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연주가인 김영재(金泳宰, 1947∼ )가 자신이 만든 가락으로 한 틀을 짜낸 산조 형식의 해금독주곡
연속적으로 구성된 악장(樂章)과 그에 따른 장단 및 선율을 약 1시간 남짓 연주 가능하게 만든 곡을 산조라 하며, 특히 독주악기인 해금으로 연주하는 것을 해금산조라 한다. 김영재류 해금산조란 연주자인 김영재가 자신이 연구하고 학습한 가락을 중심으로 독창성을 발휘해 산조식(式) 음악어법으로 만들고, 류파를 형성한 해금 독주곡을 일컫는다.
지영희(池瑛熙, 1909~1979)를 사사한 김영재가 판소리 및 기악명인 들의 연주를 바탕으로 가락을 수집하였다. 그 결과는 1980년 이후부터 해금연주로서 조금씩 완성되기 시작하였다. 오랜 기간동안 장단과 조성을 바꿔가며 가락을 붙여보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즉흥적 가락들이 첨가되었으며, 점차 한 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확대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김영재가 연주 생활을 통해 학습한 가락을 해금에 얹어 구성한 산조이다. 1980년대부터 해금 전공 학생들에게 전수되기 시작했다. 이후 1989년 KBS-FM 명인전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한 「긴산조」 및 「짧은산조」가 『김영재 해금창작곡집: 독주곡』에 각각 악보로 남겨져 있다. 2008년에는 그보다 확장된 형태의 「긴산조」를 음반으로 발매한 바 있다. 오늘날 연주되는 「긴산조」는 약 1시간여가 소요되므로 여느 해금산조보다 다소 긴 편이며, 「짧은산조」는 약 20분 내외로 연주한다.
김영재에 따르면 우조, 평조, 평우조, 계면조, 우계면조, 진계면조, 평계면조, 드렁조, 경드름조, 변우조, 변계면조, 메나리조 등 조를 자주 바꿔가며 변화를 꾀했다 하고, 녹음 중 즉흥가락이 포함되었다 한다.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 〈단모리〉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금산조는 산조 중 비교적 늦게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영희에 의하면 1960~70년대까지도 해금시나위라 해설하는 자료를 볼 수 있다. 남도지역 육자배기토리 시나위와 경기지역 시나위의 경계를 초월한 자유로운 형식의 산조가 지영희류에서 형성되었다면, 장단의 한배 안에서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금으로 담아낸 특징이 김영재류에서 돋보인다. 아울러 여타 해금산조에 비해 〈엇모리〉 및 〈단모리〉 장단이 포함되어 있어 장단의 종류가 다양한 특징이 있다. 산조의 작곡은 일정한 틀을 유지한 채 미시적으로는 연주자의 즉흥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지영희에 의해 제도적 국악교육을 받은 1세대인 김영재가 기악 및 성악의 연행 현장에서 체득한 음악적 소재를 엮어 해금 독주곡으로서의 새로운 류파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성금연 편, 『지영희민속음악연구자료집』, 성금연가락보존연구회, 1986. 김영재, 「김영재류 해금산조: 긴산조」, 신나라레코드, 2008. 김영재, 「김영재 해금창작곡집: 독주곡」, 어울림, 1999.
김유석(金裕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