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흥보가》 중 한 대목으로, 놀부가 흥보의 이야기를 듣고 박씨를 물어다 줄 제비를 후리러 다니는 장면을 부르는 대목
판소리 《흥보가》 중 한 대목으로, 놀부가 흥보의 이야기를 듣고 빨리 봄이 돌아와 박씨를 물어다 줄 제비를 후리러 다니는 장면을 노래 부른 대목
흥보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어 제비가 물고 온 박씨를 심어서 부자가 된 이야기를 놀보가 듣고 설렁거리며 박 씨를 물어다 줄 제비를 후리러 다니는 장면을 부르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권삼득(權三得, 1771~1841)의 더늠으로 〈제비가〉라고도 하며, 설렁제로 되어 있다. 설렁제는 귀인의 행차를 수행하는 교군들이 행차의 위세를 더하기 위해 높고 길게 불렀던 소리를 이른다.
《흥보가》 중 제비 후리러 가는 대목은 권삼득의 더늠으로 세마치장단에 덜렁제 창법으로 불렀다고 한다. 권삼득은 19세기 초기 조선 정조ㆍ순조 때 활약한 팔 명창 중의 한 사람으로 장기가 《흥보가》이고, 더늠으로 후세에 전한 것은 《흥보가》 중 〈제비가〉라고 하였다. 권마성을 처음 판소리에 응용한 대목으로 알려지고 있다.
1927년 근대 5명창 김창룡(金昌龍, 1872~1943)이 “권삼득 선생이라고 소개”하며 녹음한 〈제비가〉 음반(Columbia40249-A)이 발매되었고 1933년 이선유의 〈제비가〉 음반(Victor49130-A)이 발매되었다. 1941년 발매된 창극 《흥보전》 음반(Okeh 20095-K1648)에 중중모리장단으로 ‘놀부제비모라드린다’라는 명칭으로 오수암이 부른 것이 녹음되어 있다.
제비 후리러 가는 대목은 권삼득의 더늠으로 지금도 이 대목을 부를 때는 소리꾼들이 “옛날 권삼득 명창의 더늠인듸”라고 밝히고 있다. 소리제를 지시하는 여러 악조 용어 가운데 권삼득의 설렁제가 있는데 설렁제는 덜렁제, 드렁조, 권마성조, 권제, 중고제 등으로 일컬어지며 《흥보가》 이외에 《심청가》 중 〈남경장사 선인들〉 대목, 《춘향가》 중 〈군로사령〉 대목에도 나타난다. 설렁제는 어느 무인적인 인물이 호기를 부리며 씩씩하고 경쾌하게 거들먹거리며 설렁설렁 걷는 모습을 형용하는 음악적 용어로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제비 후리러 가는 대목은 중중모리장단에 ‘라(la)-도(do′)-레(re′)-미(mi′)-솔(sol′)-라(la′)’의 구성음이 나타나며 설렁제를 사용하여 표현된다. 설렁제 대목은 남성적이고 힘차게 부르는데, 내드름 부분에서 주로 고음으로 소리를 질러내며 동음으로 지속하는 등 고음역을 주로 사용하여 꿋꿋하고 거뜬거뜬하며 힘차게 소리를 가져 나가는 특징이 있다. 한편 고음에서 갑자기 저음으로 뚝 떨어지거나, 저음에서 고음으로 솟구치는 도약 선율진행이 사용된다. 설렁제는 우평조의 고음역 도약 선율로 구성됨으로써, 경쾌하고 씩씩하며 힘이 있는 소리 특징을 보인다.
(아니리) 그 날부터 제비 딱게 수십 개를 만들어서 동편 처마 끝에 달았더니, 집이 동편으로 씨름했것다. 아무리 제비를 기다려도 죽을 제비가 들어올 리 있겄느냐. 하루는 기달타 못해 그물을 메고 제비를 후리러 나가는디 (중중머리) 제비 몰러 나간다.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이 때 춘절 삼각 하사월 초파일, 연자 나비는 펄펄. 수양버들에 앉은 꾀꼬리 제 이름을 제 불러. 복희씨 맺인 그물을 에후리쳐 들어메고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방장산으로 나간다. 이편은 우두봉, 저편은 좌두봉, 건넌봉 맞은봉 좌우로 칭칭 둘렀난디, 아아! 이리 어! 덤불을 툭 쳐, 후여! 허허허 쳐 저 제비! 방장산에 짓둘러 덤불을 툭 쳐, 후여! 허허허 떴다 저제비! 니가 어디로 행하나? 연비여천에 소리개 보아도 제빈가 의심, 남비오작의 까치만 보아도 제빈가 의심, 춘일황앵에 꾀꼬리만 보아도 제빈가 의심, 층암절벽에 비둘기 보아도 제빈가 의심, "저기 가는 저 제비야! 그 집으로 들어가지 마라. 천화일에 지은 집이로다. 화급동량이라. 내 집으로 들어오너라. 이 이히이 이리와."
《흥보가》 중 제비 후리러 가는 대목은 놀보가 박씨를 물어다 줄 제비를 후리러 나가는 장면을 노래 부른 대목이며, 권삼득의 더늠으로 설렁제 창법으로 불렀다고 한다. 여러 판소리 창자들에 의해 전승되어 활발하게 연행되는 판소리 더늠 중 하나이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유산(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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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인(鄭琇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