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산염불〉이나 〈수심가〉, 〈난봉가〉 등 서도 지역의 익숙한 노래에서 선율만을 차용해 노래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상좌중이 배뱅이 집을 찾아가는 대목이나 가짜 무당이 떠나가는 대목에서 <산염불>의 선율이 사용된다. 이밖에도 상좌중과 배뱅이의 대화 장면, 무당굿 대목, 등에서 널리 알려진 선율을 활용해 극을 전개한다. 이러한 방식은 서도 지역의 기층 민요 선법인 수심가조, 난봉가조, 산염불조가 배뱅이굿에서 중요한 음악적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기존의 노래나 선율이 아닌 새롭게 창작된 소리 대목도 존재한다. 이 가운데에는 경서도의 음악 어법 뿐만 아니라 남도 음악의 영향이 엿보이는 부분도 있어, 남도 판소리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양소운의 배뱅이굿에는 <산천 톺는 소리>를 비롯하여 <비손소리>, <출산 대목>, <예장 받는 대목> 등 육자배기조 외에도 독창적으로 구성된 선율의 대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 형식과 구성 배뱅이굿은 배뱅이가 성장하여 약혼을 앞두고 죽게 되는 전반부와, 죽은 배뱅이의 원혼을 위로하고 풀어주는 기밀굿 부분의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다양한 노래와 음악으로 구성되며, 후반후는 굿판에서 불리는 무가로 이루어진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황해도 지역의 통속민요인 〈산염불〉로 목을 풀고,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1) 전반부 이야기는 자손을 얻고자 명산대찰을 찾아 불공을 드리는 세 명의 재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삼정승의 부인들은 산천기도 끝에 각각 한 가지씩의 꿈을 꾸고, 그 결과 세월네, 네월네, 배뱅이라는 딸들이 태어난다. 세 딸은 함께 자라 가까운 벗으로 지내지만 세월네와 네월네가 먼저 혼인하고 난 뒤 배뱅이도 늦게 약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때마침 시주하러 온 상좌중과 마주쳐 서로 사랑에 빠지고, 끝내 인연을 맺지 못한 채 배뱅이는 상사병으로 죽음을 맞는다. 이 전반부에서 불리는 주요 삽입가요로는 삼정승 부인이 산천기도를 갈 때 부르는 〈나무타령〉, 태어난 딸들을 안고 어르는 〈둥둥타령〉, 상좌중의 〈회심곡〉, 죽은 배뱅이를 장사지낼 때의 〈상여소리〉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이야기의 전개나 대화, 상황의 묘사 등은 서도소리나 경기소리, 혹은 다른 지역 음악의 선율을 차용하여 표현된다. (2) 후반부 후반부에서는 죽은 배뱅이의 넋을 달래기 위한 굿판이 벌어진다. 팔도의 이름난 무당들이 차례로 나서서 배뱅이의 혼을 부르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 그러던 중 배뱅이의 죽음을 엿들은 평양의 건달이 배뱅이의 혼이 온 것처럼 속여서 가짜 굿을 벌이고, 그 대가로서 부모로부터 많은 재물을 얻는다. 굿판에서는 각 지방의 민요와 무가가 어우러지며, 특히 기밀굿 장면에서는 무당의 공수와 넋두리를 통해 배뱅이가 생전에 전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 풀어내는 구성이 이루어진다. 마지막 장면은 이야기의 서두와 마찬가지로 〈산염불〉로 마무리되어, 배뱅이굿의 양식적 전통과 구조적 완결성을 드러낸다. 남도 판소리가 소리와 아니리, 발림을 주요 요소로 삼아 노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배뱅이굿도 소리와 대사, 그리고 몸짓을 섞어 이야기를 전달한다. 배뱅이굿은 장고 반주에 맞추는데, 반주자 외에도 뒷소리를 받아주는 가창자들이 함께 출연하기도 한다. 배뱅이굿에는 〈산염불〉을 비롯하여 민요와 무가 계통이 많이 불리기 때문에 받는소리를 풍성하게 함으로써 음악적 효과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순경 창 배뱅이굿©Columbia44028>
배뱅이굿의 대사에는 서도 특유의 재담이 풍부하게 수용되어 있으며, 남도의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서도 지방의 토착어 표현이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언어적 배경 속에서 배뱅이굿은 서도음악과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있었으나, 남한에서 전승되면서 음악 뿐만 아니라 언어적 측면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평안도와 황해도 방언으로 하던 아니리는 남한에 정착하면서 남한의 언어를 채택하였고, 무형유산으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던 재담 또한 많이 순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김인숙(金仁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