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배재, 중례재, 대례왕공문, 대례왕공재
사후 칠일마다 망자를 위해 경전 염송과 명부시왕 각각에 재공 올리는 불교의례
시왕각배재는 명부의 열 분 시왕 각각을 초청하여 예를 올리고 공양을 올리는 의례인데, 재의 규모가 영산재보다는 작고, 상주권공재보다는 크다. 야외에 단을 꾸미고 명부의 십대왕에게 올리는 재 의례로서, 시왕재와 다른 점은 명부 시왕 각각에 배례를 하기 전에 영산재나 상주권공재 등과 같이 경전 염송의 법석을 여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9세기경에 명부시왕 사상이 확립되고 10세기에 국내에 시왕사가 건립된 것으로 보면 시왕권공은 있었을 것이다. 16세기 의례 자료들에 의하면 제반문의 시왕청은 각배의 그것과 다르다고 볼 수 없다. 영산작법과 시왕권공에서 법석을 간략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왕각배재는 조선 후기에 확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왕각배재로 사십구재 등을 행할 때에도 여느 재와 마찬가지로 혼령 등을 모시는 시련, 그들에게 제공하는 목욕의식인 관욕, 지전을 저승 돈으로 만드는 조전점안, 도량의 옹호를 부탁하는 신중작법과 야외 설단을 위한 괘불이운 의식이 행해진다. 시왕각배재는 영산작법처럼 법석을 여는 의례를 위해 할향과 연향의 등게로 변재삼보에 정례의 절을 하고 합장게와 고향게로 삼보의 내림을 청한 다음 법연을 정화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법연을 정화하고 결계하는 의식이 상주권공보다는 조금 세밀하다. 원부 개계라는 소리와 함께 향수를 법연에 뿌려 도량을 청정하게 하며 복청게와 천수바라로 그것을 더한다. 그리고 도량 건립을 한 다음 상단소와 상단의 삼보를 청하고 각배재의 핵심이 되는 시왕을 일일이 청하여 자리에 모시고 공양을 올리게 된다. 법당 앞에 시왕단을 모시고 각배재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법당 안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시왕 권공이 끝나면 신중에 공양을 물려 올리고 나서 초청한 당일 혼령과 조상혼령 법계고혼을 위해 관음시식과 관음시식을 올리고 봉송으로 마치게 된다. ○연행 시기와 장소 사십구재의 날짜에 따라 설행이 되므로 정해진 시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의례 대본이 제공하는 시왕각배재는 야외설단이 중심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시왕각배재를 위한 야외설단의 재를 봉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법당 안에서 시왕번을 모시고 각배재를 봉행할 수 있으므로 그 장소는 법당 앞의 뜰과 법당 안이 될 수 있다.
불교의 재 의례의 절차와 구성은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의례의 규모에 따라 의례 형식이 선택되므로 특정 의례의 자세히 혹은 간단히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사십구재 등을 시왕각배재로 봉행하더라도 여느 재의 형식으로 봉행할 때처럼 재를 위해 사찰에 이른 혼령을 맞이하여 옹호해달라고 부탁하는 시련절차, 혼령을 대면하는 대령의식, 맞이하나 혼령의 업식을 정화하기 위해 목욕을 시키는 관욕의식, 그리고 재 도량의 옹호를 부탁하는 신중작법이 행해지고, 혼령의 저승길을 위해 저승에 가서 전생의 빚을 갚도록 하기 위해 만든 지전을 명실상부하게 저승돈으로 변하게 하는 조전의식이 봉행된다. 아울러 야외에서 시왕단이 차려지게 되므로 상단의 괘불을 모시는 괘불이운이 행해진다. 이렇게 되면 재도량 건립을 완수하게 된다. 이때 시련 절차 때에는 바라무와 나비무, 반짓소리가 행해진다. 운수상단으로 법석의 절차가 진행된다. 운수상단은 상주삼보에 예를 올리고자 향을 올려 청하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할향이 맨 먼저 홑소리 독창으로 진행된다. 할향은 영산재나 상주권공이나 모두 불리는데 시왕각배재의 그것은 독특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미산 암반에서 나와 바닷속 용궁에 늘 머물며, 활활 타는 금향로 속의 향연은 위로는 불국토에까지 이르고 아래로는 인간세계까지 통하도다.” 이때 한 스님이 모란, 작약, 연꽃 가운데 지화를 한 송이 들고 향에 대한 찬탄게송을 하고 법주는 징을 한 마루 올려놓는다. 이어 연향게를 등게라고 하여 향연이 자타의 오분법신으로 나타남을 노래하고 변재삼보에 정례를 한다. 정례시방상주불 하고 소리 하면 쇠를 몰아 띄고 요잡바라와 법고무가 이어진다. 이어 합장게와 고향게를 하는데 이때의 향은 일심의 성심에 부합된 향이다. 할향은 향기로운 꽃의 향기라면 합장게의 향은 진실에 부합한 성심의 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도량의 정화를 위한 개계와 정토결진언 쇄향수진언을 독창하며 걸수하여 도량을 청정하게 한다. 한 승려가 걸수 소리를 독창하면 다른 스님은 다기 뚜껑에 향과 물을 섞어 솔가지에 물을 묻힌 후 이를 뿌리고, 또 한 승려는 향로를 들고, 한 승려는 다기를 들고 이를 뒤따른다. 세 명의 승려가 불상 앞에 나아가 삼각형을 그리며 걸수 소리가 끝날 때까지 돌진언으로 알려진 ‘나모 사만다 못다남 옴 호로호로 전나라 미등기 스바하’를 독창한다. 이어 천수를 운운하고 복청게를 하는 것은 불교 재의례에서 행하는 것과 같다. 천수바라를 치고 사방으로 쇄수를 한 다음 사방찬을 독창으로 하고 도량를 대중창으로 하고 나비무를 춘다. 도량이 장엄되었음을 찬탄하는 것이다. 이어 참회게를 독창하고 참회진언을 대중창으로 하며 설법의 도량을 건립하는 절차가 끝나고 설주를 모셔 오게 된다. 설주이운의식의식은 거영산작법절차의 그것과 같은데, 진행하는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다. 강생게, 입산게, 가영(평염불), 헌좌게(법주와 대중이 주고받음), 다게를 대중창으로 하고 나비무 후 요잡바라를 하고 평염불로 출산게를 하고, 대중창으로 영축게, 산화락을 하며 나무영산회상불보살의 거영산 짓소리를 하고 등상게와 좌불게로 모시는 것을 마친다. 이후에는 설법을 위한 의식으로 정대게 개경게 개법장진언과 삼남태 짓소리와 대중창, 십념을 하고, 안채비로 거양을 한 다음 청법게와 설법게로 법문을 하게 된다. 마칠 때는 보궐진언과 수경게로 끝나며 사무량게와 귀명게로 법사에 예를 표하고 준제행법과 공양의식을 위한 건단 절차를 진행한다. 이어서 상단과 중단의 소청이 시작된다. 이때부터가 사실상 각배의식이다. 일반적인 상단 소청권공은 거불, 상단소, 진령게, 보소청진언, 유치, 청사를 하고 마지막에 향화락고 가영은 독창으로 하고 고아게는대중창으로 하며, 헌좌게와 진언은 홑소리와 대중창으로 1, 3구와 2, 4구를 한 다음 증명 다게를 모시고 중단의 소청중위로 들어간다. 소청 중위는 거불과 시왕소, 진령게, 보소청진언, 명부 증명삼성을 먼저 청해 헌좌와 가영과 고아게, 헌좌게와 진언 증명다게를 올리고 명부 시왕을 제일 진광대왕, 제이초강대왕, 제삼송제대왕, 제사오관대왕, 제오염라대왕, 제육변성대왕, 제칠태산대왕, 제팔평등대왕, 제구도시대왕, 제십오도전륜대왕의 십대왕을 청사로 청하고 향화청가 가영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다. 십대왕 이후에는 태산부군의 병종권속을 비롯하여 시왕의 권속을 6위로 나누어 청하고 있다. 소청한 시왕 대중은 상단의 삼보에 경례하고, 중단의 하위의 신중은 중단에도 경례하고 자리에 앉게 된다. 다음은 상단 권공으로 이어지는데 그 형식은 일반 상단권공과 같은 형식이다. 중위의 시왕대중이 자리에 앉게 되면 괘전게를 올리고 중단권공으로 들어간다. 공양 받는 대상만 다른 신중단 의식과 다를 뿐 공양을 변하게 하는 변공과 오공양 등은 같다. 공양을 마치면 상단 축원화청을 하고, 중단의 지장축원 화청을 독창으로 하고 마치게 된다.
시왕각배재는 전통 시왕청문의 고향게와 개계의 개계 앞에서 할향과 연향게, 정례, 합장게가 더해지고, 시왕청 의식 앞에 설법하거나 경전을 염송하는 법석의식이 더해지고 그 다음에 상단권공이 더해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시왕각배재는 시왕과 그 권속과 증명삼성을 청하는 것이나 법석의식이 더해져서 법석과 권공의 완결 형태로 완성되었다. 현재 시왕각배재도 사십구재 의식으로 활용되는 빈도가 적다고 한다. 하지만 영남지역의 재의례에는 각배의 형태가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시왕각배재에 특징과 의미를 보면, 시왕 사상이 성립된 것은 어쩌면 인과업보 사상에서 보면 명부시왕의 심판은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칠칠재 혹은 사십구재에 시왕의 권공의식이 행해지는 것은 십선업의 권장을 위한 방편을 시설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에는 시왕각배재 설행이 적다고 한다. 또 생전예수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면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시왕각배재는 명부세계와 그 심판자 시왕이라는 장치를 통해 신앙자들이 선업을 닦게 하여 자기의 소원을 이루게 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智禪 撰, 『오종범음집』(『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2), 1661. 징광사 간, 『청문』, 징광사, 1662. 안진호 편, 『석문의범』, 만상회, 1935. 법현,『불교의식음악연구』, 운주사, 2012. 이성운, 「預修齋와 各拜齋의 同異」, 『정토학연구』 30, 한국정토학회, 2018.12.
이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