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맞지 못 하야〉, 〈오강귀도(吳江歸途)〉
판소리 《적벽가(赤壁歌)》 중 조자룡이 공명(孔明)을 호위하며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추격해 오는 서성(徐盛)과 정봉(丁奉)을 무찌르기 위해 활을 쏘아 그들을 쫓아내는 내용을 그린 대목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은 제갈공명(諸葛孔明)이 동남풍을 빈 후 조자룡과 본국을 돌아가는데 주유(周瑜)의 명을 받은 서성과 정봉이 배를 타고 공명을 잡으려고 쫓아온다. 이때 조자룡이 활을 쏘아 서성과 정봉이 탄 배의 돛대를 부러뜨려 그들을 물리치는 내용으로, “말이 맞지 못 하야∼”의 사설로 시작한다. 서성과 정봉이 공명을 잡으려고 쫓아가는 긴박한 상황이 자진모리장단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우조 선율이 주를 이룬다.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은 《적벽가》의 대표적인 눈대목으로, 주유가 보낸 서성과 정봉 두 장수가 공명을 잡기 위해 따라오자, 조자룡이 활을 쏘아 그들을 쫓아 보내는 장면을 노래한 부분이다.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1940)에 19세기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 주덕기(朱德基)의 더늠으로 소개되어 있다. 주덕기는 송흥록(宋興祿)과 모흥갑(牟興甲)에게 소리를 배웠는데, 특히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의 긴박한 장면을 극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한다. 이 대목은 대부분의 창본이나 창본 계열의 소설본에 포함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비교적 이른 시기에 형성되었으며 주덕기에 이르러 더늠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음원은 1934년에 오케(Okeh)에서 발매한 유성준(劉成俊, 1873~1944)이 부른 「적벽가 조자룡 활쏘는데 上․下」 대목이 복각되어 전하고 있다.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병산에 바람이 불자 주유가 겁을 내어 서성과 정봉에게 공명을 처리하라고 명을 내린다. 서성과 정봉은 배를 타고 공명을 찾으러 가다가 공명과 자룡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자룡이 활을 쏘아 서성과 정봉이 탄 배의 돛대를 부러뜨리며 본국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내용의 노랫말이 ‘기승전결’ 구조로 구분이 되는데, ‘기’ 단계에서 ‘남병산의 바람’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승’ 단계에서 ‘공명을 찾는 서성과 정봉’ 내용이 전개된다. ‘전’ 단계에서 장면의 전환과 함께 ‘자룡’이라는 새로운 인물 등장으로 극의 흐름은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끝으로 ‘결’ 단계에서 ‘서성과 정봉이 자룡의 활을 맞고 도망간다’로 마무리된다. 이같이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은 짜임새가 탄탄하고 단계별 기승전결 구분이 확실한 구조로 더욱 극적인 요소를 더하게 한다. ○ 음악적 특징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은 서성과 정봉이 공명을 잡으려고 쫓아가는 긴박한 상황과 조자룡이 서성과 정봉이 탄 배에 활을 쏘아 돛을 부러뜨리는 일촉즉발의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조 성음과 역동적인 선율로 표현되고 있다. 악조는 모든 바디에서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우조로 시작하여 선율이 진행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미(mi)-솔(sol)-라(la)-(시(si))-도(do')-레(re')-미(mi')'의 계면조로 바뀌면서 곡은 마무리된다. 계면조에서 '시(si)'음은 꺾는 음의 기능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독립적인 시가로 구성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대목은 자진모리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정권진바디는 51장단에서 61장단까지 자진중중모리장단으로 잠깐 속도의 변화가 생기는 특징이 있다. 박동진바디는 자진중중모리장단으로 시작하여 자진모리장단으로 바뀌는 형태이다.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은 긴박한 상황을 노래하는 부분이어서 다양한 붙임새가 활용되고 있다. 붙임새는 대마디대장단보다 완자걸이, 잉어걸이의 사용 비율이 높게 나타나며, 이 외에도 밀붙임, 당겨붙임 등 다양한 붙임새가 활용되고 있다.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은 서성과 정봉이 배를 타고 공명을 잡으려고 쫓아오니, 자룡이 활을 쏘아 서성과 정봉이 탄 배의 돛대를 부러뜨려 그들을 쫓아내는 내용이다. 노랫말은 “말이 맞지 못하야∼”로 시작하며, 전개는 짜임새 있게 탄탄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대목의 특징적인 점은 ‘움죽, 와직끈, 떼그르르, 피르르르, 절컥, 덜컥, 풍’ 등 의성어와 의태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흉내말을 사용한 함축적 표현이 선율과 함께 장면 묘사에 효과를 주고 있다. 특히 박봉술본의 노랫말은 동사의 사용을 줄이고, 형용사를 이용한 도치법, 열거 등을 통해 사설들이 대구(對句)를 이루어 표현된다. 이것은 판소리의 사설이 마치 시의 글귀처럼 운율이 맞춰져서 자진모리장단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리) 그 때에 오나라 주유 일반 문무 장대상의 모아 앉어 군병 조발(調發)할 새, 이 날 간간 근야(近夜)에 천색은 청명하고 미풍이 부동커날 주유 노숙다려 왈, “공명이 나를 속였다. 융동(隆冬) 때에 동남풍이 있을쏘냐.” 노숙이 대답하되, “제 생각에는 아니 속일 사람인 듯 하외이다.” “어찌 아니 속일 줄을 아느뇨.” “공명을 지내보니 재조는 영웅이요, 사람은 또한 군자라. 군자영웅이 이러한 대사에 거짓말로 남을 어찌 속이리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사이다.” (자진모리) 말이 맟지 못하여 이날 밤 삼경(三更)시에 바람이 차차 일어난다. 뜻밖에 광풍이 우루루루 풍성이 요란커늘 주유 급히 장대상에 퉁퉁 나려 깃발을 바라보니 청룡주작(靑龍朱雀) 양기각기 백호현무(白虎玄武)를 응하야 서북으로 펄펄 삽시간에 동남대풍이 일어 지각이 와지끈 움푹 기폭관도 떠그르르 천둥같이 일어나니 주유가 이 모양을 보더니 간담이 떨어지난지라. ‘이 사람의 탈조화(奪造化)는 귀신도 난측(難測)이라. 만일 오래 두어서는 동오(東吳)에 화근이매 죽여 후환(後患)을 면하리라.’ 서성(徐盛) 정봉(丁奉)을 불러 은근히 분부하되, “너희 수륙으로 나려 남병산 올라가 제갈량을 만나거든 장단을 묻지 말고 공명의 상투 잡고 드는 칼로 목을 얼른 쏵 미명(未明)에 당도하라. 공명을 지내보니 재주는 영웅이요 사람은 군자라 죽이기는 아까우나 그대로 살려 두었다가는 동오에 화근이니 명심불망(銘心不忘)하라.” 서성은 배를 타고 정봉은 말을 놓아 남병산 높은 봉을 나는 듯이 올라가 사면을 살펴보니 공명은 간데없고 집기창산의 당풍입하여 끈떨어진 채일 장막 동남풍에 펄렁펄렁 기 잡은 군사들은 여기저기 이만허고 서 있거늘 “이 놈 군사야.” “예.” “공명 선생이 어디 가드냐.” 저 군사 여짜오되, “바람을 얻은 후 머리 풀고 발 벗고 이 너머로 가더이다.” 두 장수 화를 내어, “그러면 그렇지.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이어든 종천강(從天降)하며 종지출혈(從地出穴)가. 제가 어디로 도망을 갈까.” 단하로 쫓아가니 만경창파 넓은 바다 물결은 황량한데 공명의 내거종적(來去蹤迹) 무거처(無去處)여늘 수졸을 불러, “이 놈 수졸아.” “예.” “공명 선생이 어데로 가드냐.” “아니 소졸(小卒)들은 공명은 모르오나 작일 일모시 강안에 매인 배 양양 강수 맑은 물 고기낚는 어선배 십리장강 벽파상 왕래하던 거룻배 동강의 칠리탄 엄자릉(嚴子陵) 낚시밴지 만단의심을 하였드니 뜻밖에 어떤 사람 머리 풀고 발 벗고 창황분주 내려와 선미에 다다르니 그 배 안에서 일원대장이 우뚝 섰난디 한번 보매 두 번 보기 엄숙한 장수 선미에 퉁퉁 절하매 읍을 허며 둘이 귀를 대고 무엇이라고 소곤소곤 고개를 까딱까딱 입을 쫑긋쫑긋 허더니 그 배를 급히 잡아타고 상류로 가더이다.” “옳다, 그것이 공명일다.” 날랜 배를 잡아타고, “이 놈 사공아.” “예.” “네 배를 빨리 저어 공명 탄 배를 잡어야망정 만일 못 잡으면 이내 장창 드는 칼로 네 목을 땡기렁 베어 이 물에 풍덩 드리치면 네 백골을 뉘 찾으랴.” 사공들이 황겁하야, “여봐라 친구들아, 우리가 까딱까딱 하다가는 오강의 고기밥이 되겄구나. 열두 친구야, 치다리 잡어라. 어기야 듸야 어기야 뒤여 어기야 엉어기야 어기야 뒤야 어기야 뒤여 어기야 엉어기야.” 은은히 떠들어갈 제 상류를 바라보니 오강 여울 떴난 배 흰 부채 뒤적뒤적 공명 일시가 분명쿠나. 서성(徐盛)이 크게 웨여, “저기 가는 공명 선생 가지 말고 게 머물러 나의 한 말 듣고 가오.” 공명이 허허 대소하며, “너희 도독 살해 마음 내 이미 아는지라. 후일 보자 화보하라.” 서성 정봉 못 듣는 체 빨리 저어 쫓아가며, “긴히 할 말이 있사오니 게 잠깐 머무소서.” 자룡(子龍)이 분을 내어, “선생은 어찌 저런 범람한 놈들을 목전에다 두오니까, 소장(小將)의 한 살 끝에 저 놈의 배아지를 산적꿰듯 하오리다.” 공명이 만류하되, “아니 그는 양국 대사를 생각하야 죽이든 말으시고 놀래여서나 보내소서.” 자룡이 분을 참고 선미에 우뚝 나서,“"이 놈 서성 정봉아, 상산의 조자룡을 아는다 모르는다. 우리나라 높은 선생 너희 나라 들어가 유공이 많었거든 은혜는 생각지 않고 해코자 따라오느냐. 너희를 죽여 마땅하되 양국화친을 생각하야 죽이든 않거니와 내 수단이나 네 보아라.” 가는 배 머무르고 오는 배 바라보며 백보 안에 가 드듯마듯 장궁철전(長弓鐵箭)을 먹여 비정비팔(非丁非八) 흉허복실(胸虛腹實)하야 대투를 숙이고 호무 빼거들며 주먹이 터지게 좀통을 꽉 쥐고 삼지(三指)에 힘을 올려 깍지손을 따르르르 귀먹아씨 정기일발 깍지손을 딱 떼니 번개같이 빠른 살이 해상으로 피르르르 서성 탄 배 덜컥 돛대 와지끈 물에 가 빙빙빙빙 워리렁 출렁 뒷둥 끊어져 떠나갈 제.
박봉술 창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
김진영 외 편저, 『적벽가 전집1』, 박이정, 1998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은 판소리 자진모리장단의 대표적인 곡이며, 《적벽가》의 눈대목으로 꼽힌다. 이 대목은 비교적 긴 사설이 극적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빠른 장단의 다양한 붙임과 선율로 짜여 있다. 이와 같은 탄탄한 짜임새와 음악적 구조로 장엄한 《적벽가》의 판소리 묘미를 잘 구현하고 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김기형, 『적벽가 연구』, 민속원, 2000. 김진영 외, 『적벽가 전집』, 박이정, 1998. 최동현·김기형 엮음, 『적벽가 연구』, 신아출판사, 2000. 정병헌, 「판소리 적벽가의 삼국지연의 수용 양상」, 『한중인문학연구』 16, 2005. 김기형, 「적벽가의 역사적 전개와 작품세계」,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3. 김상훈, 「적벽가의 이본과 형성 연구」, 인하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87. 노민아, 「박봉술과 한승호의 《적벽가》 비교 연구 –눈대목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0. 서정민, 「김연수 바디 《적벽가》의 구성과 음악적 특징」,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4.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