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에서 귀신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음색의 성음.
귀곡성은 19세기에 활동한 명창 송흥록이 창시했다는 설이 있다. 그가 이 창법을 연마하여 득음한 과정과 관련된 여러 일화가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궂은비가 내리는 밤에 사람들이 찾아와 송흥록을 대밭에 있는 큰 집으로 데려갔는데, 그곳에 있던 노파가 그에게 《춘향가》 중 〈옥중가〉를 시켜 보았다. 송흥록이 부르니 노인은 귀곡성이 아직 부족하다며, “이히 이히”라며 실제 소리를 일러주었다. 송흥록은 그 소리를 배우고 난 후 잠깐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 보니 어떤 초분(草墳)에 혼자 누워 있었다고 한다. 또 귀신 소리를 듣기 위해 비가 오는 밤에 공동묘지를 배회했다는 이야기, 무덤에서 의관을 정제한 어른들이 귀곡성을 전수해 준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한편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도 귀곡성에 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송흥록이 진주 관찰사의 부름을 받고 진주 촉석루에서 〈옥중가〉 대목을 불렀는데, 귀곡성을 표현하자 갑자기 바람이 일어 수십 대의 촛불이 꺼지고 주위에서 귀곡성이 은은히 나는 듯했다”고 한다.
귀곡성은 판소리의 다양한 성음 중의 하나로, 귀신의 울음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이 성음은 판소리 《춘향가》 중 〈옥중가〉 대목에서 표현되는데, “이히이히”, “으으이”, “허허 이허이” 등 구음으로 나타난다.
김창룡이 남긴 음원 중에 귀곡성이 있는데, 아니리에서 송흥록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
송흥록 씨 송선달 귀곡성이었다.
바람은 우루루루루루루 궂인비는 퍼붓는디, 옥중의서 구신들이 둘씩 셋씩 늘어서서 손길을 마주 잡고 끝없는 긴 소래로 “으으으이 이히히히이히이” 노장 산유화로 울고, “허허 이허이 어어이어” 울음을 우는디, 춘향이는 반생반사 칼머리를 땅땅 치며 옥문을 바라보고, “모지고 독헌 양반” 구신들이 섞어 울음 울며 “나를 잡아 가거라. 나를 잡아 가거라.”
(출처 : 김창룡 창, 「한국의 위대한 판소리 명창들 판소리 5명창」, 신나라, 1995)
다음은 김연수의 《춘향가》 창본집의 사설에서 귀곡성이 표현되는 장면이다.
천운우습 깊은 밤에 모진 광풍이 일어나서, …… 형장 맞어 죽은 귀신, 난장 맞어 죽은 귀신, 횡사 급사 즉사 오사 악사 액사 죽은 귀신, 처녀 죽은 사귀혼신, 아해 죽은 동자 귀신,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옥문 밖에 와 얼른얼른, 이리로 가며, “히히 하하”, 저리로 가며 “이히 이히히히히 이히 이이이이이이” 훌쩍훌쩍 울음을 울고, 중 죽은 귀신 하나 먹장삼 고깔 쓰고, 옥창 밖에 비겨 서서 노장 산유화로 울음을 운다. “나무아미타불.”
귀곡성의 정확한 창시자는 알 수 없지만, 판소리의 창법이 다양하게 구사되어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김연수, 『창본춘향가』, 국악예술학교출판부, 1967. 박헌봉, 유옥영ㆍ유영대 역주, 『(교역주) 창악대강』, 서울국악예술중․ㆍ고등학교, 2008.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출판부, 1940. 김기형, 「송문(宋門) 일가의 판소리 사적 의의와 동편제의 맥」, 『돈암어문학』 11, 1999. 김기형, 「명창설화의 전승양상과 의미」, 『판소리연구』 23, 2007. 이보형, 「(명인 명창 유적지를 찾아서) 판소리의 가왕 송흥록」, 『판소리연구』 5, 1994. [참고음반] 김창룡 창, 「한국의 위대한 판소리 명창들 판소리 5명창」, 신나라, 1995.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