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 전승되는 향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의 여섯 악기 중심의 악기 편성 및 이러한 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
경기삼현육각은 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 관아 및 민간의 연향음악, 무용반주음악, 행진음악, 연희나 굿의 반주음악으로 사용되던 향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의 악기 편성, 또는 이러한 편성으로 연주하는 음악을 이른다.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악기를 제외해서 보다 적은 수의 악기로 연주하거나 선율악기인 향피리, 대금, 해금의 수를 늘리기도 하며, 아쟁 등의 악기를 추가하는 등 변화된 편성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삼현육각 편성 및 〈삼현육각〉으로 연주하는 음악이 등장한 것은 늦어도 18세기 후반이다. 이는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무동도에 삼현육각 편성의 악사들이 등장하고, 실학자 유득공(柳得恭, 1749~1807)의 『경도잡지 (京都雜志)』 중 “북ㆍ장고ㆍ해금ㆍ대금ㆍ피리의 합주”라는 내용이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 역사 변천 과정 삼현이라는 용어와 관련된 가장 이른 기록은 『삼국사기』 중 통일신라와 관련된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때의 삼현은 삼현육각 편성이나 음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의 현악기 셋을 의미하는 것이며 지역적으로도 경기삼현육각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을 수 없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삼현이라는 용어는 궁중에 소속된 악공(樂工) 및 민간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기악 편성을 지칭할 때 사용되었다. 조선후기에는 지방 관아의 연례(宴禮)나 민간의 잔치에서, 향교(鄕校)의 제향, 연희패들의 춤과 줄타기 같은 곡예에서 반주음악으로 두루 쓰이며 전승되었을 것이라 짐작되고 있다. 그 결과 궁중에서 연주되던 〈삼현육각〉과 구분되는, 민간의 〈삼현육각〉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궁중의 인근 지역에서 가장 일찍 〈삼현육각〉을 연주했을 것이며 이를 다른 지역의 〈삼현육각〉과 구분해서 경기삼현육각이라 지칭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어느 시기부터 경기삼현육각이 연주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신윤복(申潤福1758~?)의 풍속도에 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의 삼현육각 편성이 그려진 점, 또한 유득공(柳得恭, 1749~1807)이 서울 지역의 풍속을 기록한 『경도잡지 (京都雜志)』 중 “북ㆍ장고ㆍ해금ㆍ대금ㆍ피리의 합주”라고 등장하는 것으로 늦어도 18세기 후반에는 경기삼현육각이 확립되어 연주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경기삼현육각으로 연주하는 악곡들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행진음악은 실제 연주할 일이 거의 없고 굿에서 드물게 연주하게 되면서 〈길군악〉, 《취타》, 〈길타령〉, 〈별곡〉《타령》, 〈별곡〉을 모두 연주하지 않고 일부만 연주하게 되었다. 무용 반주음악 역시 20세기 다양한 무용 작품이 등장하면서 민요 선율을 연주하기도 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거상악 즉, 회갑연과 같은 잔치에서 술을 올릴 때, 그리고 굿에서 신을 청해서 술을 올릴 때 〈삼현육각〉을 연주하지만 〈자진한잎〉을 연주하는 경우는 주로 굿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감상용 기악곡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 연행시기 및 장소 경기 지역 관아의 연례(宴禮)나 민간의 잔치, 향교(鄕校)의 제향, 연희패들의 춤과 줄타기 같은 곡예, 굿이 개최될 때 연주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에는 굿, 가면극, 무용반주 등에서 연주되는 것 외에도 공연예술화 된 전통 기악곡으로 각종 무대에서 연주되고 있다. ○ 용도 경기삼현육각은 행진음악, 무용반주음악, 거상악(擧床樂)으로 연주되었다. 이러한 용도는 궁중에서 연주되었던 〈삼현육각〉과 같지만 실제 연주되는 상황은 궁중의 〈삼현육각〉과 비교해 보면 훨씬 다양했다. 행진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고관 및 귀인의 행차에 연주되는 경우가 있었으며 굿에서 마을을 도는 “돌돌이”에서 연주되거나 가면극에서 탈꾼이 행진해서 들어올 때 연주되는 경우가 있었다. 무용반주음악 역시 실제 사가의 연향에서 기생들의 춤을 반주하는 경우, 굿에서 무당의 춤을 반주하는 경우, 가면극 등 각종 연희에서 추는 춤을 반주하는 경우가 있었다. 거상악 역시 향교 제사에서 술을 올릴 때, 실제 회갑연과 같은 잔치에서 술을 올릴 때, 그리고 굿에서 신을 청해서 신에게 술을 올릴 때와 같이 각각 다른 상황의 거상악으로서 연주되었다. 20세기 이후에는 공연예술화 된 전통 기악곡으로서도 경기삼현육각이 연주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경기삼현육각의 악곡에는 다양한 장단이 사용되었다. 느린 10박 장단, 3소박 6박 장단, 3소박 4박의 《굿거리》장단과 《타령》장단, 빠른 3소박 4박의 당악장단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장단에 맞추어 연주하는 피리, 대금, 해금 등 관악기의 선율은 연주자별로 시김새나 미세한 선율 진행에 있어서 다른 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음계 및 선법과 관련해서는 《관악영산회상》 계열 악곡에서는 궁중음악과 교류의 영향이 보인다. 반면에 《굿거리》와 같은 음악은 서울 및 경기 지역의 무속음악, 즉 지역적인 특성도 나타난다. 경기 삼현육각 각 악곡별 음계는 경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다른 지역의 〈삼현육각〉 악곡들과 공통된 특징도 나타나는데 예를 들면 일정한 단락이 앞부분만 변형되어 반복해서 이루어지는 악곡 형식, 동일한 장단의 사용 등이다. ○ 형식과 구성 경기 삼현육각으로 연주되는 악곡명으로는 《관악영산회상》을 비롯해 《염불》, 《굿거리》, 《타령》 같은 무용곡이 있고, 《취타》, 〈길군악〉, 〈길타령〉, 〈별우조타령〉, 군악 등과 같은 행진음악이 있다. 또한 거상악으로 연주되었던 〈자진한잎〉 등이 있다.
사가의 잔치에서 술잔을 올릴 때에는 《관악영산회상》 계열 악곡으로 ‘대짜’라고 하는 〈상영산〉에서부터 〈중영산〉, 〈세령산〉, 〈가락덜이〉, 〈삼현도드리〉, 〈자진한잎〉 등을 연주했다고 한다. 그 외에 승무나 검무의 반주음악으로 《염불》, 《허튼타령》, 《굿거리》를 연주했는데 《염불》의 경우 속도가 느린 경우 〈긴염불〉, 빠른 경우 〈자진염불〉로 구분해서 지칭하기도 했다. 오늘날 경기 지역의 〈삼현육각〉 중 굿 반주 음악으로는 경기 남부 지역의 대표적인 굿인 《도당굿》의 〈군웅거리〉와 신을 청하는 청신에서 〈긴염불〉에서 〈별곡〉까지 연주하고, 돌돌이에서는 〈길군악〉을 , 문잡이에는 《취타》를 연주한다. 무당이 추는 춤의 반주 음악으로 〈삼현도드리〉, 《염불》, 《굿거리》 당악 등도 있다. 양주별산대놀이, 송파산대놀이와 같은 가면극에서는 〈긴염불〉, 〈자진염불〉, 《허튼타령》, 《굿거리》, 당악 등을 연주한다.
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 연주되었던 〈삼현육각〉이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4호로 2014년에 지정되었으며, 인천에서 연주되었던 〈삼현육각〉이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1호로 1985년에 지정되었다.
경기삼현육각은 연향 및 연희, 굿 등에서 반주음악으로 연주되는 음악이었으므로 상황에 따라 연주되는 곡목, 연주 시간이나 연주 악기 및 인원의 편성 또한 유동적이었다. 이로 인해 일정 선율을 약간의 변형을 더해 반복적으로 전개하는 구조가 주로 사용되었다. 또한 경토리를 사용하거나, 《굿거리》 장단을 사용하는 등 서울 경기 지역의 무속음악, 민요 등에서 나타나는 음악적 특징이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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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정(林慧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