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공연에서 고수가 첫째로 중요하며, 명창은 그다음이라는 말.
일고수이명창이라는 용어는 어느 때,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이 용어가 처음으로 문헌에 나타난 것은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의 『조선창극사』(1940) 중 「고수 한성준」 편이다. 내용을 보면, “아무리 명창광대일지라도 고수의 한마치 장단에 그 성가를 올리고 내리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도 있고 또, ‘수(雄)고수 암(雄)명창'이라는 말도 있다.”라고 설명한다. 박헌봉(朴憲鳳, 1907~1977)은 『창악대강』(1966)의 제1편 「창악이론의 장단법」에서 “창의 조화를 이루는 데는 일고수 이명창이란 말이 있듯이 숙달된 고수의 장단이 불가결의 요소가 된다. 고수의 기법은 어려운 것이다. 고수는 그저 장단만을 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반주적 역할도 하여야 하며, 또한 악보도 없이 ‘보위비’까지 하여야 하는 무거운 역할을 부담하는 것이다. ‘보위비’란 악보 없이 창자의 더늠을 기민하게 파악하여 강약지속(强弱遲速)을 재치 있게 조절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후 이 용어는 판소리 공연에서 고수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뜻으로 쓰인다.
일고수이명창은 판소리 무대에서 고수와 창자의 관계에서 고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 외에도 ‘수고수암명창’, ‘웅고수자명창(雄鼓手雌名唱)’등의 말과 함께 통용되어 왔다. 이는 판소리를 연행함에 있어 고수의 역할은 창자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보형은 “가객이 부르는 소리의 생사맥(生死脈)에 따란 고수 또한 북장단 가락의 변화로 기경결해(起景結解)의 고법을 써야 하는데, 정해진 악보도 없고, 소리 또한 즉흥적인 요소가 있으므로, 고수는 소리의 생사맥을 미리 앞질러 옳게 판단하고 즉석에서 기민하게 가락을 짜서 이에 배합이 되는 고법을 연주해야 한다. 고수의 이러한 기능의 여하에 따라 가객의 소리가 죽고 산다 하여 예부터 일러 오는 말인즉 ‘일고수 이명창’이라 한다.”고 표현한다. 즉, 고수는 북을 칠 때 장단의 각(刻)을 바르게 쳐서 창자가 다양한 붙임으로 소리를 해도 각을 정확히 찾아서 박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여러 붙임새의 공간을 메꾸기도 하며, 창자의 소리와 언제든지 호흡을 같이해서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 이와 같은 고수의 기능을 수행하면 소리판은 판소리의 극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로써 고수는 창자와 조화를 이루며 판소리의 예술이 실현된다.
그리고 고수는 창자의 북 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얼씨구”, “좋다”, “으이”, “잘한다” 등의 추임새로 창자의 흥을 돋우어 주고, 창자가 좋은 소리를 할 수 있도록 지휘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창자가 아니리를 구사할 때 상대역을 맡아주기도 하며, 청중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또한 북 가락을 통해 소리의 장면을 한층 더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고수는 다양한 임무를 통해 소리판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일고수이명창은 소리판에서 고수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는 용어이다. 고수는 소리판에서 창자와 조화를 이루며 함께 이루어나갈 때 그 판은 비로소 판소리 예술이 관철된다.
박헌봉, 유옥영ㆍ유영대 역주, 『(교역주) 창악대강』, 서울국악예술중․ㆍ고등학교, 2008.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출판부, 1940. 정병욱, 『한국의 판소리』, 신구문화사, 1999. 최동현, 『판소리 연구 : 민족음악적 관점에서의 판소리 연구』, 문학아카데미사, 1991. 최동현, 『판소리 이야기』, 작가, 2001. 강한영, 「판소리」, 『교양국사총서』 28, 1975. 이보형, 「호남지방(湖南地方) 토속(土俗) 예능조사(藝能調査) 판소리 고법(鼓法) (I)」, 『문화재』 10, 1976.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