ᄎᆞᆯ 비는 소리(꼴 베는 소리), ᄎᆞᆯ 비는 홍아기소리, ᄎᆞᆯ 비는 홍외기소리
제주도 노동요의 하나로, 여러 사람이 마소에게 먹일 꼴을 베면서 부르는 민요
‘홍애기 소리(홍아기 소리· 홍외기 쇠리)’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홍~ 또는 어야 홍~’ 따위의 후렴구가 들어가는 자유리듬의 민요를 통틀어 일컬을 때 사용한다. 따라서 홍애기 소리는 꼴 베는 홍애기 소리, 김매는 홍애기 소리 등으로 구분된다. 후렴구에 ‘홍/어야 홍’ 등이 들어간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음악 구조나 사설 내용이 다른 민요이기 때문이다. 꼴 베는 홍애기 소리는 여러 홍애기 소리 중에서 제주도 전역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대표적인 홍애기 소리이다. 선소리는 대부분 남성들이 부른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말이나 소를 많이 길렀다. 제주도에는 자연 초지가 중산간 지역에1 넓게 분포되어 있는데, 늦여름이나 초가을이 되면 겨울철에 마소에게 먹일 꼴(제주도에서는 ᄎᆞᆯ이라고 함)을 베는 일을 하였다. 초지가 넓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소위 수눌음을2 통하여 집단으로 이 일을 했다. 이때 작은 낫(육지지방에서는 그냥 낫이라고 하지만, 제주에서는 이를 호미라고 함)을 사용하기도 하고, 긴 낫(서서 풀을 베는 큰 낫으로 제주에서는 장ᄒᆞ미라고 함)을 사용하기도 한다. 꼴 베는 홍애기 소리는 여러 사람이 중산간 초지에 모여 이런 도구를 가지고 꼴을 베면서 부르는 민요이다.
1) 제주도에서는 해안가와 한라산 수목 지대 사이를 중산간 지역이라 일컫는다.
2) 제주도에서 서로 번갈아 일을 돕는 풍습을 ‘수눌음’이라 한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꼴 베는 작업은 겨울철 마소에게 먹일 꼴을 준비하는 일이기 때문에 대개 초가을에 하게 된다. 따라서 이 민요의 연행 시기는 주로 초가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연행 장소도 제주도 중산간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풀을 베는 일을 할 때는 특정 시기나 특정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 민요를 부르기도 한다. ○ 음악적 특징 꼴 베는 홍애기 소리는 대부분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평조로 되어 있고, 솔(Sol)음으로 종지한다. 그러나 종종 레(Re) 종지 오음음계로 나타나기도 한다. 구성음 배열구조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솔(Sol)로 되어 있다. 자유리듬의 민요이며, 단장(短長) 리듬과 불규칙 분할 리듬이 비교적 많이 나온다. 속도는 대체로 느린 편이며, 특정한 강세는 없다. 이 민요 역시 제주도 노동요의 전형적인 감정기원적 선율형(pathogenic melody)인, 처음에 가장 높은 소리로 끌어 올려진 가락이 차츰 완만하게 하향하여 최저음으로 종지하는 이른바, 역(逆) 프라이다크 삼각형 선율형으로 되어 있다. 리듬이 복잡하기 때문에 자연히 선율장식이 많다. ○ 형식과 구성 꼴 베는 홍애기소리는 두 단락의 선소리 가락과 한 단락의 후렴구로 이루어져 있다. 선소리 A는 a+b+c의 작은 단락으로 나눌 수 있으며, 후렴구 B는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의 프레이즈로 된 선율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형식은 가창자에 따라 즉흥적으로 바뀌기도 하며, 노랫말의 길이에 따라 유사한 가락들이 덧붙여지는 형태로 확장되기도 한다. 혼자 일할 때도 부르지만, 한 명의 선소리꾼이 노랫말을 엮고, 그 일에 참여한 여러 사람이 후렴을 받는 형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이 민요는 선소리꾼이 후렴구까지 이어서 부르며, 후렴꾼들은 후렴구가 시작되면 선소리꾼의 소리에 맞추어 끼어든 후 이를 계속 부른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 민요의 노랫말은 꼴 베는 작업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간혹 가창자의 생활감정을 드러내는 내용도 나온다. 메기고 받는 방식의 노랫말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선소리] 하늬름은 건드랑 허게 불어오는당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후렴] 어~ 홍애기로구나](선소리와 합쳐짐) 요 촐을 몬착몬착 비어 가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우리사 일꾼덜아 오늘은 산전 밧디 촐덜 비레 가자 허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몬착 몬착 비어가 눅쪄 가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하늬름은 성글성글 불어오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칠팔월 나며는 우리 쇠시 먹을 거 일년 열두 먹을 촐을 비어 눅진다 허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잘들도 비어가는 구나 앞장상 비어보자 허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저 산전 밧디 가서 너른 태역 밧디 너른 촐 밧디 강 우리가 새 촐 먹을 걸 몬착 몬착 하늬름 불어오는디 비여 눅지는 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산범 고뜬 호미로 무착 무착 비여나 지라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요 미 잘도 든다 르륵 르륵 잘도나 드는구낭아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요름 석덜 비영 ᄀᆞ슬 석덜 먹을 촐을 살랑살랑 비여나 가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요 놀래에 헤~ 요 비민사 누워근 지름떡 먹음이로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요 미여 잘두나 먹어 간다 늙은 암쇠 먹어가듯 물착물착 잘두나 먹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요 놈이거 잘도 든다 푸섭덜 퍼 들어오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이 바위 저 바위 에- 넌덜 바위 바위여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요 산중에 놀던 요 풀덜아 오늘날은 이 내 로 수왕수왕 잘도 먹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서산에 해는 누엿 누엿 다 지는구나 내가 허는 은 천리만리 구만리여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설설부는 팔월 하니에 오늘날 요 비여논 요 랑 설랑설랑 몰랑 우리 쇠덜 멕여근 솔찌게 해여나 보자꾸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어기여차 소리에 뭇 두 뭇도 묶어가는구나 어허 어~ 어어엉 홍애기로구나
꼴 베는 홍애기 소리는 제주도의 벌채 노동요 중에서 가장 널리 불리는 대표적인 민요이다. 이 민요는 평온하면서도 자유리듬의 유창한 가락으로 부르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전형적인 제주 토속민요의 성격(노동을 직접 노래하는 노랫말의 직접성, 세(細)요성과 평조의 제주적인 음악적 특성, 자유리듬의 가락 등)이 잘 드러나는 민요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영배, 『북제주군 민요 채보 연구』, 도서출판 예솔, 2002. 조영배, 『제주도 노동요 연구』, 도서출판 예솔, 1992. 조영배, 『한국의 민요, 아름다운 민중의 소리』, 민속원, 2006. 조영배, 「제주도 민요의 음악양식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6.
조영배(趙泳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