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 중에서 흥보 또는 흥보 마누라가 가난을 한탄하며 부르는 노래 중의 한 대목
가난타령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흥보가》로 지정된 박록주(朴綠珠, 1905~1979) 계보만이 중모리장단에 계면조로 부르고, 대부분 진양조장단에 계면조로 부르는 대목이다, 흥보 부부가 첫 번째 박을 타기 전에 부르는 동편제 소리와 형 놀보에게 양식을 얻지 못하고 쫓겨나 신세한탄으로 부르고 박을 타기 전에 축약한 가난타령을 다시 부르는 서편제 소리가 있다. 그리고 가난타령의 화자는 흥보 마누라로 설정된 경우가 많고 흥보로 설정한 사설은 적다.
가난타령을 음반을 녹음한 연도에 따라 살펴보면 서편제 계보의 임방울(林芳蔚, 1904~1961) 명창의 「임방울 전집(1929년)」에 가장 먼저 삽입되었다. 동편제 계보의 송만갑(宋萬甲, 1865~1939) 명창은 「국창 송만갑/정악 줄풍류(1931년)」에 삽입되었고, 여류명창 이화중선 (李花仲仙, 1898~1943)의 「오케판 흥보전(1941년)」이 뒤를 이었다. 1964년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흥보가》에 지정된 박록주 명창은 1967년 녹음한 자료가 「박록주 명창 서거 15주기」 추모 음반으로 1995년 발매되었다. 박초월(朴初月, 1917~1983) 명창은 박록주 명창보다 먼저 「인간문화재 박초월 창(1960년)」에 실려 있다. 서편제 《흥보가》를 이어받은 박동진(朴東鎭, 1916~2003) 명창는 「박동진 판소리 대전집 흥보가(1973년)」에 가난타령이 삽입되었다.
흥보가의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지정은 197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흥보가》 예능보유자로 춘향가(1964년)에 이어 박록주가 다시 지정받았다.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김정문–박록주로 이어지는 계보는 한농선, 박송희, 정유진을 통하여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한편 채수정 명창은 스승 박송희 흥보가를 정리하여 『박송희 판소리 ‘흥보가’ 악보집(2014년)』을 발간하여 흥보가의 이해와 연구를 위한 좋은 자료가 되었다.
가난타령은 동편제 명창들은 가난한탄–복의 기원의 사설 중심이지만, 서편제 명창들은 ‘가난한탄–가난한 형상–흥보처의 자결 타령–흥보 만류–흥보 자결타령 등으로 극적 내용이 많다. 구성음은 대부분 계면조의 특징이 드러나고, 장단은 박록주 계보의 소리만이 중모리로 노래하고, 대부분 진양조장단으로 노래하지만, 각 명창들마다 빠르기를 달리하여 노래한다.
《흥보가》 중 가난타령 사설을 서편제 《흥보가》를 이어받아 노래한 박동진 명창의 사설과 동편제 《흥보가》를 이어받은 박송희 명창의 사설을 소개한다
1. 박동진唱 가난타령
(아니리) 하루는 흥보 마누라가 신세자탄 울어 놓은 것이 후세에 가난타령이 되았구나 (진양조)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놈의 가난이야. 복이라 허는것은 어찌허면은 타느냐. 북두칠성님이 점지를 허여주고. 삼신제왕님이 집자리에 떨어질적에 명과수복을 마련허느냐? 금석사죽 포토혁목 묘 쓰기에 마련이냐? 적선행악 악한현에 쓰기에 매였느나? 이목구비 오행으로 생기기에 아련어나 어쩌 허면은 잘사느냐. 나는 세상에 생겨나서 불의행사를 아니허고 밤낮주야로 벌어도 가장은 부황나고 자식돌은 아사지경이 되었으니 내 눈으로는 못 보것구나 내가 차라리 죽어지면 어런 꼴온 안 볼란다. 초마끈을 부여잡고 목을 메여 죽기로 작정허니 흥보가 보고 기가맥혀 아이고 여보 마누라 마누라 이것이 웬 일인가? 부인에 평생 팔자는 가장에게 메였으니 내가 얼마나 뼈가 도도허면 우리 새끼들 다 굶기고 아내 하나를 못 입히고 못 메이랴 내가 먼저 죽을란다 졸장부 내가 먼저 죽을라네 허리끈을 부여잡고 목을 메여 죽기로 작정을 허니 흥보 마누라가 기가멕혀 아이고 여보 영감 다시는 내가 안그러리다. 이리마오 이리를 마시오. 둘이 서로 붙들고 만류를 헌다.
김은영, 「판소리 흥보가 〈가난타령〉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6.
2. 박송희唱 가난타령
(아니리) 흥보 마누라 박씨를 주워 들고 "여보 영감! 제비가 연씨를 물고 왔소." 흥보가 보더니 "그게 연실이 아니라 박씨로세." 동편 처마 끝에 심었더니, 수십 일만에 박 세 통이 열렸겄다. 팔월 추석은 당하고 먹을 것이 없어 흥보 마누라는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가난타령으로 울것다. (중모리)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 복이라 허는 것은 어찌허면은 잘 타는고? 북두칠성님이 복마련을 허시는가? 삼신 제왕님이 짚자리어 떨어질 적의 명과 수복을 점지허느냐? 몹쓸년의 팔자로다. 이년의 신세는 이어허여 이 지경이 웬 일이란 말이냐? 퍼버리고 앉어서 설리 운다.
채수정, 『박송희 판소리 ‘흥보가’ 악보집』, 민속원, 2014.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가난타령은 골계적 웃음 대목이 많은 《흥보가》 중에서 비장미가 흐르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그에 따라 경쾌한 구성음이 아닌 계면조 음색을 그대로 사용하고 속도도 대체적으로 느리게 노래한다. 《흥보가》에서 가난타령은 극적 구성과 음악적 표현 방식에서도 미적 균형을 갖도록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인권한, 『흥부전 연구』, 집문당, 1991. 채수정, 『박록주 박송희 창본집』, 민속원, 2010. 김은영, 「판소리 흥보가 〈가난타령〉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김삼진(金三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