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와 그 인근 지역에서 불리던 향토민요 〈상사소리〉를 통속화하여 부르는 남도민요
남도민요 농부가는 전라도 지역의 모심기소리인 〈상사소리〉를 판소리에 삽입하여 부르다가 통속민요화한 것으로, 긴소리와 자진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농부가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상사소리〉는 원래 모찌기ㆍ모심기ㆍ논매기ㆍ밭매기ㆍ나뭇짐 지기ㆍ말뚝 박기ㆍ보다지기ㆍ흙가래질하기ㆍ땅다지기ㆍ흙뭉치 올리기ㆍ묘다지기ㆍ줄다리기 등 다양한 용도로 부르던 소리였으며, 분포 또한 전국적인 경향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전라도와 충청도 일부, 경남 일부의 ‘상사디여’라는 후렴구를 가진 〈상사소리〉가 먼저 판소리 《춘향가》에 삽입되었고, 이후 남도민요 농부가의 생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판소리 《춘향가》에 삽입한 농부가는 이도령이 남원 근처에 당도했을 때, 농부들이 모심기를 하는 대목에서 부른다. 이때 사설은 청중의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구성하고 장단은 느린 속도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20세기 초반부터 유성기음반에 녹음된 판소리 삽입가요 농부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가장 오래된 음원은 1906년에 녹음된 명창 송만갑(宋萬甲, 1865~1939)의 소리이다. 판소리에 삽입된 농부가는 통속민요 농부가의 형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며, 이미 20세기 초반 잡가집에 농부가의 사설과 악보가 수록되어 있었으므로 대한제국 시대에 소리꾼들이 통속민요 농부가를 불렀다고 볼 수 있다. 이후 1930년대에 유성기음반과 경성방송국 국악방송을 통해서도 농부가가 연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유성기음반에 녹음된 남도민요 농부가는 김창환(金昌煥, 1854~1927)이나 오비취(吳翡翠, 1918~1982)ㆍ김소희(金素姬, 1917~1995)ㆍ임방울(林芳蔚, 1904~1961) 등의 이름난 판소리 명창들에 의해 불렸다. 이렇게 향토민요 〈상사소리〉가 판소리에 삽입되기도 하고 통속민요로 불리기도 하면서 음악적으로 바뀌었으며, 현재는 판소리나 통속민요의 음악적 특징을 향토민요 모심기소리에서 수용하여 부른다. 〈농부가〉는 긴소리와 자진소리 즉 느린소리와 빠른소리를 하나로 엮어 부르며, 긴소리는 중모리장단으로 부르고 자진소리는 중중모리장단으로 엮어나간다. 선율은 ‘미(mi)-라(la)-시(si)-도(do′)-레(re′)’의 구성음에 라 음으로 종지하는 전형적인 육자배기토리이다.
〈농부가〉는 긴소리와 자진소리로 구성되며 이를 각각 〈긴농부가〉와 〈자진농부가〉라고도 한다. (후렴) 여~여어 여~여루 상사디이여
여보시오 농부님네 (예) 이내 말을 들어보소 어~허 농부들 말 들어요 캄캄한 어두운 밤은 멀~리 멀리 사라지고 삼천리 너~른 땅에 새 빛이 밝았구나 산명수렴 이 강산은 우리 농부들에 차지로세
-긴농부가
(후렴) 어화~어화 여어루 상~사디이여 여보소 농부들 말 듣소 (예) 어화 농부들 말 들어 운담풍경(雲淡風輕) 근오천(近午天)은 방화수류(訪花水柳)허여 전천으로 나려간다
-자진농부가
농부가는 지역의 모심기소리를 통속화하여 유행시킨 민요로 판소리 삽입가요와도 관련이 있다. 또한 통속화된 소리가 지역 향토민요에 다시 영향을 주어 불리게 되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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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은(鄭諝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