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산조의 한 유파로 제2세대 가야금산조 명인인 심상건(沈相健, 1889~1965)이 짜서 연주, 전승된 즉흥적 기악 독주곡
심상건류 가야금산조는 그의 연주가 즉흥성이 강했던 탓으로 제자들에게 잘 전승되지 않아서 오늘날 유파로 활발하게 연주되지는 않으며, 그가 남긴 음원은 매우 여러 종류이다. 유성기 음반의 것은 악장 별로 3분 남짓한 연주 시간이고, 후대의 자료에는 12분 정도부터 길게는 42분 정도 되는 것까지 그의 산조가 기록되어 있다. 본 항목에서는 여러 음원 중 산조 전체의 짜임에 관한 것보다는 즉흥적 연주에 활용되었던 선율 형식구도를 드러내어 이를 그의 음악적 특징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가야금산조의 여러 유파는 김창조를 중심으로 이어진 것이 많은데, 본 곡은 이에 속하지 않고 심창래, 심정순 등 그의 집안 내력으로 계보가 언급된다. 심상건은 13세 때부터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그의 부친 심창래로부터 혹은 일정한 스승 없이 스스로 연주법을 터득한 것으로 전해지며, 연주 때마다 새로운 가락으로 연주해 즉흥연주에 능했던 연주자로 평가된다. 그가 남긴 가야금산조 음원의 종류는 많으며 그 중에는 김창조 계열의 틀을 닮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또 산조가야금의 조율에서도 제1현을 제2현의 옥타브 아래 음으로 조율해 겹청이 되도록 하여 저음역대를 보강한 방법도 사용하였다.
○ 음악적 특징 그의 여러 가지 연주 중 여느 산조와 공통되지 않은 가락이 담긴 KBS 국악 자료실 테이프 NO.17 심상건가야금산조의 진양조에 나타난 음악적 특징을 통해서 그가 즉흥연주를 해 갔던 선율형식적 기반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음구조 41장단으로 짜인 진양조 전체는 큰 단락 세 개로 5장으로 구분된다. g본청 계면조만으로 일관되며 청 바꿈은 없지만 두 개의 음 구조를 혼합해 쓰고 있는 양상처럼 두 개의 반음이 활용되어 있다. 즉 g본청의 더음청 f음을 꺾는 윗청으로 기능 변화시켜 d본청의 계면조 음구조를 혼합해서 쓰는 양상인데 이를 제 2반음이라 명명하였다. 기존 산조에서 4종류의 계면조와 우조 평조 등이 고루 쓰이는 데에 비하면 산조가야금을 매우 단순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하겠으나 제2반음을 써서 7음계적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점은 본 산조 계면조 음구조 활용의 한 특징이라고 하겠다. 이는 삼분손익법의 음 구조 산출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될 수 있는 점이 매우 자연스럽고 흥미롭다. 종지형 선율 짧은 종지형 선율과 긴 종지형 선율로 나뉘어 작은 단락이나 큰 단락을 마치는 역할을 한다. 상청 선율을 옥타브 아래로 급하강하여 시작 선율로 전개한 뒤 짧은 종지형 선율로 두 각에 거쳐서 종지구 단락을 만드는 방법으로 선율단락이 구획 지어진다. 전 5장 중 1장은 저음역대에서 시작하여 2장은 중음역대, 3장 4장은 고음역대, 5장은 중음역대로 다시 내려오는 방식으로 선율진행이 이루어지며, 여기에 종지구 선율로 마무리되어 단락과 장이 구분된다. 이를 보면 악보 없이 가락을 짜면서 즉흥 연주한 심상건의 선율진행 방식의 일면을 파악하게 되는데, 나름 저음에서 시작하여 점차 고음으로 올라가고 다시 중음역대로 내려옴으로써 이를 선율형식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심상건의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본인의 선율형식을 보여준다. 또 종지구에 있어서도 반 종지, 짧은 종지 긴 종지의 세 가지로 나뉘는데, 긴 종지구는 두 세 장단에 걸쳐서 만들고 있어서 앞 두 종류의 종지가락과는 차등이 있으며 이 또한 장을 구분하는 선율 틀(형식)이 됨을 알 수 있다. 심상건의 음악적 특징은 g본청 계면조 음계의 사용과 제 2반음 사용으로 임시적 조바꿈을 만들며 선율진행을 하고, 정해진 음 위치(본청 중심)에서 일정하게 나타나는 종지형 선율을 가진다. 산조가야금의 음역대를 따라 저음에서 고음 쪽으로 이동하면서 선율진행을 해감으로써 이를 악보 없이 선율연주를 해 나가는 방향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단락을 형성하거나 반종지, 긴종지 형태로 큰 단락을 형성, 또는 큰 단락들의 모음으로 곡 전체를 형성해 나갔다.
가야금산조의 전승이 구전이고, 모방 표절 답습 등의 방법으로 세대 간 가락이 이어져 유파가 형성되어 왔는데, 심상건은 충청도 출신의 가야금 연주자로서 음반 기록이 많은 편이고, 1965년에 작고했기 때문에 제2세대 명인 중에서는 연주 활동기간이 길었다고 하겠다. 그만의 가락과 김창조계열 산조 가락 틀을 닮은 여러 버전의 음원들을 남겼으나 제자 양성에는 공을 들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은 흐튼 가락이고 즉흥연주라 하더라도 그 나름의 선율형식 구도의 작동으로 그 연주는 가능했다고 하겠다. 즉 장단의 틀과 산조가야금의 조율구조, 선율의 대구를 이루는 긴장과 이완, 문 답, 종지형 선율 등에 기대어즉흥 연주를 꾸려갔으며, 이는 그에게 터득되고 체화되어 있었던 선율구성 원리라고 하겠다. 이러한 원리의 작동 속에서 그는 산조 선율의 “죄고 푸는 맛”을 표현 해내었으며, 이를 통해 즉흥으로 음악 형성을 이루어 가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김해숙, 「가야금산조의짜임새-심상건가야금산조의선율구성원리-」, 『산조연구』, 세광출판사, 1987. 김해숙·백대웅·최태현 공저, 『전통음악개론』, 도서출판어울림, 1995.
김해숙(金海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