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출두(御史出頭), 암행어사 출도, 암행어사 출두
《춘향가》에서 변사또의 생일잔치에 참석했던 이도령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어사로 출도하여 춘향을 구하는 대목
《춘향가》 중 결말 부분에 해당하는 대목으로 변사또를 비롯한 탐관오리들을 응징하고 춘향을 구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춘향가》의 결말 부분에 해당하므로 어느 유파에서나 전창되며 어사출도를 준비하는 장면부터 이도령과 춘향이 재회하는 장면까지를 해당 대목에 모두 포함하기도 한다.
해당 대목은 유진한(柳振漢,1711~1791)의 『만화집(晩華集)』에서 잔치가 벌어진 장면부터 춘향과 이도령이 한양으로 향하는 장면 속에 속하며, 현재 전창되는 내용과 대부분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다만 어사의 수청을 들라고 춘향을 시험하는 내용이 『만화집』에는 등장하지 않으므로 해당 부분은 열녀로서의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후대에 첨가된 것으로 보인다.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서는 임창학(林蒼鶴, 헌종과 철종대 명창)이 해당 대목을 더늠으로 구사한다고 기록하였으며, 이동백(李東伯, 1866~1950)과 정정렬(丁貞烈, 1876~1938)이 방창한 사설을 수록하고 있다.
어사출도 대목은 횡포를 부린 변사또를 응징함과 동시에 자신의 정인(情人)인 춘향을 구하는 이도령의 활약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변사또의 생일잔치가 더욱 화려하게 그려지는 사설일수록 어사출두 장면이 더욱 극적으로 부각되고, 춘향을 위기에 몰아넣은 변사또의 만행은 더욱 극대화된다.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어사출두 장면이 시작되는데 도망가는 수령들의 모습이 앞서 등장한 화려한 생일잔치 장면과 매우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변사또를 비롯한 수령들을 응징하는 장면은 억압받던 고을 백성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동시에 목숨을 걸고 정절을 지킨 춘향이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결과로 연결된다. 해당 대목은 자진모리장단으로 빠르게 몰아가며 악조는 우조와 계면조를 사용한다.
(자진모리) 뜻밖의 역졸1 하나 질청2으로 급히 와서 ‘어사또 비간3이오’ 붙여 놓니 육방4이 송동5헌다. 본관의 생신잔치 갈 데로 가라 허고 출도 채비 준비헐 제, 공방6을 불러 사처7를 단속, 포진8을 펴고 백포장9 둘러라. 수노10를 불러 교군11을 단속, 냄여12 줄 고치고 호피13를 얹어라. 집사를 불러 융복14을 차리고, 도군15을 불러 기치16를 내어라. 도사령17 불러 나졸 등대, 급창18이 불러 청령19을 신칙20허라. [중략] 어사또 생각에 ‘어허, 이리 허다가는 이 사람들 굿도 못 보이고 다 놓치겄다’ 마루 앞에 썩 나서서 부채 피고 손을 치니, 그 때여 조종21들이 구경꾼에 섞여 섰다 어사또 거동 보고 벌떼같이 모여든다. 육모방맹이 둘러메고 소리 좋은 청파 역졸 다 모아 묶어 질러, “암행어사 출도야! 출도야! 암행어사 출도허옵신다.” 두세 번 웨는 소리, 하늘이 덥쑥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수백 명 구경꾼이 돌담이 무너지듯 물결같이 흩어지니, 장비22에 호통 소리 이렇게 놀랍던가. 유월에 서리 바람 뉘 아니 떨 것이냐. (이하 생략)
1) 역졸(驛卒) : 역에서 부리던 심부름꾼
2) 질청(秩廳) : 길청. 관아에서 아전들이 일을 보던 곳
3) 비간(秘簡) : 어사가 출동한다는 은밀한 글
4) 육방(六房) : 이방·호방·예방·병방·형방·공방을 통틀어서 일컬음
5) 송동(悚動) : 두려워서 벌벌 떪
6) 공방(工房) : 공장, 건축, 산림 따위에 관한 일을 맡아 보던 지방 관아, 또는 그 곳의 으뜸 구실아치
7) 사처 : 하처(下處)가 변하여 된 말. 점잖은 손님이 묵는 곳을 높여 부르는 말
8) 포진(鋪陳) : 바닥에 까는 방석
9) 백포장(白布帳) : 흰 베로 만든 휘장
10) 수노(首奴) : 관아에 딸린 노비의 우두머리
11) 교군(轎軍) : 가마꾼
12) 냄여 : 남녀
13) 호피(虎皮) : 호랑이 무늬가 있는 방석
14) 융복(戎服) : 길이가 길고 허리에 주름이 잡힌 웃옷. 철릭과 붉은 갓과 함께 갖추어 입는 옛날 군인옷
15) 도군(都君) : 벼슬아치가 행차할 때 길을 인도하던 군졸.
16) 기치(旗幟) : 군대에서 쓰던 깃발
17) 도사령(都使令) : 사령의 우두머리
18) 급창(及唱) : 원의 명령을 간접적으로 받아서 큰 소리로 전달하던 일을 맡아보던 사람
19) 청령(廳令) : 관청의 명령
20) 신칙(申飭) : 단단히 타일러서 감시함
21) 조종(助從) : 임시 종. 나졸
22) 장비(張飛) : 관우와 함께 유비를 도와 싸웠던 촉나라의 명장
김수연 창 암행어사 출도 김진영·김동건·김미선, 『김수연 창본 춘향가』, 이회문화사)
해당 대목은 《춘향가》에서 갈등이 해소되는 결말 부분으로 탐관오리의 횡포에 반항하고 대항하는 민중들의 의식을 비롯해 정절을 명분으로 변사또에게 저항하는 춘향의 모습이 매우 극적으로 그려져 있다. 따라서 단순히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민중들이 겪었던 부조리한 현실과 부정부패에 대한 응징이 음악 예술로 승화되어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판소리의 특징을 매우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김석배, 「만화본 춘향가 연구」, 『문학과 언어』 12, 한국문화융합학회, 1991. 김진영ㆍ김동건ㆍ김미선, 『김수연 창본 춘향가』, 이회문화사, 2005. 윤석준, 「춘향가 어사출도 대목의 전승과 변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석사학위논문, 1988.
정진(鄭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