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용 가야금산조
신관용이 이영채에게 배운 가락에 자신이 창작한 선율을 추가하여 만든 가야금산조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전북지역의 산조 명인 이영채가 신관용에게 전수한 가락을 근간한 산조이다. 계면조로 시작하여 계면조로 마무리하는 악곡 짜임새로 전 악장에 걸쳐 계면조의 비중이 매우 크다. 즉흥성이 강하고 반복 선율이 많아서 전북제 가야금산조의 초기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가야금산조는 19세기 후반에 여러 지역에서 즉흥성이 강한 허튼 가락의 형태로 연주되다가 김창조가 산조의 틀을 정립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차츰 정형화되었다. 전북지역에서는 이영채, 박한용, 박학순 등이 초기 산조 명인으로 활동하였다.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이영채의 가락을 전승한 산조이다. 이영채는 1879년에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 일대에서 가야금 연주자로 활동하였다. 이영채에서 신관용으로 이어지는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전남제의 김창조 산조와 다른 음악적 특징을 보여준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이영채-신관용으로 전승된 산조이다. 신관용(申寬龍, 1912~1961)은 1912년 전북 김제의 세습 음악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15세 때 가야금 명인 이영채(李永采, 1879~1931)를 만나 가야금풍류와 산조를 배우면서 음악인으로 성장하였다. 이영채는 전북제 가야금산조의 초기 명인으로 가야금풍류, 산조, 병창에 두루 뛰어난 인물이었고, 신관용의 음악 세계에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
신관용은 신쌍암, 강순영, 송창섭, 이기열, 주선희, 박설행 등에게 자신의 가야금산조를 가르쳤는데, 제자들에 따르면 어제 탔던 가락과 오늘 타는 가락이 다를 정도로 즉흥성이 강하여 그의 가락을 온전히 전수 받는 것이 까다로웠다고 전한다. 현재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후대 전승자들이 자신의 가락을 추가하면서 신관용 산조보다 연주시간이 늘어났다. 강순영이 연주하는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2002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 음악적 특징 신관용이 연주한 가야금산조는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뒷중모리 구성으로 25분 남짓이 소요된다. 휘모리 다음에 뒷중모리 2장단으로 산조 전체를 마무리하는 특징이 있다. 전 악장의 선법과 성음이 계면조 중심으로 이루어진 점도 특징이다. 대개 가야금산조 진양조 첫 부분은 상청인 제10현을 중심으로 우조로 진행한다. 이와 달리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진양조의 첫 부분을 하청인 제4현에서 계면조로 시작하며 마지막도 계면조로 끝낸다. 전 악장에 걸쳐 미(mi)-라(la)-도시(do↷si)-레(re′)로 구성된 계면조선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성음 역시 진한 슬픔과 애절함을 표현한 진계면조를 주로 사용한다. 또한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여러 차례 유사한 가락이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유사한 가락이 반복되더라도 아랫줄을 눌러 윗줄 음을 내기 때문에, 여러 음색으로 다채롭고 오묘한 느낌을 준다. 최고음 역시 가야금 제12현을 사용하지 않고 제11현을 눌러 여러 음색으로 표현한다. 특히 신관용의 연주는 템포가 매우 빠르고 기교가 현란한 점도 특징이다. 템포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에 계면조 성음이 강하지만 슬픔보다는 담담함이 배어난다.
○ 악기편성 가야금 독주이며, 장구 반주가 따른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2002)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산조 발생 초기에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락 특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현재 전해지는 신관용의 유음 세 종류 모두 선율 구성이 조금씩 달라서 즉흥성이 강한 초기 산조의 특징을 드러낸다. 또한 계면조로 시작하여 계면조로 마무리된 점도 산조는 우조에서 시작하여 우조로 끝낸다는 통념에서 벗어난 구성이다. 이와 같이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는 김창조 계열의 산조와는 다른 음악 특징으로 산조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이보형, 『가야금산조 : 신관용류 강순영 가야금산조』, 문화재연구소, 1980. 황미연, 『신관용가야금산조연구』, 신아출판사, 1994. 김성민, 「신관용 가야금산조의 선율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박사논문, 2018. 박윤서, 「신관용류 가야금산조의 선율 비교연구: 신관용의 유음(遺音) 1, 2, 3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석사논문, 2021.
김일륜(金日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