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향게(燃香偈)
불교의식에서 부처에게 바치는 향을 사르며 부르는 노래
불교의식에서 부처를 모신 상단(上壇)에 향을 올리며 부르는 노래이다. 7언 4구로 구성된 한시(漢詩)를 가사로 삼는데, 이처럼 4구 구성의 한문 정형시를 불가에서는 ‘게(偈)’라고 한다. 상주권공재, 시왕각배재와 같은 소규모 재에서는 홑소리로 연행하고, 영산재에서는 짓소리로 소리를 지으며 명칭 또한 ‘연향게(燃香偈)’로 바꾸어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짓소리는 전하지 않는다. 타악기 징을 쳐서 시작과 종지, 악구를 구분하며 독창으로 부른다.
향은 불교에서 추구하는 이상(理想), 해탈(解脫)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양물 중 하나이다. 조선 제9대 왕 성종의 명복을 빌며 인수대왕대비가 간행한 『진언권공』(1496)에는 향과 함께 등(燈), 꽃[花], 과일[菓], 차[茶], 쌀[米]의 여섯 가지 공양물이 언급되어 있다. 이는 중국불교의 육종공양(六種供養)에서 파생된 것이나, 여섯 가지 품목에 대한 정립은 한반도에서 완성되었다. 등게의 가사 중 다섯가지 향[五分香]에 대한 내용은 『육조대사법보단경』(1290)에 나타나지만, 오늘날과 동일한 게송의 형태는 『진언권공』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한반도에 전해지는 영산재 의례집 중 가장 오래된 『진언권공』에서부터 현행 재의식의 모본(模本)인 『석문의범』(1935)까지, 부처를 모시는 상단의 시작 절차는 모두 동일하다. 〈할향〉으로 시작하여 〈연향게〉, 〈할등〉, 〈연등게〉, 〈할화〉, 〈서찬게〉로 이어지는 6개의 절차로, 이를 ‘삼할향·삼등게(三喝香·三燈偈)’라 한다. 각각 향(香), 등(燈), 꽃[花]에 대한 공양의 알림[喝]과 행함[燃]의 절차로, 〈연향게〉가 향을 올리는 의식임에도 불구하고 ‘등게(燈偈)’라고 불리는 이유가 이 명칭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 용도 부처를 모시는 상단의 시작으로, 향을 바치는 절차이다. 〈할향〉과 짝을 지어 부르며, 이는 의식의 시작을 고하기 위함이다. ○ 음악적 특징 오늘날 전승되는 등게 중 가장 대표적인 음원은 경기ㆍ서울 지역 범패를 전승하는 봉원사 박송암의 홑소리이다. 징의 신호에 맞추어 독창으로 연행하며, 빠르기는 ♩.≒38~41 정도로 매우 느리고, 가창자의 호흡에 따라 3소박과 2소박이 혼합되는 불규칙 박자이나, 대부분 3소박이다. 주로 미(mi)-솔(sol)-라(la)-도(do)-레(re)의 5음을 사용하며, 종지음은 미(mi)로, 메나리토리가 근간을 이룬다. 그러나 일부 선율이 솔(sol)을 거쳐 라(la)로 상행하며, 솔(sol)과 라(la)를 격하게 요성하는 등 경토리 및 수심가토리의 영향을 받은 시김새가 발견된다. #3 음원 연향게 ○ 형식과 구성 등게는 한시로 이루어진 ‘게(偈)’로서 총 4구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홀수구인 1구와 3구, 짝수구인 2구와 4구의 선율이 거의 동일하며, 짝수구가 홀수구의 선율을 축소한 형태이다. 따라서 등게의 형식을 AA′AA′로 나타낼 수 있다.
戒定慧解知見香 遍十方刹常芬馥 願此香煙亦如是 熏現自他五分身 계향·정향·혜향·해탈향·해탈지견향이 시방세계에 두루하며 항상 향기롭습니다. 원하옵건대 이 향의 연기도 이와 같아 훈함에 저희 모두 오분법신 나투어지이다.
심상현(만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본래 여러 불교의식에서 홑소리와 짓소리로 모두 불렸던 악곡으로, 오늘날 짓소리 등게의 전승은 끊어 졌지만 홑소리 등게에 짓소리의 선율이 일부 남아 전한다. 〈할향〉과 함께 부처에게 향을 공양하는 상단 의식의 시작 절차로, 15세기 이후부터 가사와 절차의 형태를 바꾸지 않고 전승된 점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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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진(梁映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