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자진아라리>가 서울·경기 지역 음악 양식으로 통속화된 민요.
강원도아리랑은 강원도지역 향토민요인 〈자진아라리〉가 20세기 초반에 서울ㆍ경기지역의 전문음악인들에 의해 불리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통속민요이다.
수많은 아리랑소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향토민요에는 강원도의 〈긴아라리〉와 〈자진아라리〉가 있다. 그중 강원도아리랑의 원류인 〈자진아라리〉는 강원도 전 지역을 넘어 남쪽으로는 경상도, 충청도, 전북까지 분포하며, 북쪽으로는 평남과 함남에 이르기까지, 단일곡으로서는 가장 넓은 분포를 보이는 향토민요라 할 수 있다. 〈자진아라리〉의 본고장인 강원도 강릉ㆍ학산ㆍ명주ㆍ양양ㆍ평창 등 영동지방(嶺東地方)에서는 이 곡을 모심기소리로 많이 불렀다. 이렇게 강원도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 전파되어 불리던 〈자진아라리〉가 서울을 비롯한 경기 지역에 전해지면서 전문음악인들에 의한 통속민요 강원도아리랑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강원도아리랑은 20세기 초반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공연 및 유흥의 현장에서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아리랑소리의 하나로 연행되었다. 강원도아리랑은 대체로 3+2+3+2박의 리듬형을 가진 10/8박자 엇모리장단으로 구성되며, 음조직은 ‘미(mi)-솔(sol)-라(la)-도′(do′)-레′(re′)’의 구성음을 가지고, 라(la)로 종지하며, 순차 위주의 선율진행을 보이고, 미(mi)를 얕게 떠는 전형적인 메나리토리(조)이다. 여기에 경기민요의 창법이 더해진다. 강원도아리랑의 모곡인 〈자진아라리〉의 선율 역시 전형적인 메나리토리로 구성되는데, 향토민요에서는 미(mi)ㆍ라(la) 두 음 또는 둘 중 한 음을 얕게 떤다. 1921년 발행된 이상준(李尙俊, 1884~1948)의 잡가집 『조선쇽가(조선신구잡가)』에 “아지깔이 동백아 여지마라 시골에 큰애기때 난봉난다”라는 사설이 수록된 것으로 보아 1920년대 전후로 강원도아리랑이 일반에 유행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유성기음반과 경성방송국 방송 곡목에서도 강원도아리랑의 연행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대중매체를 통해 통속민요 강원도아리랑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1927년에 〈난란타령(卵卵打令)〉(닙보노홍 K158)이라는 곡명으로 이유색(李柳色, 1896~?)ㆍ유운선(柳雲仙, 1889~?)ㆍ박채선(朴彩仙, 1902~?) 등 예기(藝妓)들에 의해 녹음 발매된 초창기 음반이 확인되고, 1930년대에도 강원도아리랑을 수록한 음반이 발매되었다. 그러나 강원도아리랑이라는 곡명으로 발매된 유성기음반 중에는 정선아리랑을 담은 것도 있으므로 제목만으로 그 음악적 내용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음원으로 확인이 가능한 유성기음반은 1934년 발매된 이옥화(李玉花, 1898~?)의 강원도아리랑(Regal C198-B)이 있으며, 현재의 강원도아리랑과 비교하여 후렴 부분에서 음악적인 차이를 보인다. 경성방송국의 국악 방송에서도 예기들이 부른 강원도아리랑의 방송 목록이 확인되지만, 정확한 사설과 음악적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강원도아리랑의 유행에는 예기 집단의 음반 취입과 방송 활동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광복 이후 현재까지 강원도민요의 하나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주로 경기민요 가창자들에 의해 연행되며, 북한에서는 〈경상도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머리에 바르는 기름을 짜낼 수 있는 아주까리와 동백을 소재로 하여 노래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머리에 기름을 발라 단장할 일이 있겠냐며 임 없는 신세를 한탄하지만, 이내 스스로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잘 살아보자며 희망적인 내용을 노래하기도 한다. (후렴) 아리아리 쓰리쓰리 / 아라리요 / 아리아리 얼씨구 / 노다가세 / 아리아리 쓰리쓰리 /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로 / 넘어간다 / 아주까리 동백아 / 여지마라 / 누구를 괴자고 / 머리에 기름 / 산중의 귀물(貴物)은 / 머루나 다래 / 인간의 귀물(貴物)은 / 나 하나라 / 감꽃을 주우며 / 헤어진 사랑 / 그 감이 익을 땐 / 오마던 사랑 / 만나 보세 만나 보세 / 만나보세 / 아주까리 정자(亭子)로 / 만나 보세 / 영창(暎窓)에 비친 달 / 다 지도록 / 온다던 그 임은 / 왜 아니 오나 / 풀벌레 구슬피 / 우는 밤에 / 다듬이 소리도 / 처량쿠나 / 열라는 콩팥은 / 왜 아니 열고 / 아주까리 동백은 / 왜 여는가 /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교과서 표준악보집』, 2022, 221쪽.
강원도아리랑은 원래 강원도의 향토민요인 〈자진아라리〉가 서울ㆍ경기지역에서 불리며 유행하게 된 민요로 향토민요의 통속화를 보여주는 아리랑소리의 예이다. 〈자진아라리〉의 음조직인 메나리토리와 특유의 엇모리장단 등은 유지하면서, 시김새 및 표현에 있어 경기민요 창법으로 변형시켜 만든 서울경기식의 〈자진아라리〉인 셈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편, 『경성방송국국악방송곡목록』, 민속원, 2000.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편, 『한국유성기음반총목록』, 민속원, 1998. 김영운, 「강원도 민요의 음악적 특징-모심는소리ㆍ논매는소리 및 통속민요를 중심으로-」, 『우리춤과 과학기술』 6/3, 2010. 김영운, 「아리랑형성에 대한 음악적 연구」, 『한국문학과 예술』 7, 2011. 이보형, 「아리랑소리의 근원과 그 변천에 관한 음악적 연구」, 『한국민요학』 5, 1997. 이용식, 「강원도 〈아라리〉의 음악적 특징과 원형적 특질」, 『한국민요학』 25, 2009. 이용식, 「아리랑의 토속성과 통속성」, 『열상고전연구』 51, 2016.
정서은(鄭諝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