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는소리, 물두레소리, 물고리소리, 파래소리
논에 물을 퍼 넣으면서 하는 소리
물푸는소리는 논에 물이 필요할 때 각종 도구로 논 옆에 고인 물을 논으로 퍼 넣으면서 횟수를 세거나 지루함을 달래느라 하는 소리다. 물을 푸는 도구에 따라 일의 동작과 소리가 달라진다.
논에 물을 퍼 넣을 때는 주로 물을 얼마나 펐는지 수량을 헤아리기 위해 물을 푸는 횟수를 세는데, 단순한 숫자세기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재담도 섞고 구성진 곡조를 붙여서 노래처럼 부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논으로 직접 물길이 연결되지 않아 비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천수답(天水畓)에서는 논에 물이 마를 때마다 수시로 논 옆으로 흘러가는 도랑을 막거나 물이 고이는 둠벙에서 논으로 물을 퍼 넣어야 한다. 이럴 때 사용하는 도구가 혼자서 푸는 ‘두레박’, 둘이서 맞잡고 푸는 ‘맞두레’, 삼각대를 세워서 물을 푸는 ‘용두레’, 물레바퀴를 밟아 돌려 물을 푸는 ‘무자위’ 등이다. 이 가운데 무자위를 제외하고 각종 두레박을 이용해 물을 풀 때는 물을 얼마나 펐는지를 헤아리기 위해 두레박 수를 세는데, 단순하게 숫자만 세지 않고 일정한 곡조를 넣어 부르고 숫자가 아닌 노랫말을 조금씩 넣어서 지루하지 않게 한다.
○ 악곡의 유형
물푸는소리는 도구의 종류에 따라 맞두레질소리ㆍ용두레질소리ㆍ무자위질소리로 나뉜다. 맞두레질은 둘이서 두레박 줄을 맞잡고 아래 둠벙에서 위 논으로 물을 퍼 올리는 일이다. 물을 퍼 올리는 일은 동작이 단순 반복적이고 물을 퍼 올리는 높이가 한 길이 넘는 경우도 있어서 강도가 매우 센 노동이기 때문에, 구성진 노래를 부를 여유가 없이 단순한 숫자세기 수준에 약간의 가락이 들어간 단순한 노래를 부른다.
용두레는 삼각대를 세우고 꼭짓점에 줄을 매어 한 쪽이 트이고 긴 손잡이가 달린 두레박으로 아래쪽의 물을 퍼서 앞쪽으로 밀어 붓는 도구다. 용두레질은 혼자 하지만 이런 용두레를 물길을 따라 여러 대 설치하여 여럿이 함께 물을 푸기도 한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물을 푸더라도 용두레 사이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모심기나 논매기처럼 일사불란하게 집단으로 소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용두레질소리는 독창이 기본이 되는데, 드물게 메기고 받는 (선후창) 방식의 노래도 있다.
○ 형식과 구성
물을 풀 때 숫자를 세는 것은 전체적인 수량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일정한 작업량에 도달해 잠시 쉬거나 다른 사람과 교대를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물 푸는 횟수를 헤아릴 때는 대략 100회 단위로 끊어서 숫자세기를 반복하는 것이 보통인데, 황해도와 평안도, 전라남북도 등지에서는 숫자를 하나부터 세지 않고 열 또는 백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숫자를 세는 도중에 열 번을 풀 때마다 소리를 높여 숫자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맞두레질의 경우 앞소리꾼이 숫자를 세면 뒷소리꾼이 ‘어허이’, ‘올라’ 등의 짧은 후렴구를 반복하며, 때로는 숫자 아홉에 도달할 때마다 뒷소리꾼이 ‘허드레!’ 하고 외치기도 한다.
무자위질은 혼자 무자위에 올라가 발로 무자위를 밟아 돌리는 일이기 때문에 노래도 두레박질 할 때와는 다르게 마디가 일정하지 않은 노래를 독창으로 심심풀이 삼아 부르는 형태가 된다.
○ 맞두레질소리
(후렴)어허이 열이로다 / 열이 하나 열이 둘에 / 열이 서니 열이 너니 / 열이 다섯 열이 여섯 / 열이 일곱 열이 야달 / 열이 아홉 (허드레!) 사우가 왔구나1) / 스물 하나 노리나마2) / 계란을 굽고서 검우나마 / 해우를3) 굽고서 보리밥에나마 / 많이 먹고서 스물 아홉 (허드레!) / 오륙졌구나 서른 하나 / 서른 둘에 서른 서이 / 서른 너이 / 서른 다섯 저기 가는 사람 / 코피가 났구나 서른 아홉 (허드레!) / 오팔 사십은 마흔 하나 / 마흔 둘에 마흔 서이 / 마흔 너이 마흔 다섯 / 마흔 여섯 마흔 여섯 / 마흔 일곱 마흔 야달 / 마흔 아홉 (허드레!) 쉬흔은 반백 / 쉬흔 하나
(전라남도 나주군 동강면 옥정리 / 앞소리: 박만배, 1924년생)
○ 용두레질소리 1
하나 둘이라 허이
둘은 서이 / 둘은 너이
너이 다섯 / 다섯 여섯
여섯 일곱 / 일구 여덜
여덜 아홉 / 아홉 열인데
여라믄 시절에 / 부모님 앞에서 / 놀구 먹었네
열 칠팔세가 / 되구 보니 / 물을 푸눈다
열 다섯은 / 삼오 십오요
열다섯에 / 시집을 갔드니
이구 십팔 / 옐여덜 살에
남편 조차 / 이별했구나
사오 이십에 / 스무 살에 / 시집을 갔드니
남편조차 / 이별허구
스물 하나 / 스물 둘인데
스물 서이 / 스물 너이
스물 다섯 / 다섯 여섯은 / 불혹이요
일구 여덟은 / 조금인데
여덟 아홉은 / 사리로다
하나 둘은 / 넘어 가는데 / 울 너머냐
논배미루다 / 물 넘어 간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두일리 / 오상원, 1921년생)
○ 용두레질소리 2
어기영차요 물 넘어간다 하나에 둘이라 둘 서이요 십년 대한에 왕가물일세 일구 여덜 아홉 열 열들이 찼구나 물 너머간다 하나에 둘이라 둘서이요 땅이 석자가 타들어가누나 일구 여덜 여들 아홉 열 스물이로다 물 넘어간다 하나에 둘이라 둘서이요 세넷이요 네다섯이로다 천하지 대본은 농사이라네 일구 여덜 여덜 아홉 삼십이 찼구나 물 넘어간다 하나둘이라 둘서이요 서이너이 네다섯이로다 열길 물이라도 퍼올리세나 일구 여덜 여덜 아홉 사십이 찼구나 물 넘어간다 하나에 둘이라 둘서이요 서이 너이 네다섯이로다 한낮이 되어온다 한 배미 펐구나 일구 여덜 여들 아홉 아홉에 열이면 반백이 찼구나 어기영차요 물 넘어간다 하나에 둘이라 둘서이요 세넷이요 다섯 여섯 일구 여덜 아홉에 열이면 환갑이 찼구나 어기영차여 물 넘어간다 하나에 둘이라 둘 서이요 서이 너이 다섯 여섯 한 섬지기에 열 섬이 나구요 열 섬지기엔 백 섬이 난다네 아호 열 열이면은 칠십이 찼구나 어기영차여 물 넘어간다
(황해북도 인산군 상하리 / 어복경, 1910년생)
물푸는소리는 단순 반복적인 동작의 횟수를 세는 것이 노래가 된 경우로서, 향토민요로서는 그 발생 연원이 비교적 뚜렷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단순 반복적인 행위에서도 민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요 생성의 원리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사례로서 의의가 있다.
강화용두레질노래: 인천광역시 무형유산(2003) 들말두레소리: 대전광역시 무형유산(2002)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강화용두레질소리는 앞소리꾼 조용승이 경연대회 등에 나가기 위해 ‘어야 용두레 물 올라간다’라는 물푸는소리의 후렴구를 만들어 원래는 독창이던 것을 선후창으로 만들어 부른 것이다.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기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전라남도편』, 문화방송, 1993. 최상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도서출판 돌베개, 2002. 김혜정, 『용두레질소리』, 인천시·민속원, 2009.
최상일(崔相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