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희(池瑛熙, 1909~1980)가 시나위 형태의 음악을 산조로 구성한 해금 독주곡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교육과 악보화 등을 목적으로 1961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로 구성된 산조를 발표하였으며, 1975년 하와이에서 녹음한 30분 가량의 산조 가락이 있다. 지영희류 해금산조에는 경기굿에 연주된 시나위 가락과 더불어 그가 구체화한 다양한 음악이 있다.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지용구(池龍九,1857~1938)가 창시한 해금산조와 김덕진(金德鎭)의 해금 시나위 가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영희는 1931년 4월부터 지용구에게 해금을 배웠으며, 1935년에 해금산조 가락을 사사 받았다. 또한, 1936년에는 김덕진 문하에서 해금 시나위를 학습했다. 김덕진은 1937년에 산조 합주를 발표했고, 이어서 지용구가 독주 해금산조로 발표했다. 두 스승이었던 지용구와 김덕진에게서 전수 받은 가락을 바탕으로 본인의 예술 활동을 통해 짜인 가락이 지영희류 해금산조이다.
지영희는 지용구와 김덕진에게서 전수받은 가락을 바탕으로 1961년에 12분가량의 산조를 발표하고 14년 후에 오늘날과 같은 30분 가량의 해금산조를 녹음했다.
이 해금산조의 선율은 우조, 평조, 계면조, 경기 시나위조로 이루어지며, 조성의 변화를 위한 왼손 운지의 위치이동을 통해 넓은 음역대를 사용한다. 지영희의 해금산조는 특히 무속가락에 바탕을 둔 경드름, 경기 시나위조의 영향과 즉흥적 선율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선율의 굴곡이 섬세하며 경쾌하고 명료하다. 지영희류 30분 가량의 해금산조는 그의 제자 홍옥미가 최초로 1993년 7월 15일 일본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연주하였다.
그 후 최태현이 채보 및 음반으로 남겼으며, 김영재, 박정실, 홍옥미, 백정순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경기 시나위 가락과 경토리 (경제, 경조) 가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조와 선법으로 주음과 운지를 함께 이동하여 구성음과 시김새에 변화가 있다. 경기 시나위가락은 경기도당굿에서 발전한 시나위이며 도살풀이 가락 푸살 가락등으로 불러지기도 한다.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산조와 달리 굿거리 장단이 특징이다. 이 중에 경드름 가락과 경기시나위 가락이 구성되어있는 가락은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이다. 중중모리, 굿거리는 해금시나위 도살풀이에 나타나는 2분박의 선율을 중중모리 굿거리 장단의 3분박으로 변화시켜 연주하는 양상이 보이며, 2분박과 3분박의 혼합형 리듬이 다양한 리듬 구조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음계는 솔(sol) 음계로 경기민요 선율과 유사하다.
지영희는 우리 전통 국악인으로서, 창작분야 작곡계의 1세대에 해당하는 종합예술인이다. 1960년대부터는 교육과 지휘 및 작곡 활동에 힘을 쏟기 시작했으며, 국악예술학교 예술부장으로 학생들에게 피리와 해금을 가르쳤다. 이 시기에 해금산조가 오선보화 되어 교본에 수록되면서 공식적으로 학습하게 되었다. 1973년 65세에 지영희는 국가의 중요무형문화재 제52호 시나위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지영희류 긴 산조는 지영희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2호 시나위 보유자 지정이 해제된 해에 이민지 하와이에서 카세트 테잎으로 30분가량의 산조 가락으로 남겨졌다.
노동은, 『지영희 평전』, 민속원, 2015. 윤하림, 「해금산조의 변천양상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21. 최태현, 『해금산조연구Ⅱ』, 민속원, 2008.
김정림(金貞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