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가 집장사령에게 매 맞는 장면을 노래하는 잡가
집장가는 판소리 《춘향가》 중 신관사또가 새로 부임해 내려와 춘향이에게 수청을 명하는데, 이를 거부하자 춘향이를 매질하는 대목을 잡가의 선율로 엮은 것이다. 집장사령이 매질하는 사설에서는 많은 형용사를 사용하여 극적인 재미를 더하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집장가는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애창되었으며 주로 민간의 유희 장소나 겨울철 파움 등에서 불렀다고 한다. ○ 음악적 특징 집장가의 구성음은 ‘라(la)-시(si)-도(do′)-미(mi′)-솔(sol′)-라(la′)-도(do′′)’이며 중심음은 미(mi′)이다. 다른 잡가에 비해 높은 음역에서 주요음들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에 집장가는 다른 12잡가에 비하여 옥타브 위의 음역이 발달하였다고 할 수 있다. 도입부분 “집장군로”의 사설을 노래하는 선율은 집장가의 각 절의 앞부분에 반복적으로 나오며 곡의 중간에도 자주 등장한다. 높은 음역의 도(do′′)는 ‘집장가’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음이다. 선율에서는 도(do′′)음을 강하게 툭 쳐서 감는 목으로 강조하여 부르는데, 이 기교가 경기소리에서 중요한 시김새라고 할 수 있다. 집장가는 높은 음역대로 부르는 잡가 중 하나로, 중심음인 미(mi′)에 가장 많은 시김새가 활용된다. 미(mi′)에서 나타나는 시김새로는 음을 흔들어 내면서 흔드는 음보다 낮은음을 순차적으로 붙이는 시김새, 앞뒤로 여러 음을 순차적으로 붙이는 시김새, 음을 흔드는 요성 등이 있다. 집장가는 빠른 6박장단으로 노래하며, 세마치장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 형식과 구성 집장가는 사설 내용을 통해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집장사령이 춘향이를 형틀에 매고 겁을 주는 대목이고, 두 번째 집장사령이 매를 고르는 대목이다. 세 번째 집장사령이 매를 때리는 대목이며, 마지막은 매를 때리는 내용과 별개의 사설을 노래한다. 후렴은 없지만 “집장군로 거동을 봐라~”로 시작하는 사설을 반복하며 후렴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집장가는 유절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음악적으로는 종지선율을 통해 4마루로 구분된다. 집장가는 본래 독창자와 장구 반주만으로 단조롭게 부르기도 하지만, 여러 명의 창자가 함께 부를 대는 반주 악기를 사용해서 부르기도 한다. 반주 악기로는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장고 등이 사용되며 그 외의 다른 악기가 편성되기도 한다.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춘향을 동틀에다 쫑그라니 올려 매고 형장을 한 아름을 듸립다 덥석 안아다가 춘향의 앞에다가 좌르르 펄뜨리고 좌우 나졸들이 집장 배립하여 분부 듣주어라 여쭈어라 바로바로 아뢸 말삼 없소 사또안전에 죽여만 주오.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이놈 집어 느긋느긋 저놈 집어 는청는청 춘향이를 곁눈을 주며 저 다리 들어라 골 부러질라. 눈 감아라 보지를 마라. 나 죽은들 너 매우 치랴느냐 걱정을 말고 근심을 마라.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골라 쥐고 선뜻 들고 내닫는 형상 지옥문 지키었던 사자가 철퇴를 들어 메고 내닫는 형상 좁은 골에 벼락 치듯 너른 들에 번개 하듯 십리만치 물러섰다가 오리만치 달려 들어와서 하나를 듸립다 딱 부치니 아이구 이 일이 웬 일이란 말이오 허허 야년아 말 듣거라. 꽃은 피었다가 저절로 지고 잎은 돋았다가 뚝뚝 떨어져서 허허 한치 광풍의 낙엽이 되어 청버들을 좌르르 훌터 맑고 맑은 구곡지수에다가 풍기 덩실 지두 덩실 흐늘거려 떠나려 가는구나 말이 못된 네로구나.
집장가는 판소리 《춘향가》 중 〈이도령이 한양으로 올라가고 신관사또가 새로 부임해 내려와 춘향이가 수청을 안 든다고 매질하는 대목〉을 사설로 엮은 것이다. 집장사령이 매질하는 모습을 “집장군로 거동을 보아라”로 시작하여 “춘향을 동틀에다 쫑그라니 올려 매고”,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형쟝 하나를 골라 쥐고 선뜻 들고”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묘사하였으며 매질하는 모습만으로 《12잡가》 한 곡을 구성하였다. “쫑그라니”, “듸립다”, “덤석”, “좌르르륵”, “느긋느긋”, “는청는청”, “풍기덩실”등의 많은 형용사를 사용하여 극적인 재미를 더 하였으며 “광풍의 낙엽이 되어 청버들을 좌르르 훌터”처럼 ‘낙엽’과 ‘청버들’의 계절적 부조화도 사설의 파격이 가능한 잡가에서 가능한 일이다. 춘향이가 집장사령에게 매를 맞는 장면을 묘사한 이 곡은 후렴은 없지만 “집장군로 거동을 봐라∼”로 시작하는 사설이 있어 후렴구처럼 절의 구분을 하여준다. 집장사령이 춘향이를 형틀에 매고 겁을 주는 대목, 집장사령이 매를 고르는 장면, 집장사령이 매를 때리는 대목, 매를 때리는 것과는 별개의 사설로 구성되어 있다. 유절형식으로 4마루로 나뉜다. 특히 선율의 마지막 미(mi')음을 끌목으로 불러서 악보에 채보된 음보다 높은 음으로 들리게 한다. ‘빠른6박장단’에 완전 4도의 상행종지는 집장가를 강하면서도 여성적인 소리로 완성시킨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경기민요』, 민속원, 2008. 김영운, 『한국민요학』, 한국민요학회, 2002. 성경린 외, 『국악의 향연』, 중앙일보사, 1988. 송은주, 『12잡가의 시대적 변화양상 연구』, 민속원, 2016. 송은주, 『십이잡가, 우리의 삶과 자연의 노래』, 민속원, 2020. 이창배, 『가요집성』, 청구고전성악학원, 1954.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흥인문화사, 1974.
송은주(宋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