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사전 : 표제어

여민락령 與民樂令

다른 이름

본령(本令), 령(令)
아명

태평춘지곡(太平春之曲)
정의

여민락의 한 갈래로, 궁중의 행악(行樂)과 연례악(宴禮樂)으로 사용되던 당악 편성의 관악 합주곡
요약

여민락령은 궁중 연향과 조정의식에서 연주하는 연례음악으로, 임금이 행차할 때나 궁중 연향 때 정재 반주 음악으로도 사용되었다. 여민락의 한 갈래인 이 곡은 5음 음계로 구성된 당악 편성의 관악 합주곡으로, 1음 1박의 규칙적인 리듬으로 되어 있다.
유래

〈여민락〉은 15세기 전반 세종(世宗) 때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노랫말로 하여 창작한 궁중 정재(呈才) 《봉래의(蓬萊儀)》 에서, 「용비어천가」의 한문 노랫말을 부르는 성악곡이었다. ‘여민락’이라는 이름은 『맹자(孟子)』에 수록된 “백성과 함께 즐긴다”라는 뜻의 ‘여민동락(與民同樂)’에서 따왔다. 〈여민락〉을 최초로 수록한 『세종실록(世宗實錄)』에는 한 가지의 〈여민락〉 악보가 전하지만, 실제로는 〈여민락만〉과 여민락령 두 종류의 〈여민락〉을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여민락보」: 1행 32정간의 정간보로, 시작부분은 율명ㆍ장구보ㆍ가사(박보)의 총보로 제시하고, 둘째 면부터는 가사와 박 부분을 구분하여 율명ㆍ장구보ㆍ박보ㆍ가사 순의 총보로 제시 ©국립국악원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0집>

『악학궤범(樂學軌範)』(1493)에 이 곡의 용례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속악원보(俗樂源譜)』 권7의 「방향보(方響譜)」가 현행 여민락령과 직접 연결된다.

<여민락령: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짓는 논밭인 적전(籍田)에 행차할 때 <여민락령>을 연주 ©국립국악원>

<「방향보」 령: 9정간 1행으로 된 정간보로, 2행마다 율명을 기록 ©국립국악원>
내용

○ 역사 변천 『세종실록악보』에 전하는 〈여민락〉은 용비어천가의 한문 가사를 노래하던 성악곡이었다. 여민락령은 〈여민락〉의 가사가 탈락하고 기악화된 곡으로, 현행 여민락령은 『속악원보』 권7에 수록된 방향보 〈령〉 5장 중 제1장을 변주한 곡이다. 20세기 초 여민락령의 변주곡인 〈해령(解令)〉이 파생된 뒤에는 원래의 여민락령을 〈본령(本令)〉이라고도 부른다.

<<태평춘지곡(본령)>: 정간보가 아닌 율자보의 형태로 기보하고, 빈 공간으로 악절을 구분함 ©국립국악원>

○ 연행 시기 및 장소 임금이 행차할 때 행악으로 사용되었고, 궁중 연향과 조정의식에서 연주하는 연례음악이나 정재 반주로도 쓰였다. 여민락령은 조선 시대 내내 전정 헌가와 등가 악대에서 연주되었지만, 고종대 이후 전정헌가 악대에서만 연주하였다.

○ 음악적 특징 현재 연주되는 여민락령은 장 구분 없이 총 32마루(장)로 구성되는데, 각 마루의 길이는 일정하지 않다. 이 곡은 기본적으로 일음일박의 규칙적인 리듬을 지니고 있으며, 각 마루의 마지막 음은 2박 길이로 연주한다. 여민락령은 당악 계통의 음악으로, 황(黃:C₄)ㆍ태(黃:D₄)ㆍ중(仲:F₄)ㆍ임(林:G₄)ㆍ남(南:A₄)의 5음 음계로 구성된다.

<《여민락》 본령: 당피리ㆍ대금ㆍ해금ㆍ아쟁ㆍ편종ㆍ편경ㆍ좌고ㆍ박 편성으로 연주한 <본령> ©국립국악원>

<본령: <여민락만>에 이어 <본령>이 연주됨 ©국립국악원>

○ 악곡명 여민락령은 조선 후기 여민락령을 변주한 〈해령(解令)〉의 등장으로 본래의 령(令)이란 의미로 ‘본령(本令)’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줄여서 ‘령(令)’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상서롭고 평화로운 나날’이라는 의미의 〈태평춘지곡(太平春之曲)〉이라는 아명(雅名)도 가지고 있다. ○ 악대 및 악기편성 본래 전정헌가와 등가 악대에서 연주될 때는 관현악 합주 편성이었으나, 고종 이후 전정헌가에서 연주되면서 관악 합주 형태로 바뀌게 된다. 악기편성은 편종, 편경과 당악계열 악기인 당피리ㆍ대금ㆍ해금ㆍ아쟁ㆍ좌고ㆍ박으로 이루어진다.
노랫말

현재 기악곡으로 연주되고 있어 노랫말이 없다.
특징 및 의의

여민락 계열의 악곡인 여민락령은 임금의 행차나 궁중 연향 등 궁중 의식에서 사용하던 음악으로, 조선 시대 궁중음악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곡은 5음 음계와 일자일음의 규칙적인 리듬을 지닌 당악 계통의 음악으로, 관현악 합주 형태로 전승되어 오다 고종대 이후 관악 합주 형태로 연주 전통이 바뀌게 된다. 20세기 이후에는 감상 목적의 연주음악으로 전승되어 조선 초기부터 현재까지 음악과 음악문화의 변천을 엿보게 해 준다. 음계와 빠르기 등에서 〈여민락만〉과 구별되며, 〈해령〉을 탄생시킨 원곡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임미선, 『조선후기 공연문화와 음악』, 민속원, 2012. 반혜성, 「조선조 궁중과 풍류방에서의 여민락 변모 양상」, 『제4회 세계한국학대회발표논문』, 2008. 송방송, 「조선후기 여민락계 악곡의 전승 양상」, 『한국음악연구』 41, 2007. 이혜구, 「여민락고」, 『한국음악연구』, 1957. 임미선, 「여민락계 음악의 연주전통, 그 단절과 전승」, 『한국음악사학보』 49, 2012. Jonathan Condit, 「The Evolution of Yomilak from Fifteenth Century to the Present Day」, 『장사훈박사회갑기념 동양음악논총』, 1977.
집필자

이상규(李相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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