 얹는 자리이다. · 현침(絃枕): 좌단의 몸통 쪽에 붙어 열두 줄을 얹어 지탱하는 대이다. 풍류가야금의 현침은 곡선 형태이며, 산조가야금의 현침은 둥근 대이다. · 안족(雁足): 열두 줄을 몸통 위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서 떠받치는 나무 부속이다. 『악학궤범』 도해에 수록된 풍류가야금의 안족은 크기가 서로 달랐다는 점에서 현재와 차이가 있다. · 양이두(羊耳頭): 풍류가야금의 부들을 걸어매는 끝 부분이며, 양의 귀와 닮았다고 하여 불리는 명칭이다. · 봉미(鳳尾): 산조가야금의 현침 반대편으로, 봉의 꼬리를 밤나무 등에 조각한 악기의 맨 끝 부분이다. · 부들(染尾): 현침에서 안족을 거쳐 길게 이어지는 줄을 양이두나 봉미에 고정시키기 위하여 무명실로 굵게 짠 끈이다. · 속감: 산조가야금 울림통의 머리 부분과 봉미 쪽 부분의 통마감을 해주며, 줄의 떨림을 잡아주고 전체 뒤틀림을 방지하는 부속이다. · 운족(雲足): 봉미 쪽 울림통 바닥에 붙이는 구름 모양의 'ㄷ'자 받침 장식이다. ○ 제작법 가야금은 울림통 건조와 대패질, 그리고 현 만들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세부적인 내용과 순서는 악기장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현재 전승되는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풍류가야금 제작: 통나무를 통째로 깎아 밑면의 속을 파내고 겉을 다듬어 울림통을 제작한 후 인두질을 한다.
| 풍류가야금 | 산조가야금 | |
| 1 | 목재 건조 및 선별하기 | 목재 건조 및 선별하기 |
| 2 | 울림통 만들기(속파고 형태 다듬기) | 울림통 만들기(윗판과 밑판 만들어 붙이기) |
| 3 | 인두질하기 | 목(좌단) 만들기 |
| 2 | 현침과 양이두 만들기 | 울림통의 옆면 마감하기 |
| 3 | 현 구멍뚫기, 현침 만들기 | 좌단과 봉미 만들기 |
| 4 | 부속(돌괘,부들,안족) 만들기 | 인두질하기 |
| 5 | 줄 만들기 | 부속(운족, 현침, 운곽) 만들기 |
| 6 | 12줄 걸어 최종 조율 및 완성하기 | 현 구멍뚫기, 현침 만들기 |
| 7 | 부속(돌괘,부들,안족) 만들기 | |
| 8 | 줄 만들기 | |
| 9 | 12줄 걸어 최종 조율 및 완성하기 |
산조가야금 제작: 윗판과 밑판의 목재를 따로 준비하고 다듬어 가장자리에 졸대와 속감을 활용하여 뒤틀림이 없도록 붙인 후, 명주끈으로 감아 건조한다.
줄 제작: 사계절과 누에고치의 생사를 이용하여 세밀하고 꼼꼼한 작업 과정을 거쳐 울림이 좋은 줄을 만든다. 12현에 따라 줄의 굵기를 다르게 제작하며, '속실비비기'를 거쳐 장력이 강한 실을 만든다. 소나무 방망이에 감아서 수증기에 찌면 완성된다. ○ 용도: 연행에서의 쓰임 가야금은 궁중음악부터 민속악까지 한국 전통음악 전반에 걸쳐 폭넓게 사용된다. 풍류가야금 용도: 궁중의례용 음악 등 대규모 관현합주 (<여민락만>, 《종묘제례악》)와 풍류음악과 같은 소규모 관현합주에 두루 사용된다. <영산회상>, <천년만세>, <취타>, <보허사> 등이 대표곡이다. 산조가야금 용도: 기악 독주곡인 산조를 비롯하여, 시나위, 봉장취, 병창, 무속음악, 민속춤 반주 등 다양한 민속악과 민간풍류에 이르기까지 독주 및 합주에 폭넓게 사용된다. 20세기 이후로는 창작음악에 도입되면서 협주곡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 악기 연주법 *음역·조율 명시, 가능할 경우 구음·표기 명시 가. 연주방법과 기법 전통 주법: 오른손은 현침 우측에 놓고 식지, 모지, 장지를 주로 사용하여 줄을 뜯거나 튕겨 소리를 낸다. 왼손은 안족 좌측에 놓고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서 힘을 가감하여 다양한 기법으로 줄을 눌러 시김새를 표현한다.주요 기법에는 요성(줄 흔들기), 전성(줄 강하게 찌르듯 누르기), 퇴성(줄을 당겼다 돌아오기), 추성(지그시 줄 누르기), 슬기둥, 싸랭 등이 있다. 창작 주법: 창작음악 연주 시에는 왼손 연주, 화음 연주, 글리산도, 트레몰로, 악기 두드리기 등 창의적인 주법들이 광범위하게 쓰인다.
나. 음역과 조율법 음역: 풍류가야금과 산조가야금 모두 두 옥타브 반 정도의 음역을 가진다. 풍류가야금이 산조가야금에 비해 전체적으로 약 3~4도 낮다. 조율법: 세밀하게 조율할 때에는 돌괘를 조이거나 풀어서 줄의 장력을 조절하며 , 음정 간격에 따라 안족의 위치를 바꾸기도 한다. 풍류가야금 조율: 크게 평조와 계면조에 따라 조율이 차이가 있으며, 평조는 제6현과 제9현을 각각 탁태주와 탁남려로, 계면조는 제6현을 탁황종 제9현을 탁무역으로 다르게 조율한다. 이는 계면조의 구성음 중 협종이 황종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산조가야금 음역: 왼손 주법으로 제12현을 눌러 더 높은 음을 얻으면 음역대가 넓어지는 데 반해, 풍류가야금은 개방현의 음역대 그대로이다.
다. 구음과 표기법 구음 풍류가야금 (궁중음악): 제1현부터 제12현까지 흥·동·덩·둥·당·동·징·징·지·당·동·딩이다. 산조가야금 (민속악): 청·흥·둥·당·동·징·땅·지·찡·칭·쫑(총)·쨍(챙)이다. 산조가야금의 교습은 주로 구음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며, 이는 전통적인 학습과 전승의 주요 방편이다.
표기: 산조는 구전심수의 음악이므로 산조 연주용 가야금의 기보는 오선보를 편의상 차용할 뿐이다. 과거 오선보를 차용하되 높은음자리표를 사용한 기보에서는 실음이 완전5도 아래임을 별도로 명시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실음대로 적기 위해 가온음자리표를 쓰거나, F를 악보의 첫머리에서 안내하기도 한다. ○ 역사적 변천 삼국시대 가야금은 '시라기고토(新羅琴)'라는 명칭으로 일본에 전래되어 한동안 일본 궁중음악의 일부로 전승되기도 하였다. 『고려사』 「악지」와 조선 전기 『악학궤범』에서는 가야금을 향악기로 분류하였으며, 『악학궤범』에는 실측 크기와 도설까지 수록되어 신라 이후 현재까지 형태적으로 큰 변화 없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전승되고 있다. 한편, 산조가야금의 발생 배경은 19세기 후반 무속음악인 시나위와 봉장취, 판소리에 바탕을 둔 산조의 발생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조선시대 문헌인 「국조오례의 서례」(1474)와 『종묘의궤』(1697)에 묘사된 가야금의 모습은 지금의 산조가야금과 유사하여, 산조가야금의 구조적 형태가 19세기 후반보다 상당히 앞선 시기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산조가야금의 활용은 산조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 20세기 이후 대학 전공교육에서 산조가 활발히 전승되면서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고대부터 현악기인 가야금을 제작, 전승하고 이를 주변 국가에 전파한 점을 통해서, 일찍이 우리의 음악 문화의 수준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과거 궁중과 풍류방 음악에 사용된 풍류가야금은 현재에도 음악과 더불어 전통문화 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풍류가야금에 비해 후대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산조가야금은 제작구조와 형태의 측면에서 다르고 연주 악곡의 성격도 다소 차이가 있다. 20세기 이후로도 창작음악의 발전에 깊은 영감을 주며 많은 작곡가와 청중들에게 전통악기의 현대적 의미와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가야금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볼 때, 형성과 파생의 창조 작업은 음악 텍스트 뿐 아니라 악기의 역사적 변용에도 적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향후 우리가 보존 전승해야할 중요한 유산이자 정신적 가치라 하겠다.
주변 국가의 유사한 현악기로는 일본의 고토, 중국의 쟁, 베트남의 단짜인과 몽골의 야탁 등이 있으며, 이들은 형태와 구조, 연주 악곡의 측면에서 가야금과 비슷한 듯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조오례의서례』 『금보전서』 『삼국사기』 『삼국유사』 『악학궤범』 『졸장만록』 『종묘의궤』
국립국악원, 『가야금정악보』, 2015. 김정자, 『정악가야금보』, 민속원, 2007. 문재숙, 『가야금의 첫걸음』, 현대음악출판사, 2005. 성심온, 『가야금 주법과 실습』, 세광음악출판사, 1991.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1. 이재숙, 『가야금산조』, 세광음악출판사, 1996. 이지영, 『작곡가를 위한 현대 가야금 기보법』,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1. 장희선, 『가야금 제작』, 대전광역시, 2021. 김영운, 가야금의 유래와 구조, 『국악원논문집』 제9집, 1997. 산조가야금의 발생. 김영운, 가야금 구음의 변천에 관한 연구, 『국악원논문집』 2, 1990. 김정자, 국립국악원의 영산회상과 민간풍류의 비교 연구-가야금 가락에 기하여-, 『동양음악논총』 박소현, 몽골 야탁의 유래와 북한 가야금과의 관계, 가야세계문화축전자료집, 2005. 이용식, 아시아 현악기의 역사와 가야금: 가야금의 기원에 관한 재고찰, 가야세계문화축전자료집, 2006. 이재숙, 가야금의 구조와 주법의 변천, 『음악학논총』, 1998. 국립국악원, http://www.gugak.go.kr/
장희선(張希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