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변학도가 남원 고을에 부임한 뒤 기생들을 점고하는 장면
신관 사또로서 부임한 변학도가 남원 고을에 도착한 후 정사(政事)보다도 먼저 기생점고를 실시하면서 그의 호색한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진양조의 〈긴기생점고〉와 중중모리장단의 〈자진기생점고〉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기생 개개인의 특징에 맞춰 붙여진 이름을 호명하며 언어의 유희도 더해져 있다.
점고(點考)란 명부에 점을 찍어가며 인원을 조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18세기 초기의 《춘향가》 이본에 기생점고와 비슷한 대목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초기 판소리 때부터 기록된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연대와 그 시초가 누군지는 미상이다. 다만 19세기 말부터 진채선의 더늠으로서 활발히 불려진 대목으로 알려져 있다.
○ 역사적 변천과정 이 대목은 진채선(陳彩仙, 1847~?)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다. 진채선은 최초의 여성 판소리꾼으로 기생의 삶을 살았다. 비록 진채선 이전에도 기생점고와 유사한 대목이 《춘향가》 이본들에 나타나고 있지만, 고수관(高壽寬, 1764~1843)이 현장에 있는 기생의 이름을 호명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그 유래는 18세기 초 이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정확한 연대와 그 시초가 누군지는 미상이다. ○ 음악적 특징 음악적 구조는 우조로 짜여져 있다. 이름을 호명할 때 비록 말끝을 길게 끌어내려 부르고 있지만, 성음은 우조이다. 또, 끝 음을 들어 올리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도 우조가 지배적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긴기생점고〉와 〈자진기생점고〉 모두에서 동일하게 발견된다. 단, 상대적으로 호명에 순응하는 기생들은 “예, 등대나오.”라며 계면조로 답을 하고 있어 비교가 된다. 진양조와 중중모리 두 장단으로 구성된 짧은 대목이지만 장단이 점차 빨라지면서 늘어난 점고 대상 기생의 수 또한 증가함으로써 빠른 장면전환과 음악적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아니리) 객사에 연명허고 동헌에 좌정하야 도임상 잡수신후에 삼행수(三行首) 입례받고 육방하인 현신 후에 호장 부르라. 숙이라 호장이요. 네 여봐라 예이 육방하인 점고는 제삼일로 물리치고 우선 기생점고부터 하여라. 예이. 호장이 기안을 안고 영창 밑에 엎드려 기생점고를 허는디, (진양조) 우후 동산의 명월이. 명월이가 들어온다. 명월이라 허는 기생은 기생중에는 일행수라. 점고를 맞이랴고 큰머리 단장을 곱게허고, 아장아장 이긋거려서, 예 등대나오. 좌보진퇴(左步進退)로 물러난다. 청정자연이나 불개서래로다. 기불탁속 굳은 절개 만수문장의 채봉이. 채봉이가 들어온다. 채봉이라 허는 기생은 아름아리가 북창문인디 걸음을 걸어도 장단을 맞추어 아장아장 이긋거려서, 예 등대나오. 점고 맞더니만 부복진퇴로 물러난다. (아니리) 여봐라! 예이 네가 그렇게 기생점고를 허다가는 장장춘일이라도 못다 부를테니 자주자주 불러들여라! 예이 그제는 호장이 넉자화두로 불러 들이겄다. (중중모리) 조운모우(朝雲暮雨) 양대선(陽臺仙)이 우선옥이 춘홍이 사군불견 반월이 독좌유황 (獨坐幽篁)의 금선이 어주축수(魚舟逐水) 홍도가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팔월 부용의 군자용 만당추수(滿塘秋水)의 홍연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사창의 비치여 섬섬연약 초월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오동복판의 거문고 시르렁 둥덩 탄금(彈琴)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만경대 구름 속 높이 놀던 학선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만화방창의 봄바람 부귀할 손 모란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바람아 둥 탱 부지마라 낙락장송의 취향(翠香)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단산오동 그늘 속에 문왕어루든 채봉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장삼 소매를 떨쳐입고 저정거리든 무선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이산명옥이 차산명옥이 양명옥이 다 들어왔느냐? 예 등대나오.
※ 가사는 김소희 창 《춘향가》(브리태니커)에서 인용.
기생들을 불러 모으며 변학도의 업무상 불성실한 모습을 부각시키고, 〈자진기생점고〉를 주문하며 성급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극적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화려한 기생들의 등장으로 관아에 소속된 기생들이 활동하는 면모와 범위를 알 수 있으며, 기생 개개인의 성격을 반영한 이름에 언어적 유희를 느낄 수 있다. 최초의 여성 명창이 남긴 더늠이라는 의미와 판소리의 골계미가 잘 나타난 대목이다.
김소희, 『판소리 다섯 마당: 춘향가』, 한국브리태니커, 1982. 정진, 「《춘향가》 중 ‘기생점고’ 대목의 바디별 수용과 연행 양상」, 『판소리학회』 49, 판소리학회, 2020. 최혜진, 「진채선의 활동과 기생점고 대목의 의미」, 『문학교육학』 57, 한국문학교육학회, 2017.
김유석(金裕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