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쇠로 만든 둥근 판을 채로 쳐서 길고 깊은 울림을 내는 타악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속 타악기로, 놋쇠로 만든 둥근 판을 채로 쳐서 낮고 깊게 퍼져나가는 소리를 낸다. 고대부터 군대의 신호 악기나 궁중 의례 악기로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농악, 무속 음악, 불교 음악 등 민속 음악 전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악기로 자리 잡았다. 특히 대취타에서는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징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인도네시아의 공(Gong)처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발견되는 놋쇠 원반 악기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의 기록에서 그 초기 형태를 찾을 수 있다. 『고려사』에는 왕의 행차 의식인 노부(鹵簿)에 금정(金鉦)이라는 이름의 악기가 편성되었다는 기록이 있어, 국가의 공식적인 의례에 이미 중요한 악기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① 형태와 구조
징은 울림판이 되는 몸체와 이를 치는 채로 구성된다. 놋쇠로 만든 몸체의 치는 면 중앙을 '봉뎅이', 테두리를 '전두리(시울)'라고 한다. 소리의 깊이와 울림은 봉뎅이의 두께와 전두리의 너비에 따라 결정되며, 전두리 안쪽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 끈을 맵니다. 징채는 끝을 헝겊으로 감싼 나무 막대를 사용한다.
② 제작법 전통적으로 징은 방짜유기 제작방식에 따라 만들어졌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에 열을 가해 녹여 망치로 두들기고 찬물에 담금질하여 유기를 제작한다. 합금ㆍ바둑 만들기ㆍ네핌질ㆍ우김질ㆍ냄질ㆍ닥팀찔ㆍ제질ㆍ담금질ㆍ울음질ㆍ가질 순으로 그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징의 제작과정은 제작자에 따라 순서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재료의 비율도 정량화되어 있지 않다. 『세종실록』에 금은 동(銅)으로 만든다고 하였고, 『악학궤범』에 대금(大金)은 유철로 만들고, 채는 사슴가죽을 말아서 썼다고 하였다. 오늘날에도 구리와 주석을 합금하여 징을 만든다. 징채는 나무 막대기를 천으로 감싸 만든다.
③ 악기 연주법 징은 단순히 치는 악기가 아니라 깊은 울림을 다루는 악기이다. 연주법: 틀에 매달아 앉아서 치거나, 끈을 손에 들고 서서 칩니다. 농악에서는 징을 들고 춤을 추기도 한다. 원점과 너름새: 가장 깊고 풍부한 소리를 내기 위해 치는 정확한 지점을 '원점'이라 하며, 원점을 쳤을 때 낮고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소리의 번짐을 '너름새'라고 한다. 너름새가 좋은 징을 상품으로 친다. 울림과 여음: 징의 가장 큰 특징은 한번 치고 난 뒤 남는 길고 깊은 여음(餘音)이다. 농악에서는 이 여음이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너그럽게 감싸 안는 역할을 하며, 무속 의식에서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④ 연주악곡 궁중 음악: <대취타(무령지곡)>, <종묘제례악> 중 '정대업' 민속 음악: <사물놀이>, <농악(풍물굿)>, <시나위> 무속/불교 음악: <진도씻김굿>, <경기도당굿>, <회심곡> 등
⑤ 역사적 변천 고려시대 궁중 의례에 쓰이던 징은 조선시대로 이어져 그 역할이 더욱 다양해졌다. 궁중과 군영: 『세종실록·오례』에는 군대의 신호용 악기로 정(鉦)과 금(金)이 등장하는데, 후대의 기록에서는 정은 군대의 진퇴를 명령하고, 금은 금지하는 신호로 그 기능이 분화되기도 했다. <종묘제례악>에서는 대금(大金)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의 끝을 알리는 역할을 했으며, 조선 후기에는 <대취타>와 같은 군영 악대에 편성되었다. 민속 음악: 궁중뿐 아니라 농악, 무속, 불교 등 민간에서도 폭넓게 사용되었다. 농악에서는 전체 음악의 박을 짚어주는 역할을, 무속에서는 신을 부르는 신성한 도구로 여겨져 울징, 대영 등으로 불렸다. 불교 의식에서는 태징(太鉦)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현대: 근대에 이르러 이러한 민속 음악의 전통이 사물놀이로 재탄생하면서, 징은 꽹과리, 장구, 북과 함께 4대 핵심 악기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징은 한국 음악에서 음향의 근본과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담당하는 독보적인 악기이다. 빠르고 화려한 가락을 연주하지는 않지만, 낮은 음의 울림으로 전체 음악의 기틀을 잡고 모든 소리를 조화롭게 감싸 안는다. 군대의 엄격한 신호에서 출발하여 제례의 장엄함을 더하고, 민중의 신명과 신앙심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변화해 온 징의 역사는, 소리 하나에 시대의 정신과 공동체의 염원을 담아온 한국 음악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조오례의』 『세종실록』 『악학궤범』
『국조오례의』 『세종실록』 『악학궤범』 이숙희, 『조선후기 군영악대 취고수·세악수·내취』, 태학사, 2007 성굉모, 「징 음향측정 및 분석」, 국악원 논문집, 1994 국립국악원, 『국악기 실측 자료집』 1, 2008.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1.
오지혜(吳䝷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