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강 대금산조
이생강이 한주환에게 배운 선율을 기초로 자신의 가락을 추가하여 만든 대금산조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박종기에서 한주환으로 이어진 가락을 바탕으로 이생강 자신이 짠 가락을 넣고 다듬어서 완성하였다. 다스름-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로 구성되며, 전반적으로 음정이 높은 대금을 사용하여 청이 높아서 맑고 밝은 느낌을 준다. 주로 변청과 변조를 활용하여 다채로운 선율 변화를 추구하였다. 한주환류 대금산조는 이생강과 서용석에게 전해져 3세대 대금산조의 뿌리가 되었다.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박종기-한주환-이생강으로 이어지는 소리더늠 대금산조이다. 박종기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1920~30년대에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의 세 악장으로 구성된 대금산조를 창시하였다. 한주환은 박종기에게 배운 가락에 중중모리를 추가하여 네틀 형식의 대금산조를 정립하였다. 이생강은 한주환에게 산조를 학습하였고 이 가락을 기초로 다수의 선율을 새로 만들어 이생강류 대금산조를 완성하였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한주환을 사사한 이생강이 다양한 악기 학습과 오랜 음악 경험을 거치면서 완성한 음악이다. 이생강(李生剛, 1937~ )은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일본 거주 중에 부친 이수덕이 향수병을 달래기 위해 피리, 단소, 퉁소, 소금 등 여러 악기를 만들어 불었는데, 아들 이생강의 재능을 알아보고 여러 관악기를 배우게 하였다. 귀국 후에 생활수단으로 악기를 만들어 팔면서 부친과 전국을 다니던 이생강은 1948년 전주에서 한주환을 만나 21일 동안 대금산조 자진모리를 배웠다. 그리고 1951년 부산에서 다시 한주환을 만나 진양조부터 산조 전 바탕을 공부하였고, 한주환 사후에는 한주환과 함께 활동한 한일섭에게 대금 가락을 구음으로 전해 듣고 한주환류 대금산조를 보충하였다. 이생강은 대금을 비롯한 단소, 피리, 퉁소, 태평소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명인들에게 여러 악기를 사사하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게다가 1960년대부터 각 분야의 명인 명창들과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연주활동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이생강은 1980년대에 박종기가 남긴 18분 산조와 한주환의 32분 산조에 자신의 음악적 경험을 집대성하여 다스름-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로 구성된 약 54분 길이의 이생강류 대금산조를 만들었다.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음반에 따라 연주시간이 다른데, 2009년에 발매한 《죽향 이생강의 위대한 120분 산조가락 적류(笛流)》에는 120분이 넘는 대금산조 가락이 수록되어 있다. 한주환의 대금산조를 계승한 명인으로 1996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았다. ○ 음악적 특징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다스름-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구성이다. 근래에 굿거리, 엇모리, 동살푸리, 휘모리를 더 짜기도 하였으나 주로 연주되는 악장은 진양조부터 자진모리까지이다.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소리더늠의 특징인 다양하고 화려한 조바꿈과 장식음을 사용한다. 다른 유파의 대금산조보다 전반적으로 청이 높아서 맑고 밝은 느낌을 주며, 다양한 조바꿈이 자주 나타난다. 중모리에 나타나는 f계면조와 b♭계면조는 모든 대금산조의 중모리 중에서 이생강류 산조가 유일하다. 또한 메나리조와 봉장취 선율을 삽입하여 음악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확장하였다. 특히 호흡을 통해 음량의 가감을 조절하거나 한 호흡에 고음에서 저음으로 길게 뻗어 내리는 연주법을 사용하여 극적표현을 최대화하였다. 또한 변청의 활용이 많고 타 유파와 달리 다양한 조를 사용하여 화려한 선율과 섬세한 시김새를 구사하는 특징이 돋보인다. 이러한 음악적 특징은 이생강이 자신의 태생적 토양과 신체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음악에 활용한 예로 해석할 수 있다.
○ 악기편성 대금 독주이며 장구 반주가 따른다.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인접 장르의 음악 요소를 수용하여 호걸제, 메나리조, 봉장취 등의 다채로운 선율을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선율 진행이 따른 세 종류의 호걸제 선율이 출현하며, 동부지방 민요의 특징인 미(mi)-솔(sol)-라(la)-도(do)-레(re)의 메나리조 선율이 들어가 있다. 또한 중중모리와 자진모리에 계면조의 주요 구성음인 본청(라)-떠는청(미)-꺾는청(도시)-본청(라)으로 진행되는 봉장취 가락이 여러 형태로 나타나며, 자진모리에는 새소리 선율이 뻐꾸기 선율형과 호반새 선율형의 두 가지로 표현된다. 이 새소리 선율형은 음을 강하게 쿡쿡 쳐내는 다루치기와 굴리는 주법 등의 시김새로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와 같이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이생강의 탁월한 음감에 다양한 민속음악 어법이 구성되어 대금산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된다.
이보형,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7 : 산조 (無形文化財 調査報告書 7 : 散調)』,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文化財管理局 文化財硏究所), 1987. 뿌리깊은나무 편, 『뿌리깊은나무 산조 전집 해설집』, 뿌리깊은나무 출판사, 1989. 이진원․김가람 글, 『대금산조(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임재원, 「대금산조의 생성 및 전승과 확장」,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임재원(林宰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