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가(燕子歌), 제비가 별조(別調)
6박장단과 세마치장단으로 불리며 여러 판소리 대목을 조합한 사설을 노래하는 잡가
제비가는 6박장단과 세마치장단으로 짜여진 리드미컬한 곡으로 사설은 판소리 《춘향가》 중 〈긴 사랑가〉와 판소리 《흥부가》 중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 《남도잡가》 중 〈새타령〉의 사설이 조합되어 완성되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제비가는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애창되었으며 주로 민간의 유희 장소나 겨울철 파움 등에서 불렀다고 한다. ○ 음악적 특징 제비가는 경토리와 수심가토리가 혼합된 형태의 음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12잡가 중 높은 음역의 선율을 노래하는 곡이다. 6박장단으로 부르는 앞부분과 달리 빠르기를 세마치장단으로 하는 뒷부분을 부를 때 반음을 올려서 부르는데 이런 이유로 제비가의 구성음들이 달라진다. 높은 음역의 선율로 부르는 부분은 장단 역시 빠른 세마치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부르기 어려운 곡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휘몰아치듯 빠르게 진행되는 선율과 도약 선율은 제비가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시김새는 중심음인 레(re′)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레(re′)에서 나타나는 시김새로는 음을 흔들어 내면서 흔드는 음보다 낮은음을 순차적으로 붙이는 시김새, 앞뒤로 여러 음을 순차적으로 붙이는 시김새, 음을 흔드는 요성 등이 있다. 제비가 앞부분과 뒷부분에서 다른 종지형을 활용한다. 6박장단으로 구성된 제비가의 앞부분은 ‘도(do′)-도(do′)로 같은 음을 연이어 노래하며 평행하게 종지한다. 그러나 이 부분의 미분음을 살펴보면 ‘도(do′)-솔(sol)-도(do′)’로 완전4도 아래음을 살짝 짚고 마지막 도(do′)음은 강하고 깊이 있게 불러서 상행종지와 같은 느낌을 표현하기도 한다. 세마치장단으로 부르는 뒷부분의 선율은 모두 ‘레(re′)-라(la)-레(re′)’로 상행종지한다. 제비가는 ‘4박장단’, ‘6박장단’, ‘빠른 4박장단’, ‘세마치장단’으로 되어있다. 자세한 장단 구성을 살펴보면, 느린4박 1장단, 느린6박 17장단, 빠른4박 1장단, 세마치 128장단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제비가는 한 곡 안에서 다양한 장단의 변화와 빠르기가 나타난다. 이중 ‘6박장단’ 부분은 ‘도(do’)’를 중심으로 평행종지하며 선율의 도약 진행은 좀 더 다이나믹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세마치장단’ 부분의 선율은 상행종지한다. ○ 형식과 구성 제비가는 통절형식이며 사설의 내용상 두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고 16마루로 나뉜다. 제비가 6박장단은 《춘향가》 중〈긴 사랑가〉를 인용한 부분이며, 세마치장단으로 《흥부가》 중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과 《남도잡가》 중〈새타령〉부분을 인용하여 조합한 잡가로 장단으로 보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잡가는 독창자와 장구 반주만으로 단조롭게 부르기도 하지만, 여러 명의 창자가 함께 부르기도 하고 반주 악기를 사용해서 부르기도 한다. 반주 악기로는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장고 등이 사용되며 그 외의 악기를 편성하기도 한다.
만첩산중 늙은 범 살찐 암캐를 물어 다 놓고 에 어르고 노닌다. 광풍의 낙엽처럼 벽허 둥둥 떠나간다. 일락서산 해는 뚝 떨어져 월출동령에 달이 솟네. 만리장천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복희씨 맺은 그물을 두루쳐 매고서 나간다. 망당산으로 나간다. 우이여- 어이구 저 제비 네 어디로 달아나노. 백운을 박차며 흑운을 무릅쓰고 반공중에 높이 떠 우이여- 어이구 달아를 나느냐 내 집으로 훨훨 다 오너라. 양류상에 앉은 꾀꼬리 제비만 여겨 후린다. 아하아 이에- 에- 네 어디로 행하느냐. 공산야월 달 밝은데 슬픈 소리 두견성 슬픈 소리 두견제 월도천심야삼경에 그 어느 낭군이 낮 찾아오리. 울림비조 뭇새들은 농춘화답에 짝을 지어 쌍거쌍래 날아든다. 말 잘하는 앵무새 춤 잘 추는 학두루미 문채 좋은 공작 공기 적다 공기 뚜루루룩 숙궁접동 스르라니 호반새 날아든다. 기러기 훨훨 방울새 떨렁 다 날아들고 제비만 다 어디로 달아나노.
제비가의 사설은 판소리 판소리 《춘향가》 중 <긴 사랑가>와 판소리 《흥보가》 중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 남도잡가 중 <새타령>의 사설을 조합하여 완성한 것이다. ‘제비가’의 앞부분 “만첩산중 늙은 범 살찐 암캐를 물어 다 놓고 ~ 만리장천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는 ‘긴 사랑가’의 한 부분이며,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는 《흥보가》의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의 한 부분이다. ‘뒷부분에는 각종 새의 이름을 엮는 사설이 나타나는데, 이는 ‘새타령’의 사설에서 따 온 것이다. 사설 내용의 일관성은 없으나 여러 곡에서 편집된 사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경기민요』, 민속원, 2008. 김영운, 『한국민요학』, 한국민요학회, 2002. 성경린 외, 『국악의 향연』, 중앙일보사, 1988. 송은주, 『12잡가의 시대적 변화양상 연구』, 민속원, 2016. 송은주, 『십이잡가, 우리의 삶과 자연의 노래』, 민속원, 2020. 이창배, 『가요집성』, 청구고전성악학원, 1954.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흥인문화사, 1974.
송은주(宋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