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찌기소리, 모찌기노래, 모 찌는 노래
모판에서 한 뼘쯤 자라난 볏모를 뽑아 한 춤씩 묶어 내면서 하는 소리.
모 찌는 소리는 모내기를 위하여 모판에서 자란 볏모를 뽑아 묶어 내면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부르는 노래이다. 모 찌는 소리의 리듬은 일하는 동작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일치하는 경우보다 더 많다. 모 찌는 소리는 모 심는 소리나 논 매는 소리에 비해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하지 않으며, 지역적으로 다른 몇 가지 악곡의 유형이 있다.
모 찌는 소리는 모심는소리와 함께 조선 시대 후기에 모판에서 볏모를 따로 길러 넓은 논으로 옮겨 심는 ‘모내기’ 방식의 농법[이앙법 移秧法]이 널리 정착되면서 생겨난 노래로 추정된다. 모내기 방식이 생겨나기 전에는 논에 볍씨를 직접 뿌리는 직파(直播)법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모를 찌거나 심는 과정이 없거나 드물었고, 따라서 모 찌는 소리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모찌기는 논 한구석에 있는 모판에서 한 뼘쯤 자라난 모를 조금씩 뽑아 한 춤씩 묶어 내는 일이다. 물이 철렁철렁하는 모판에서 쪼그리고 앉거나 허리를 구부리고 두 손으로 번갈아 모를 뽑아 한 춤이 되면 짚으로 묶어서 뒤로 내놓기를 반복한다. 모찌기는 모내기하는 날 아침에 시작되어 이르면 한두 시간, 늦어도 반나절 안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 형식과 구성
모 찌는 소리는 모를 뽑는 동작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고(예: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 진산리의 모 찌는 소리), 동작과 관계없이 흥겨운 장단에 맞춰 부르는 유희요 성격의 악곡도 있으며(예: 전남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의 모 찌는 소리), 모를 뽑아 한 춤씩 묶을 때마다 소리를 한 마디씩 하는 경우도 있다.(예: 강원도 강릉시 유천동의 모 찌는 소리)
모 찌는 소리는 메기고 받는 형식(선후창)으로 부르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전남 해남군 화원면 청룡리의 모 찌는 소리는 두 가지의 후렴구를 번갈아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영남 지역의 정자소리는 주고받는 교창 형식으로 부른다. 모를 뽑아 한 춤씩 묶을 때마다 소리를 한 마디씩 하는 강릉시 유천동의 모 찌는 소리는 일정한 순서 없는 독창의 연속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모찌기를 마무리할 때 하는 빠른 템포의 노래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다.
○ 지역적 분포
모 찌는 소리는 모 심는 소리나 논매는소리에 비해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 경기도와 강원 영서 지역, 그리고 제주도 지역에서는 모찌는소리가 별로 발견되지 않고, 전라북도에서는 동부 산간 지역(무주ㆍ진안ㆍ장수ㆍ남원군)에서만 영남 지역의 모 찌는 소리인 〈정자소리〉가 발견될 뿐이다. 영남 지역의 모 찌는 소리도 대부분 모 심는 소리 곡조에 모찌기에 해당되는 내용의 노랫말을 넣어 부르는 것이며, 모찌기를 마무리하면서 부르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제외하면 별도의 모 찌는 소리 악곡은 별로 없다. 모 찌는 소리의 분포 지역이 모 심는 소리나 논 매는 소리에 비해 제한적인 것은 모찌기가 앞서 말한 대로 아침에 잠깐 동안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독립적인 악곡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악곡의 유형
모 찌는 소리에는 지역적으로 몇 가지의 악곡 유형이 있다. 영남 지역과 전북 산간 지역의 〈정자소리〉 계통, 충청도 지역의 〈뭉치세〉 계통과 〈철뜨럭쿵 하더니 한 춤〉 계통, 전남의 〈먼데소리〉 또는 〈먼들소리〉계통, 강원 영동 지역의 〈얼른 하더니 한 춤〉 계통 등의 유형이다. 그 밖에도 일정한 유형에 속하지 않는, 특정 마을에서만 전승되어 온 꽤 다양한 개별적인 모 찌는 소리가 있다.
○ 전승 상황
모 찌는 소리는 다른 농요와 마찬가지로 들판에서 들을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이앙기가 보급되면서 손으로 모를 찔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모 찌는 소리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몇몇 농요의 한 대목으로 연행되고 있을 뿐이다.
모 찌는 소리의 노랫말에는 일하는 공간적 배경이나 날씨에 대한 묘사, 모를 찌는 방법이나 동작에 대한 묘사, 일꾼들을 독려하는 내용,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내용, 풍년을 기원하는 내용 등이 자주 등장하며, 그밖에 상투적 구절도 흔히 들어간다. 모 찌는 소리의 악곡 유형별로 노랫말을 제시한다.
1) 강원 영동 지역의 〈얼른 하더니 한 춤〉 유형
얼러디여 하더니 또 한 춤을 묶었네
철러덩 하더니 또 한 춤
얼릉 한 춤을 찌었네
흠척흠척 하더니 또 한 춤을 묶어라
얼러디여 하더니 나도 또 한 춤을 묶어라
(강원도 강릉시 유천동 / 앞소리: 김진석, 1923년생)
2) 충청남도 지역의 〈철뜨럭쿵 하더니 한 춤〉 유형
< 논물이 찰랑이는 소리를 후렴구로 삼은 충남의 모찌는소리 ©MBC >
(후렴) 철뜨럭 철뜨럭 하더니만 또 한 찜을 쪘네
철떡 철떡 하더니만 또 한 찜 쪘네
일락 서산 해 떨어지고 월출 동녘이 달 솟아온다
오 철뜨러쿵 하더니만 또 한 찜 쪘네
일락서산 해 떨어지고 월출 동녘이 달 솟아온다
너도 날 잃곤 못 살 것이오 나도 널 잃곤 못 사리로다
허 철뜨러쿵 하더니만 또 한 찜 쪘네
저기 가는 저 상제 봐라 저 방갓 꼭대기서 양상모 친다
철떡 철떡 하더니만 또 한 찜 쪘네
(충청남도 서산군 음암면 탑곡리 / 앞소리: 최진옥, 1916년생)
3) 충청북도 지역의 〈뭉치세〉 유형
(후렴) 뭉치세 정치세 에헤야 이 모자리를 뭉쳐내세
뭉치고 뭉치세 에헤야 모자리 뭉쳐 내세
여워주게 여워주게 에헤야 이 모자리를 여워주게
상주 합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이 저 처녀야
연밥 줄밥은 내 따줄께 요내 품에 잠자주게
연밥 따기는 늦어 가도 잠자기는 늦잖으네
세월아 봄철아 가지 마라 아까운 청춘이 다 늙는다
(충청북도 청원군 남이면 석실리 / 앞소리: 허엽, 1913년생)
4) 전남 지역의 〈먼데소리〉 유형
(후렴) 아아라 머언디요
아아라 머언디요
이여차 디여차 와락 와락 무어보세
천둥같은 두 폴깨로 밀었다 닥쳤다 무어내세
잔등 너메 살마주는 앵두 간장 다 녹인다
저 달 뒤에 저 빌 봐라 달만 잡고 희롱을 한데
우리 임은 어기 가고 내 폴 잡을 지 전히 몬가
해는 지고 정그는 날에 꾀삐 없는 소를 잃고
난감이네 난감이네 그 소 찾기가 난감이네
(전라남도 신안군 장산면 팽진리 / 앞소리: 최달덕, 1913년생)
5) 영남 지역의 〈정자소리〉 유형
들어내세 들어내세 에헤이
이 종판을 들어내세
에와내세 에와내세 에헤이
이 모자리 에와내세
<모찌기를 마무리할 때 하는 소리>
(후렴) 조리자 조리자 이 못자리로 조리자
조리자 조리자 이 못자리로 조리자
여러분들 손을 모아 이 못자리로 에우세
영천초목에 호매야 손들 놀리소
밀치라 닥치라 더우잡아 시기소
에우세 에우세 이 못자리로 에우세
(경상남도 / 고성군 고성읍 우산리 / 앞소리: 유영례, 1921년생)
모찌기는 모내기하는 날 아침부터 반나절 가량만 하면 끝나는 일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해야 하는 모심기에 비해 소리를 하는 시간이 짧았다. 이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모를 찔 때 별다른 소리를 하지 않거나 뒤에 부를 모 심는 소리를 노랫말만 바꿔서 부르는 곳도 많다. 예를 들면, 모 심는 소리와 논 매는 소리가 매우 뛰어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예천 통명농요나 홍성 결성농요에는 모 찌는 소리가 들어 있지 않다.
모 찌는 소리는 일꾼들을 격려하고 지루함을 달래 주는 노동요로서의 일반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민요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새로 생성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로서 민요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서도 의의가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남도들노래] 중 모 찌는 소리
중요무형문화재 [고성농요] 중 모 찌는 소리
각 지방 무형문화재 농요 종목 중 모 찌는 소리
남도들노래: 국가무형문화재(1973)
고성농요: 국가무형문화재(1985)
최상일(崔相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