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놀이, 솟대놀음, 장대놀이, 장대타기, 쌍줄백이, 도로심장(都盧尋橦), 도로장(都盧橦), 상간(上竿), 간희(竿戱), 장간희(長竿戱), 섭독교(躡獨趫), 연간(緣竿)
솟대타기란 솟대쟁이가 솟대 위나 솟대와 지상의 말뚝에 연결한 줄 위에서, 어릿광대와 재담을 나누며 곡예와 악기연주 등의 기예를 연행하는 전통연희
솟대타기는 솟대쟁이가 악사들의 음악 반주에 맞추어 어릿광대와 재담을 나누며 솟대 위뿐만 아니라 솟대를 지탱하는 줄을 연행 공간으로 삼아 연희를 펼친다. 솟대타기는 연희 장면에 적합한 재담이 다양한 기예와 어우러져 관중의 흥미를 자아내는 고난도의 곡예 종목이다.
솟대타기는 무예를 단련하고 자연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예로,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자생적 연희이다. 이러한 자생적 솟대타기는 삼국시대에 전래된 새롭고 수준 높은 공연 문화인 도로심장의 영향을 받아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도로심장은 도로국의 솟대타기라는 말로 풀이되는데, 도로국은 미얀마의 배간(Bagan) 지역에 있는 간푸토루우에 있던 나라이다. 이 지역은 열대수림과 대나무가 번성한 곳으로 대나무를 다루는 일이 생업이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나무 타는 뛰어난 기예를 가지고 있었다. 도로심장의 영향으로 발전을 거듭한 솟대타기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여러 행사에서 필수적인 공연 종목으로 연행되었다.
○ 역사 변천 과정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문기장자(文機障子)〉에는 연등회에서 본 솟대타기(緣橦)에 대한 기록이 전한다. 또한 〈진강후 저택에서 성가를 맞이할 때 교방의 치어와 구호(晉康候邸迎聖駕次敎坊致語口號)〉에서는 고려시대 임금의 행차를 맞이하는 공식행사에서 솟대타기가 행해졌음을 보여준다. 이색(李穡, 1328~1396)의 《목은집(牧隱集)》 〈동대문부터 대궐 문 앞까지의 산대잡극은 전에 보지 못한 것이다(自東大門至闕門前散臺雜劇前所未見也)〉에 나오는 “긴 장대 위의 연희자는 평지에서 걷듯 하고(長竿倚漢如平地)”라는 내용은 솟대타기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고려가요 〈청산별곡〉 7절 “사미 대에 올라셔 금奚琴을 혀거를 드로라”라는 구절은 광대가 사슴으로 분장해 짐대(솟대)에 올라 해금을 켜는 것을 듣는다는 뜻으로 솟대타기 기예가 당시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솟대타기는 《나례》, 중국 사신 영접 행사, 문희연 등에서 연행되었다. 조선 초 성현(成俔, 1439~1504)의 〈관나희(觀儺戱)〉 중 “백 척 솟대 위에서 잔 잡고 춤추네(長竿百尺舞壺觥)”라는 구절을 통해 《나례》에서 〈방울받기(弄丸)〉, 〈줄타기(步索)〉 등의 곡예 종목과 함께 솟대타기(長竿戱)가 연행되었음을 전해 준다. 성현이 중국 사신 영접 행사의 연희들을 묘사한 〈관괴뢰잡희(觀傀儡雜戱)〉에는 중국 사신 영접 행사에서 연행된 솟대타기를 “거꾸로 매달렸다 몸을 날리니 새가 나는 듯하네(跟絓投身條似飛)”라고 표현하고 있어서, 당시 솟대타기의 연희 수준이 매우 높았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성종(成宗) 19년(1488) 3월에 조선에 사신으로 왔던 명나라의 동월(董越)이 지은 〈조선부(朝鮮賦)〉에 의하면, 중국 사신 영접 시에 평양, 황주(黃州), 서울의 광화문에서 산대를 가설하고 백희의 일부로 솟대타기를 공연했다고 한다. 청나라 사신 아극돈(阿克敦, 1685~1756)의 《봉사도(奉使圖)》는 당시 중국 사신 영접 행사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화첩의 제11폭에는 솟대타기를 하는 연희자가 묘사되어 있다. 솟대 양 옆에 각각 두 줄씩 매어 솟대를 고정하고 연희자는 솟대 꼭대기에서 한 손으로 중심을 잡는 기예를 선보이고 있다. 솟대 바로 아래에 소고로 보이는 악기를 들고 장단을 맞추며 연희자와 재담을 나누는 어릿광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안동 권씨 문중 소장 〈문희연도(聞喜宴圖)〉(1683)는 권양(權讓, 1628~1697)의 아들 넷이 1687~1692년 사이에 모두 대과에 급제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자신이 살던 충남 서천에서 별도로 거행한 문희연 장면을 그린 것이다. 과거급제자의 집에서는 솔대(솟대)를 세우고 솟대타기를 연행했는데, 등용문(登龍門)의 의미를 담아 솔대 꼭대기에 용을 조각한 나무를 연결해 놓았다. 송만재(宋晩載, 1788~1851)가 그의 아들 송지정(宋持鼎, 1809~1870)의 등과를 축하하는 문희연을 대신해 지은 한시 작품 〈관우희(觀優戱)〉(1843)에서는 문희연에서 펼쳐지는 여러 공연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는 “제비처럼 갑자기 뛰어올라 줄을 타는 도로심장(衝燕躍而走索都盧尋橦)”과 “솟대 꼭대기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도로장(竿頭倒作都盧橦)” 등의 구절을 통해 솟대타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조선후기에 들어서면 각지에 상업 도시가 발달하고, 연희집단이 상인들의 상업 활동과 연계하여 공연을 펼쳤다. 박제가(朴齊家, 1750~1805)의 〈성시전도응령(城市全圖應令)〉에는 장사가 끝난 뒤에 펼친 솟대타기, 〈줄타기〉, 인형극 등의 공연이 묘사되어 있다. ○ 연행 시기와 장소 전통사회에서 솟대타기를 포함한 곡예 종목의 연행 시기와 장소는 종교와 이념의 변화, 왕조의 교체, 사회적 변동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나례》, 중국 사신 영접행사, 지방관 환영행사 등의 공식적 행사와 사대부가의 잔치, 상업적인 목적의 행사 또는 과거급제 후 벌이는 유가와 문희연 등의 민간 행사에서도 솟대타기가 연행되었다. 솟대타기는 밤을 피하고 주로 낮에 공연되었다. 특별한 조명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공중기예를 선보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불가피하게 밤에 공연하게 되는 경우에는 횃불로 조명을 했고 그을음이 쌍줄에 오르지 못하게 놀이판 밖에서 불을 밝혔다고 한다.
솟대타기는 솟대쟁이패를 위시하여 조선 후기 여러 유랑예인집단의 주요 연행 종목이었다. 솟대쟁이패는 연희자가 놀이판의 한가운데에 긴 솟대를 세우고, 그 꼭대기로부터 양편으로 쌍줄을 늘여 놓은 다음, 솟대와 쌍줄 위에서 여러 기예를 펼쳤다. 《기산풍속도(箕山風俗圖)》에 그려진 솟대쟁이패는 솟대타기, 〈방울쳐올리기〉, 〈죽방울놀리기〉 등을 공연하고 있다. 솟대쟁이패의 일원이었던 송순갑(宋淳甲, 1912~2001)은 솟대쟁이패의 공연 종목으로 〈풍물〉, 〈땅재주〉, 〈얼른(요술)〉, 〈줄타기〉, 〈병신굿〉, 솟대타기 등의 여섯 가지가 있었음을 전했다. 솟대타기는 《쌍줄백이》라고도 불렸는데, 높은 장대 위에 오늘날의 평행봉 너비의 2가닥 줄을 양편으로 장치하고 그 위에서 〈물구나무서기〉, 〈두손걷기〉, 〈한손걷기〉, 〈고물묻히기〉(떡고물 묻히듯이 줄 위를 빙글빙글 구르기) 등의 묘기를 연행했다고 한다. 솟대타기의 솟대는 꼭대기에 십자형이나 X자, Y자형으로 된 가로목이 있어, 기예를 연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솟대타기 기예에는 〈중심잡기〉, 〈매달리기〉, 〈물구나무서기〉, 다른 연희종목과의 결합, 《쌍줄백이》가 대표적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심잡기〉는 솟대 위에서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솟대 꼭대기에 서거나 손, 배 등으로 중심을 잡아 균형을 유지하는 자세 등을 모두 〈중심잡기〉로 분류할 수 있다. 둘째, 〈매달리기〉는 솟대 꼭대기에 매달리는 것과 솟대 중간에 〈매달리기〉, 솟대를 연결한 줄에 〈매달리기〉로 구분된다. 는 솟대 꼭대기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것이다. 이를 〈도립〉 혹은 〈양수도립〉이라고도 하는데 솟대타기를 묘사한 도상자료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기예이다. 넷째, 다른 연희와의 결합은 솟대 위에서 악기 연주, 방울받기, 대접돌리기 등을 연행하는 것이다. 다섯째, 《쌍줄백이》는 우리나라 솟대타기의 가장 특징적인 면을 보여준다. 솟대타기의 연행공간은 솟대 위뿐만 아니라 솟대를 고정하는 줄까지 포함된다. 솟대를 세운 다음 양쪽으로 각각 두 개의 줄을 늘어뜨려 놓고 솟대 꼭대기뿐만 아니라 줄 위에서도 공연하는 것이 《쌍줄백이》이다.
우리의 솟대타기는 연희자인 솟대쟁이가 단순히 음악 반주에 맞춰 기예를 선보이는 것을 넘어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재담을 통해 솟대 아래의 악사나 어릿광대들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 독특하다. 기예, 재담, 음악의 유기적 결합은 솟대타기를 단순한 기예를 넘어 수준 높은 공연예술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안상복, 『중국의 전통잡기』,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6. 이호승·신근영, 『전통연희총서 1권 솟대줄타기, 솟대타기』, 민속원, 2020. 전경욱, 『한국전통연희사』, 학고재, 2020. 이호승, 「전통연희 곡예와 묘기 종목 연구의 현황과 전망」, 『동아시아 고대학』 66, 동아시아고대학회, 2022.
이호승(李鎬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