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지방에 전승되는 농악
영동농악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농악으로, 성황굿ㆍ지신밟기ㆍ농사풀이 등 두레굿의 성격이 강하다. 꽹과리 가락이 소박하고 매우 빠르며, 법고ㆍ소고의 춤사위가 씩씩하고 활달하다. 법고와 소고가 따로 편성되고, 법고ㆍ소고ㆍ무동이 함께하는 농사풀이가 판굿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악의 기원은 고대국가의 제천행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강릉농악에 대한 기록은 조선조 1470년대에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성현(成俔, 1439~1504)의 시 「차강릉동헌운(次江陵東軒韻)」, 『조선왕조실록』 권38에는 1466년 윤3월 14일에 세조가 강릉 연곡리를 방문한 기록, 남효온(南孝溫, 1454~1492)이 1485년 윤4월 11일에 쓴 「유금강산기(遊金剛山記)」, 허균(許筠, 1569~1618)이 쓴 「대령산신찬병서(大嶺山神贊竝書)」(1603), 강릉에 표류한 일본인들이 쓴 「강호표류기총집(江戶漂流記總集)」(1756)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릉농악의 전통은 일제강점기에도 중단되지 않았다. 1928년 단오 때 강릉단양운동대회 농악대회, 1937년 강릉단오운동회에 33개 단체 800여 명의 마을 농악대 참여, 1938년 동아일보 강릉지국 주최로 열린 제1회 강릉농악경연대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강릉농악은 1961년 제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연하여 공로상을 받은 이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몇 차례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연하였다. 정병호ㆍ이보형이 상쇠 박기하와 홍제동 농악을 조사하여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강원도편』(1977)을 작성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85년 12월 1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81년 KBS 강릉방송국은 단오제 때 KBS 사장기 쟁탈 농악경연대회를 제정하여 1982년부터 실시하여 2022년 현재 제39회 대회를 치렀다.
강릉농악은 일제강점기에도 농악경연대회를 개최하여 성황을 이루었으며, 1928년 강릉에서의 농악대회와 1938년 강릉농악경연대회에 33개 농악대 8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각 마을에 농악대가 활동했음을 알 수 있다. 강릉 지역에서 농악은 정월대보름 지신밟기와 다리밟기, 모심을 때와 김맬 때, 단오, 화전놀이, 뱃놀이 등을 할 때 연행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강릉에 강남동ㆍ경포동ㆍ교동ㆍ달맞이ㆍ사천하평ㆍ성덕동ㆍ홍제동농악대와 어린이농악대가 활동하고 있다. 현재 강릉농악은 성황모시기, 지신밟기, 농사풀이 등으로 구성된 판굿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으며, 장단은 소박하지만 빠르고 힘찬 가락으로 유명하다. 씩씩한 동작으로 농사짓는 장면을 연행하는 농사풀이농악으로 이름이 나 있지만, 판굿 안에는 일년의 세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판굿 중심의 강릉농악 외에 좀상날(음력 2월 6일) 다리밟기를 중심으로 한 강릉사천하평답교놀이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2003년)되어 있다. ○ 연행 시기와 장소 강릉농악은 지신밟기와 다리밟기, 모심을 때와 김맬 때, 단오, 화전놀이, 뱃놀이 등을 할 때 연행하였다. 지신밟기는 정월대보름날 서낭당에 가서 서낭굿을 친 다음 마을로 내려와 집집을 돌며 고사굿을 치는 것이며, 다리밟기굿은 정월대보름 또는 좀상날에 이웃 마을이 농악을 치며 서로 다투어 다리를 밟는 것이다. 모심을 때와 김맬 때는 노동의 피로를 덜기 위해 농악을 쳤는데 특히 김을 다 매고 나서 음식을 차려 크게 노는 것을 ‘질먹기’라고 하였다. 강릉단오제 때는 대관령 산신을 모시러 갈 때와 모시고 올 때 농악을 쳤다. 화전놀이, 뱃놀이 등은 각각 음력 3월 못자리를 놓고 나서, 음력 7월 이후 여름농사를 마무리 짓고 나서 여가를 즐길 때 농악을 치는 것이다.
강릉농악은 농기수ㆍ순서지ㆍ태평소ㆍ꽹과리ㆍ징ㆍ장구ㆍ북ㆍ소고ㆍ법고ㆍ무동ㆍ열두발상모 등 40여 명으로 편성된다. 무동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민복에 삼색띠를 X자로 매고, 무동은 붉은 치마ㆍ녹색 저고리 위에 남색 쾌자를 걸친다. 쓰개의 경우 예전에는 쇠잽이와 법고수만 상모지가 달린 벙거지를 쓰고 나머지 치배들은 고깔을 썼으나, 요즘에는 무동만 고깔을 쓰고 치배들은 모두 상모지가 달린 벙거지를 쓴다. 다만 소고수는 상모지가 아닌 길이가 짧고 폭이 넓은 퍽상모(방망이상모ㆍ말뚝상모)를 쓴다.
강릉농악에서 사용하는 장단은 일채ㆍ이채ㆍ삼채ㆍ사채ㆍ칠채ㆍ신식행진가락ㆍ굿거리ㆍ구식행진가락ㆍ구식길놀이가락 등이 있는데 이 중 일채ㆍ이채ㆍ삼채ㆍ사채ㆍ칠채ㆍ신식행진가락이 주요하게 사용된다. 강릉농악에는 목적에 따라 지신밟기, 다리밟기굿, 두레굿 등의 농악이 있었는데, 놀이판에서 크게 연행되는 판굿은 성황모시기, 지신밟기, 농사풀이 등으로 구성된다. 판굿에는 농사풀이는 법고ㆍ소고ㆍ무동이 함께 연행하는데, 논갈이에서 파종과 추수를 거쳐 방아찧기까지 10가지가 넘는 논농사 과정이 있다. 판굿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입장, 두루치기 ② 성황(서낭)모시기 ③ 멍석말이 ④ 지신밟기 ⑤ 십자놀이 ⑥ 황덕굿 ⑦ 농사풀이(논갈이-못자리누르기-볍씨뿌리기-모찌기-모심기-콩심기-김매기-낫갈이-벼베기-벼광이기-벼타작(태치기)-벼모으기-방아찧기) ⑧ 자매놀이 ⑨ 오고북놀이 ⑩ 굿거리, 동고리받기, 열두발상모, 장구통놀이, 여흥놀이이다.
국가무형문화재(1985)
강릉농악의 농사풀이는 1938년 강릉농악경연대회를 본 소설가 이무영이 쓴 동아일보 기사(1938.06.16.)에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정병호와 이보형이 강릉 홍제동 농악과 상쇠 박기하를 조사하게 되면서 박기하가 농사풀이를 확대하고 체계화하였고, 평창농악이 197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강원도 대표로 출연하면서 상쇠 박기하의 주도로 확대된 농사풀이가 반영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강릉농악의 농사풀이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때부터 강릉농악은 대표적인 농사풀이농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강릉농악이 농사풀이농악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판굿의 구성을 보면 일년 세시를 모두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릉농악은 농사풀이 앞놀이라고 할 수 있는 입장에서 황덕굿, 논갈이에서 방아찧기까지의 농사풀이, 자매놀이에서 여흥놀이까지의 뒷놀이로 짜여져 있다. 이 구성은 순서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정초부터 늦가을까지의 일년 의례와 세시 풍속이 모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강릉농악은 애초에 서낭굿과 지신밟기 등의 의례 때 쳤던 농악이 주요했었지만, 긴 시간 동안 경연대회와 공연을 거치면서 농사풀이와 연희적 요소가 강화되었다. 하지만 의례와 세시 풍속때 행해졌던 농악의 형태와 내용을 판굿에 모두 담아, 일년 동안의 농악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농악이라는 의미가 있다.
음악적으로는 경기충청지역에서 길가락으로 연주하는 칠채를 강릉농악에서도 연주하는 점이 주요하다. 강릉농악의 칠채는 멍석말이를 할 때 치는데, 경기충청지역의 칠채와는 박자와 빠르기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3소박과 2소박의 복잡하고 긴 형태라는 점, 멍석말이를 할 때 연주한다는 점에서 경기충청지역의 칠채와 유사성이 깊다.
강릉농악보존회 편, 『강릉농악: 강원민속예술의 꽃』, 2012. 국립문화재연구소, 『강릉농악』, 1997. 장정룡, 「강릉농악의 일제강점기 활동과 무형문화재 지정 추이」, 『강릉농악논총』, 2015. 시지은, 「강릉농악의 성격 재고찰」, 『민속학연구』 48, 2021.
시지은(施知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