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의 지기(地祇) 제례악 연주에 사용하던 여덟 개의 북면으로 된 노란 색의 타악기.
조선 세종대부터 궁중에서 지기(地祇: 땅의 신)에 제사할 때 영도(靈鼗)와 짝을 지어 헌가(軒架)(대한제국기에는 궁가(宮架))에 편성되었던 아악기로 팔음(八音) 중 혁부(革部)에 속하는 타악기이다. 노란색 칠을 한 북면이 한 개인 원추형의 북 여덟 개를 원형으로 묶어 북틀에 매달아 놓은 형태이다. 헌가(대한제국기에는 궁가)에서 진고(晉鼓)와 함께 음악을 시작할 때와 음악을 마칠 때 모두 연주하였으며, 곡의 중간에서는 음악의 절주(節奏)에 따라 진고와 동시에 쳤다(同擊). 현재 사직제례악의 연주에 사용하고 있다.
영고에 대한 기록은 주례(周禮)』「고인(鼓人)」에 처음 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세종대부터 지기 제례의 헌가에 편성하여 연주했다.
○ 구조와 형태
영고는 가자와 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자는 용두(龍頭), 색사유소(色絲流蘇), 화광(火光), 사호(四虎)로 구성되어 있다. 용두는 나무 틀 맨 윗부분 가로지른 나무 양 끝에 새겨진 용머리 조각이다. 용의 입에 색사유소를 물려 늘어뜨린다. 화광은 양 용두 사이 중앙에 있는 불꽃 모양의 조각 문양으로, 중앙의 푸른색 안에 붉은 원형 칠을 한다. 사호는 네 마리의 호랑이가 네 방향을 향하여 엎드려 있는 형상을 한 받침대이며, 중앙에 구멍을 뚫어 나무틀의 발을 꽂아 세운다.
북의 형태는 북면이 한 개인 원추형의 북 여덟 개를 북면이 바깥을 향하도록 하나로 묶어 매단 모양이다. 북면이 여덟 개인 이유는 지기의 악이 8변하기 때문이다. 지기의 악이 8변인 이유는 지기의 궁인 임종이 미위(未位)의 율이고, 을(乙)을 간(幹)으로 하며, 미와 을의 수가 모두 8이기 때문이다.
북의 색깔은 노란 색이며, 노란 색은 땅을 상징하는 색이다. 진양의 『악서』에 따르면 영고는 땅을 상징하는 소가죽을 사용한다고 했다.
○ 제작법
북통의 재료가 되는 나무를 고르고, 북통을 만들고, 가죽을 다루어 북을 메우고, 색을 칠하고, 북 틀과 장식을 만드는 일반적인 북 제작 순서에 따른다. 영고의 북통에는 노란색을 칠하고, 가자에 매달린 기둥에 각각의 북통 뿔 부분을 맞닿게 하여 둥글게 이어서 만든다.
○ 용도
궁중에서 지기의 제례악에 사용하던 북이다. 지기의 제례악에는 사직제례악이 있다. 영고는 진고와 함께 헌가악(또는 궁가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제례악에서 악절을 구분하며, 일무 동작의 전환을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 악기 연주법
헌가(대한제국기에는 궁가)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마치기 위해 악작(樂作)ㆍ악지(樂止)를 연주할 때 진고와 동시에 친다(同擊). 곡의 중간에서는 음악의 절주에 따라 네 글자로 된 노랫말 한 구(句)의 마지막 박에서 친다. 북면이 여덟 개인데, 여덟 개의 북면 중 북채로 치는 면은 한 면이다.
○ 역사적 변천
아악은 고려시대에 도입되었지만, 고려 시대에 영고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다. 세종실록 「오례」 소재 영고는 정현(鄭玄, 127~200)의 설을 따른 것으로, 북면이 두 개인 세 개의 원통형 북을 원형 틀에 꿰어 매단 형태이며, 북면이 여섯 면이다. 악학궤범 이후 영고는 북면이 한 개인 원추형 북 여덟 개를 하나로 묶은 북면이 여덟 면인 형태로 바뀌었다. 세종대부터 성종대까지는 사직 제례의 헌가에 영도와 함께 편성되었다. 그러나 『사직서의궤』(1783)를 비롯한 조선 후기 전례서에 나타나는 사직 제례의 헌가에는 영고 없이 영도만 편성되었다. 1897년 고종이 황제를 선포한 이후에는 악현도 제후국의 헌가 대신 궁가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으며, 사직 제례의 궁가에는 다시 영도와 함께 영고가 편성되었다. 이후 사직 제례는 1908년에 폐지되었고 1922년에 사직단이 공원으로 바뀌면서 약 80년 동안 단절되었다. 1988년에 사직 제례가 복원될 때 처음에는 종묘제례악이 연주되었으나, 2011년 고증을 통해 아악을 연주하는 옛 정통이 회복되었고, 이 때 이후 영고를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영고의 색이 노란 것과 북면이 여덟 개인 것은 제례의 대상을 상징하며, 이것은 오행사상과 연계되어 있다. 이와같이 영고는 단순히 연주의 기능만 있는 악기가 아니라 연주 목적과 관련된 전통사상을 내포한 상징체이며, 용도도 제한되어 있는 특성이 있다. 현재도 사직제례악 연주에 사용하는 역사가 오래된 악기의 하나로써 그 역사적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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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