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에서 군로사령들이 기생 점고에 불참한 춘향을 잡으러 춘향의 집을 찾아가는 대목.
판소리 《춘향가》에서 춘향이를 잡아들이기 위해 군로사령 두 명이 춘향집을 찾아가는 대목이다. 나아가 이 대목은 춘향이에게 술과 돈을 대접받고 백구타령을 부르며 돌아오는 대목까지 포괄하여 보기도 한다. 군로사령은 군뢰사령(軍牢使令)이 변한 말로, 군대 안에서 죄인을 다루던 병졸을 일컫는다. 이 대목은 중중모리 장단이며, 군로사령의 차림새와 두 사령들의 대화, 춘향집을 당도하여 나오라고 부르는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권삼득의 소리제로 알려진 ‘설렁제’로 불러 군로사령이 거들먹 거리고 나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춘향가》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유진한(柳振漢, 1711~1791)의 『만화집(晩華集)』에서 발견된다. 유진한은 《춘향가》를 타령으로 부르게 했다고 기록했다. 유진한의 《춘향가》에는 군로사령 대목이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19세기 중반의 장재백 창본 <춘향가>나 20세기 전기 빅터 유성기 음반 《춘향전》에도 군로사령 대목이 있고, 현재 전하는 《춘향가》의 모든 유파에 군로사령 대목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어, 그 역사가 오래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목은 변 사또가 기생 점고에 참석하지 않은 춘향을 잡아오라고 보낸 군로사령들이 서로 춘향을 헐뜯으며 거들먹거리고 나가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군로사령들의 차림새가 그려진 다음, 두 명의 군로사령이 대화를 이어 간다. 춘향이 양반 서방을 하였다고 자신들을 무시하였는데 사또에게 걸리어 잘 되었다고 하면서 춘향집에 가서 나오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군로사령들은 허세를 부리며 춘향집에 가지만 춘향이 친절하게 맞이하며 술과 돈을 대접하자 마음이 풀려 춘향을 잡아오지 못하고, 오히려 취해서 백구타령을 부르며 관아로 돌아가는 장면까지 포괄해서 보기도 한다. 따라서 이 대목은 내용상으로는 당시 비슷한 계급의 사람들이 춘향의 고고함을 얄밉게 보고 있었음을 알려주면서, 기생 춘향의 능숙한 응대 솜씨를 아울러 보여 줌으로써 춘향의 여러 형상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 음악적 특징 군로사령 대목은 죄인을 잡으러 나가는 사령들의 호기 있는 모습과 덜렁거리며 나가는 형상을 음악적으로 ‘설렁제’의 창법을 활용해 표현하고 있다. ‘설렁제’는 양반 광대 권삼득(權三得, 1771-1841)이 권마성(勸馬聲, 말이나 가마가 지나갈 때 위세를 더하기 위하여 그 앞에서 하졸들이 목청을 길게 빼어 부르는 소리) 소리를 응용하여 만든 창법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 높은 소리로 호령하듯 질러 내다가 차차 내려오는 가락의 창법으로 씩씩하고 거드럭거리는 느낌으로 주는 것이 특징이다. 설렁제, 또는 덜렁제, 드렁조, 권삼득제, 권제, 호걸제 등으로로 불리는 이 창법은 소리의 첫 음부터 고음을 질러내며 그 음을 반복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설렁제’가 쓰이는 장면에서는 선율 구조가 매우 특징적인데, 호기롭고 씩씩하게 걷거나, 덜렁거리며 휘젓듯이 걸어가는 장면 등에서 극적 장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설렁제의 특징은 시작하는 선율에 나타나는데, 중중모리 두 장단이 하나의 대구를 이룬다. 이 대목 역시 첫 번째 구절에서는 높은 라′(la′) 음을 반복적으로 질러내다가 두 번째 구절의 후반부에서 한 옥타브 아래로 툭 떨어진다. 설렁제의 공통적인 특징을 이 대목의 장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중중모리장단에서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첫째·넷째·일곱 번째·아홉 번째 장단에 강세가 주어지면서 거뜬거뜬한 장단 연주를 볼 수 있다.
| 강세 | << | < | < | << | ||||||||
| 북 | 덩 | 쿵 | 쿵 | 척 | ||||||||
| 박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 첫 구절 가사(앞) | 구 | ㄴ | 로 | 사 | 령 | 이 | 나 | 가 | ㄴ | 다 | ||
| 첫 구절가사(뒤) | 사 | 령 | - | 군 | 로 | 가 | 나 | 가 | ㄴ | 다 |
(중중모리) 군로사령이 나간다. 사령군로가 나간다. 산수털 벙거지에 남일공단을 안을 올려 날랠 용짜를 떡 부치고 충충충충 거들거리고 나온다. 구정댓뜰 너른 마당에 덜렁거리며 나온다. 서로 이름 부르며 나오난디, “이 애, 김 번수야!” “왜야?” “이 애, 박 번수야!” “무엇 할랴느냐?” “걸리었다 걸리어!” “게 뉘가 걸리여?” “이 애 춘향이가 걸렸다.” “옳다, 그 제기붓고 발기갈년이 양반 서방을 허였다고, 우리를 보면 초리(草履:짚신)로 보고 당혜만 잘 잘 끌고 교만이 너무 많더니만 잘되고 잘 되었다. 사나운 강아지 범이 물어가고 물도 가득차면 넘치니라.” “너나 나나 일분사정 두는 놈은 제 부모를 모르리라!” 정녕코 나올 제 세(細)수양버들 속에 청철릭이 펄렁. 남문 밖 썩 내달어 영주각을 당도. 오작교 다리 우뚝 서, “아나 옛다 춘향아!” 허고 부르난 소리 원근산천이 떵그렇게 들린다. “사또 분부가 지엄허니 지체말고 나오너라!”
-김소희 창 《춘향가》-
군로사령 대목은 군로사령들이 춘향을 잡아들이기 위해 호기롭게 겅중거리며 춘향집을 찾아가는 내용을 설렁제의 창법을 통해 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대목이다. 군로사령들이 처음에는 춘향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드러내었으며, 이후 사설에서는 춘향이의 응대를 통해 기생으로서의 춘향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또한 이 대목은 군로사령들이 춘향을 잡아가지 못하고 취한 채 돌아가는 해학적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어, 등장인물이 매우 입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더욱이 설렁제는 18세기 후반에 태어난 양반 광대 권삼득이 개발한 창법으로, 이 대목을 통해 설렁제가 《흥보가》뿐만 아니라 《춘향가》에서도 쓰여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군로사령 대목은 사설과 창법을 통해 판소리의 극적 표현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음악사적으로는 권삼득의 소리제인 설렁제가 《춘향가》에 수용되어 오늘날까지 연창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판소리: 국가무형유산(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서정민, 「춘향가 중 군로사령 대목의 설렁제 변화양상」, 『한국음악사학보』 44, 한국음악사학회, 2010. 이보형, 「판소리 권삼득 설렁제」, 『민속학논총 : 석주선교수 회갑기념』, 통문관, 1971.
최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