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좌도농악1의 판굿에서 일채ㆍ이채ㆍ삼채에 이어 칠채까지 징의 타점 수를 순차적으로 늘리며 연주하는 과장(마당)을 말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의 채가 붙는 장단을 나타내기도 한다
1) 농악은 지역적 특징에 따라 경기농악(웃다리농악)ㆍ영동농악ㆍ호남우도농악ㆍ호남좌도농악ㆍ경북농악ㆍ경남농악으로 구분한다. 호남좌도농악은 서울에서 바라볼 때 오른쪽 위치인 전라도 동북부 산간 지역인 진안ㆍ장수ㆍ임실ㆍ순창ㆍ남원ㆍ곡성ㆍ구례ㆍ화순 등의 농악을 말한다
채굿은 호남좌도농악의 판굿에서 일채(굿)ㆍ이채(굿)ㆍ삼채(굿)에 이어 칠채(굿)까지 징의 타점 수2를 순차적으로 늘리며 연주하는 과장(마당)을 말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의 채가 붙는 장단을 나타내기도 한다. 판굿의 앞부분에서 이루어지는 각각의 채굿은 본가락과 여러 가락을 연결한 집합체를 의미한다. 채가 붙는 이채ㆍ삼채ㆍ칠채 등의 장단은 여러 지역에서 나타난다.
2) 각각의 채굿의 숫자는 징의 타점 수를 나타내지만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마을 공동체의 토속 신앙과 관련이 있는 제의적 성격의 농악은 상고시대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본다. 채굿이 이루어지는 판굿은 제의적 성격보다는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농악대가 기량을 선보이고 함께 즐기기 위해 벌이는 판으로 음악적ㆍ예능적 완성도가 높다. 따라서 제의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마을굿이나 공동 노동과 관련 있는 두레굿보다 후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호남좌도농악의 채굿은 판굿의 여러 과장(마당) 중 앞부분에서 연행된다. 판굿은 정월 초에 시작하는 마을 제사인 당산굿(마을굿)부터 마당밟이(지신밟기)가 모두 끝난 후, 농악대가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기량을 선보이고 함께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마을의 넓은 공터에서 이루어진다.
○ 음악적 특징 채굿은 일채(굿)부터 칠채(굿)까지 징의 타점 수를 나타내는 숫자와 채가 결합한 명칭으로 숫자는 징의 타점 수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채굿의 본 가락은 3소박 4박을 기본3으로 한다. 앞의 채굿 본 가락을 반복·변형·확장하며 새로운 채 가락을 만들고 여기에 여러 가락을 연결하고 맺어준 후, 다음 채굿으로 넘어가기를 반복한다. 채굿에서 징의 타점 수는 대체로 일치하나 장단에서는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자진가락·두마치·휘모리라고도 하는 이채는 3소박 빠른 4박 또는 2소박 4박의 장단이고 덩더궁이·덧뵈기(덧배기)·정저궁이·자진모리·삼채굿 등으로도 불리는 삼채는 3소박 4박 장단이다. 빠르기의 변화에 따라 긴삼채·자진삼채·된삼채로 세분하기도 한다. 길가락·길군악이라고도 하는 길군악칠채는 3소박의 박과 2소박의 박이 섞인 혼소박 가락이다. 2+3, 3+2의 혼소박 구성의 가락은 다른 지역의 길굿 가락에서도 나타난다.
3) 남원·곡성농악의 경우 일채굿 본 가락은 3소박의 균등 박이 아닌 2+3+3+2의 혼소박 4박이다.
○ 형식과 구성 호남좌도농악의 판굿에서 이루어지는 채굿은 일반적으로 일채(일채굿)·이채(이채굿)·삼채(삼채굿)·사채(사채굿)·오채(오채굿)·육채(육채굿)·칠채(칠채굿) 구성으로 차곡차곡 단계적으로 쌓아가는 구조로 이다. 지역에 따라 순차적으로 모두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4 각각의 채굿은 본 가락과 다른 가락들로 구성5되는데 본 가락과 다른 가락을 연결하고 맺어준 후 다음 채굿으로 넘어간다. 채가 붙는 빠른 장단인 이채는 2소박 또는 3소박으로 연주하는데 다양한 변화형이 있다. 3소박 4박의 삼채는 암 장단과 숫 장단을 번갈아 연주하는 음·양대 비형으로 많이 연주한다. 경기농악6의 길굿으로 쓰이는 칠채장단(길군악칠채)은 3+2, 2+3 혼소박과 3+3 균등박이 혼합된 14박으로 징은 일곱 번 친다.
4) 남원농악의 경우 이채와 삼채굿이 빠지고 임실필봉농악에서 오채질굿으로 따로 연주한다.
5) 필봉농악의 사채굿 구성은 〈사채 본 가락-두마치-갠지갱-맺이가락-휘모리〉, 남원농악의 사채굿 구성은 〈사채 본 가락-넘는 장단-휘모리-맺음장단〉이다.
6) 경기농악은 경기도·강원도 영서지방·충청도 북부 지역에 전승되는 농악으로 웃다리농악이라고도 한다.
○ 악보
판굿에서 채굿 과장이 있는 호남좌도농악은 같은 음악권으로 묶인다. 판굿의 처음 부분에서 음악에 집중하여 앞 채굿의 본 가락을 반복ㆍ변형ㆍ확장하며 새로운 채 가락을 만들어 쌓아가는 과정은 공통적이나 가락과 운용 방식에서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 채가 붙는 이채와 삼채는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연주하는 장단임에도 이 또한 지역과 마을에서 차이가 난다. 농악의 보편성과 공통점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개성이 잘 드러난다.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박안지, 「한국농악의 판굿 절차와 가락에 관한 연구 -진주 삼천포ㆍ평택ㆍ이리ㆍ강릉ㆍ임실필봉농악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9. 이보형, 「農樂에서 길굿(걸군악)과 채굿」, 『동양음악』 6, 1984. 조춘영, 「호남좌도농악 판굿 비교 연구 -채굿과 호호굿(호허굿) 거리를 중심으로」, 『무형유산』 9, 2020.
조경숙(趙慶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