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적벽가》 중 유비(劉備)와 관우(關羽), 장비(張飛)가 위기에 처한 한실(漢室)을 구하기 위해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는 장면을 그린 대목
‘도원결의’ 대목은 유비ㆍ관우ㆍ장비의 세 인물이 한실(漢室)을 회복하고자 도원(桃園)에서 의형제 결의를 하는 내용으로, 《적벽가》 앞부분에 구성되어 있다. 이 대목은 유ㆍ관ㆍ장의 영웅적인 모습을 더함으로 간사하고 꾀가 많은 조조(曹操)와 대비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바디에 따라 아니리로 간략하게 짜여있기도 하다. 소리 대목으로 구성된 경우는 창자에 따라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등 다양한 장단으로 불린다.
판소리 《적벽가》는 〈삼고초려(三顧草廬)〉 대목의 유무에 따라 《적벽가》와 《민적벽가》로 구분할 수 있다. 〈삼고초려〉 대목은 《적벽가》의 초앞 부분으로, ‘도원결의→삼고초려’로 이어진다. 따라서 〈삼고초려〉 부분이 없는 《민적벽가》에는 도원결의 대목이 짜여있지 않다. 동편제 계열의 소리는 《민적벽가》로 현전하는 창본 중 유일한 《민적벽가》는 『임방울본』이다. 이 창본에서는 도원결의와 〈삼고초려〉 대목이 없다. 동편제 계열의 또 다른 『박봉술본』은 서편제 계열의 김채만(金采萬, 1865~1911)의 소리가 수용되어, ‘도원결의’와 〈삼고초려〉 대목이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유파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법제인 동편제 계열의 《민적벽가》가 《적벽가》 전승에 있어서 고형(古型)이며, 도원결의 대목은 〈삼고초려〉 대목과 함께 유사한 시기에 수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도원결의 대목은 판소리 《적벽가》의 앞부분에 구성되어 있는데, 박봉술(朴奉述, 1922~1989)․한승호(韓承鎬, 1924~2010) 바디의 소리가 해당된다. 반면 김연수(金演洙, 1907~1974)ㆍ정권진(鄭權鎭, 1927~1986) 바디는 〈공명천거(孔明薦擧)〉 대목으로 짜여있다. 이 대목은 서서(徐庶)가 떠나면서 유비에게 공명을 천거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도원결의 대목은 유비ㆍ관우ㆍ장비 삼인(三人)의 인물 중심으로 사설이 짜여있다면, 〈공명천거〉 대목은 삼인이 아닌 공명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박동진바디는 이 두 대목을 모두 구성하여 도원결의 대목 다음에 〈공명천거〉 대목으로 이어진다. 도원결의로 시작하는 한승호․박봉술 바디는 〈장판교 싸움〉으로, 〈공명천거〉로 시작하는 김연수․정권진 바디는 〈박망파 싸움〉으로 대목이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각 바디의 사설이 일관성을 가지고 원전인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내용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음악적 특징 도원결의 대목은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우조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특징적인 점은 창자별로 다양한 장단이 활용되고 있는 점이다. 박봉술바디는 중모리장단으로, 한승호바디는 중중모리장단으로, 김동준의 소리는 진양조장단으로 짜여있다.
도원결의 대목은 다양한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노랫말은 유사하게 짜여있다. 유비ㆍ관우ㆍ장비 세 영웅이 난세(亂世)의 상황에서 한실을 회복시키기 위해 합심할 것을 결의하는 내용으로 장엄한 분위기를 만든다. 박봉술ㆍ한승호바디 외에 다른 바디에서는 이 부분을 아니리로 간략하게 언급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니리)
천하대세가 합구필분(合久必分)이요 분구필합(分久必合)이라. 한나라 말년에 진시황이 통일하였고 한고조(漢高祖)께서는 인의(仁義)로 통일하야 사백년을 내려오드니 난신적자(亂臣賊子)들이 사방에서 벌떼같이 일어나 천하가 소란할 제 한말(漢末) 위한오(魏漢吳) 삼국시절에 황족유약(皇族幼弱)하고 군도병기(群盜竝起)한데 간휼(奸譎)하다 조맹덕(曺孟德)은 천자를 가칭(假稱)하야 천하를 엿보았고, 범람(汎濫)타 손중모(孫仲謀)는 강하(江河)의 험고(險固) 믿고 제업(帝業)을 명심하여 창의(倡義)할사 유현덕(劉玄德)은 종사(宗社)를 돌아보아 형성(荊城)으로 구치(驅馳)하니, 충간(忠奸)이 공립(共立)하고 정족(鼎足)이 삼분(三分)할 새 모사는 운집(雲集)이요 명장은 봉기(蜂起)로다. 북위(北魏) 모사 정욱(程昱) 순욱(筍彧) 순문약(筍文若)이며 동오(東吳) 모사 노숙(魯肅) 장소(張紹) 제갈근(諸葛瑾)과 경천위지(經天緯地) 무궁조화 잘긴들 아니허랴. 그 때에 한나라 유관장(劉關張) 삼인이 도원에서 결의할 제
(중모리)
도원(桃園)이 어데매뇨 한나라 탁현(涿縣)이라. 누상촌(樓桑村) 봄이 드니 붉은 안개 빚어나고 반도화(蟠桃花) 흐르난 물 아침 노을에 물들었다. 제단을 살펴보니 금줄을 둘러치고 오우백마(烏牛白馬)로 제 지내며 세 사람이 손을 들어 의맹(義盟)을 정하는데 유현덕으로 장형 삼고 관운장(關雲長)은 중형이요 장익덕(張翼德) 아우되야 몸은 비록 삼인이나 마음과 정신은 한 몸이라. 이렇닷이 굳센 결의 천지신명께 맹세허다. 황건적(黃巾賊) 도탄중에 만백성을 구출하야 대업(大業) 달성 이루랴면 구사일생 천신만고 어떠한 난관이 없으리요. 유관장 삼형제는 같은 연월 한날한시 죽기로서 맹약(盟約)하고 피끓는 구국충심 도원결의(桃園結義) 이루었다. 한말이 불운하야 풍진이 뒤끓는다. 황건적을 평난하니 동탁(潼卓)이 일어나고 동탁난을 평정하니 이곽(李郭)이 난을 짓고, 이곽을 평정한 후 난세간웅(亂世奸雄) 조아만(曺阿瞞)은 협천자이(狹天子而) 횡포하고 벽안자염(碧眼紫髥) 손중모는 강동을 웅거하야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자랑헌다.
박봉술 창 〈도원결의〉
김진영 외, 『적벽가 전집』, 박이정, 1998.
판소리 《적벽가》 중 도원결의 대목은 유ㆍ관ㆍ장 삼인이 위기에 놓인 한실을 회복하고자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는 장면을 내용으로 하는데, 창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김연수와 정권진 등은 아니리로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으며, 박봉술바디와 한승호바디는 소리로 짜여있다. 하지만 각각 중모리장단과 중중모리장단으로, 김동준은 진양조로 소리하는 등 다양한 장단으로 불리고 있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김기형, 『적벽가 연구』, 민속원, 2000. 김진영 외, 『적벽가 전집』, 박이정, 1998. 최동현ㆍ김기형 엮음, 『적벽가 연구』, 신아출판사, 2000. 김기형, 「《적벽가》의 전승계보와 바디간 장단 사설구성 비교」, 『판소리연구』 4, 판소리학회, 1993. 김상훈, 「적벽가의 이본과 형성 연구」, 인하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2. 노민아, 「박봉술과 한승호의 《적벽가》 비교연구: 눈대목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0. 서정민, 「김연수 바디 《적벽가》의 구성과 음악적 특징」,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4.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