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푸는 소리, 모음창, 사구성, 음소리, 아아훔소리, 허드레 소리
짓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푸는 소리, 종래에는 가사와 무관한 모음창을 통틀어 일컬는 말
범패를 하기 전에 목을 푸는 소리로, 판소리의 단가, 산조의 다스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종래에는 짓소리 범패 중 목을 푸는 서주격의 모음창, 악곡 중간에 가사와 상관없는 모음을 길게 늘여짓는 사구성(四口聲·四句聲), 그 외 모든 모음창을 통털어 ‘허덜품’이라 했으나 현재는 시작 부분의 목 푸는 대목만을 지칭한다. 영남지역에는 ‘음소리’와 ‘아아훔소리’가 경제 범패의 사구성, 모음창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예로부터 수륙재나 영산재와 같이 큰 의례는 한 달 혹은 삼 일에 걸쳐 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시간에 걸쳐 의례를 행할 때 짓소리를 하기 전 서주, 선율 중간에 모음창을 구사하므로써 의례를 장엄하게 하고, 의례 시간을 늘이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대중이 동음창으로 선율을 길게 지을 때 일정 부분에서 어장이 특정 승려에게 지시하여 허덜품을 하면 대중 승려가 잠시 숨을 돌려 긴 소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가사와 무관한 모음창이므로 ‘허드레 소리’ 혹은 ‘군소리’라고도 했으나 이는 범패의 격조와 여법성과 맞지 않으므로 요즈음은 거의 쓰지 않는다.
○ 허덜품의 종류와 역할
허덜품은 주로 짓소리에 나오지만 드물게 홑소리에도 쓰인다. 경제 홑소리 범패 중에서 허덜품이 있는 곡은 창혼, 보장, 오덕사, 영산 지심 등이다. 이들은 서두에 의미 없는 모음창을 독창으로 노래하므로 다스름이나 전주와 같은 효과가 있어, 가사 중간에 짓는 모음창과는 다르다. 한만영의 「허덜품에 관한 연구」에는 허덜품의 용례로 행위가 수반되는 ‘인성’과 ‘거령산’에는 허덜품이 없다는 설명이 있으나 ‘특사가지ㆍ식영산ㆍ오관게’에도 허덜품이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어떤 경계를 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박운월 소장 판본 동음집에 의하면 12곡 중 23번에 걸쳐 허덜품이 구사된다고 하였으나 이때의 허덜품은 모음창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범패는 의례 여건과 상황에 따라 유동성이 많으므로 어떤 특정 성격 보다 의례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남지역의 짓소리 범패에서 구사되는 ‘음소리’는 입술을 머금고 저음으로 느긋하게 짓고 있어 ‘휴식’의 기능을 했던 경제 모음창의 역할과 일정 부분 상통한다. ‘아아훔소리’는 범음의 ‘첫음인 ‘아~’를 늘이고 범음의 맺는 음이자 진언을 성취하게 하는 ‘훔’을 지으므로써 의례를 통한 가지(加持)의 신비력을 관(觀)하는 염불선의 경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경제 범패에도 짓소리의 모음창 중에 소리를 관할 수 있어, 짓소리를 통한 수행과 삼매의 경지로 들 수 있어, 근래에는 명상음악으로서 짓소리에 대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 사구성과 기타 모음창 사구성은 구성을 네 번 한다고 해서, 혹은 사구(四句)로 이루어진 모음창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예전에는 구전과 관습으로 전승하다보니 용어의 명확성이 다소 부족하였다. 아래의 도표에서와 같이 사구성은 실제 짓소리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긴 모음창이다. 무박절로 모음을 지으므로 얼핏 들으면 무한정 짓는 듯 하지만 선율 요소를 분석해 보면 동일한 선율을 반복하는 가운데 미세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악곡 중간에 구사하는 모음창의 유형을 보면, 주로 가사의 끝이나 한 구(句)의 끝 자의 모음을 늘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송암스님 유작집에 수록된 단정례에서도 ‘일체공경’의 끝 자인 ‘경’을 길게 지은 후 0:36초 무렵부터 반음 정도 음을 들어서 짓소리의 굵은 발성으로 짓는다. 이러한 부분은 지심신례의 사구성과 같이 장대한 분량은 아니지만 짓소리로서의 표출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요즈음은 사라져가고 있고, 의례 여건에 따라 유동적이다.
윤소희, 「짓소리 연구Ⅰ-삼귀의 절차와 지심신례(두갑) 분석-」, 『한국음악사학보』 58, 2017. 한만영, 「허덜품에 關하여」, 『한국 불교음악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0. ○ 음원 박송암, 〈영산 중 지심〉, 《송암 큰스님 유작집》 CD7-TR1, 송암대종사문도회, 2001. 《영남범패》 CDⅠ-CDⅣ, 녹음 1969년, 1994-1995 분류 및 출반, 2007재출판. 현재 국립무형유산원(https://www.iha.go.kr) 디지털 아카이브.
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