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채단〉, 〈모녀 상봉〉 대목
심청이 용궁에서 옥진부인이 된 곽씨부인을 상봉하는 장면의 소리 대목
“오색채단(五色彩緞)은, 옥기린(玉麒麟)에 가득 싣고”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심청이 수궁에 들어가 옥진부인이 된 곽씨부인과 만나 모녀지정을 나누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세마치(잦은 진양)장단의 대목으로 악조는 전반적으로 우조를 사용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계면성음이 나타난다.
《심청가(沈淸歌)》에서 수궁은 심청의 운명이 바뀌는 중요한 서사 공간이다. 더욱이 심청의 전생이 밝혀지고 심청의 생모인 곽씨부인을 만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소개된다. 《심청가》에서 심청이 바다 속에 빠진 후 용궁에서 모녀가 상봉하는 장면은 서편제 사설에는 보이지 않으며, 강산제에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것이다.
○ 역사적 변천 과정 ‘강산제’는 박유전이 대원군 하야 후 강산리에 내려와 은거하면서 만든 것이다. 강산제는 서편제의 대가닥 속에 속하는 하위 바디로 동편제와 서편제의 장점을 선택, 취합하여 예술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산제는 오직 박유전-정재근-정응민-정권진으로 내려온 것만을 강산제 또는 보성소리라 하여 독립적으로 취급한다. 강산제를 창시한 사람은 박유전이라고 하나, 그 특성인 동편과 서편 소리를 절충한 맛은 정재근에 와서야 확실히 이루어졌다. 《서편제 심청가》가 붙임새와 시김새가 아주 정교하고 다채롭다면, 강산제의 것은 붙임새가 굵고 분명하다. 《강산제 심청가》는 정재근에게 전승된 후 정응민, 정권진 3대에 걸쳐 계승되었는데, 1970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정응민은 그의 아들 정권진 외에도 조상현, 성창순, 성우향 등에게 이 강산제 《보성소리 심청가》를 전수하였다. ○ 형식과 구성, 음악적 특징 이 대목은 크게 천상에서 옥진부인이 된 곽씨부인이 수궁으로 하강하는 것을 묘사하는 장면과 심청과 곽씨부인 모녀가 상봉하는 장면으로 나눌 수 있다. 사설의 내용상 수궁을 중심으로 옥진부인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이적인 분위기의 배경을 묘사할 때는 음악적으로도 우조로 표현되나, 심청과 곽씨부인이 만나 서로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놓으며 모녀간의 정을 나눌 때는 계면성음 위주로 표현되는 특징을 보인다.
옥진부인이 된 곽씨부인이 천상에서 수궁으로 하강하여 수궁에 들어온 심청과 만나 서로 그간의 소회를 풀어낸 후 곽씨부인이 다시 천상에 올라감으로써 모녀간에 작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니리) 하루는 천상에서 옥진부인(玉眞夫人) 내려오는데, 이 부인(夫人)은 뉘신고 하니, 세상(世上)의 심학규(沈學奎), 아내 곽씨로다. 심소저(沈少姐) 수궁, 들어올줄 알고, 모녀상봉차(母女相逢次)로 하강(下降) 하시는데, (진양조/세마치) 오색채단(五色彩緞)을, 옥기린(玉麒麟)에 가득 싣고, 벽도화(碧桃花) 단계화(丹桂花)를, 사면에 버려 꼽고, 청학(靑鶴) 백학(白鶴)의 전배(前陪) 서서, 수궁에 내려 올제, 용왕(龍王)도 황급하여, 문전(門前)의 배회(徘徊)할 제, 부인(夫人)이 들어와, 심청(沈淸)보고 반기하여, 와락 뛰어 달려 들어, 심청 손을 부여잡고,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世上)에서, 너 낳은 곽씨(郭氏)로다. 그간 십여년(十餘年)에 너의 부친(父親) 많이 늙었으리라. 나는 죽어 귀(貴)히 되어, 천상(天上)에 올라가, 광한전(廣寒殿), 옥진부인(玉眞夫人)이 되었더니, 네가 수궁에, 들어왔단 말을 듣고, 상봉차(相逢次)로 내 왔노라. 입모습 생긴 것이, 어찌 아니 내 딸이랴. 귀와 목이 희였으니, 너의 부친(父親) 분명(分明)하다. 뒷마을 귀덕어미, 공(功)을 어이 갚을거나. 네 낳은 칠일(七日)만에, 세상(世上)을 떠났으니, 십오년(十五年) 고생(苦生)이야, 어찌 다 말할소냐. 심청(沈淸)이 그제야, 모친(母親)인줄 짐작(斟酌)하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는 나를 낳고, 초칠일(初七日) 안에 세상(世上)을 떠나신 후, 앞 못 보는 아버지는, 동냥젖 얻어 먹여, 십오세(十五歲)가 되었으나, 부친(父親) 눈을 띄랴하고, 삼백석(三百石)에 몸이 팔려, 이곳에 들어와, 어머니를 만나오니, 이럴줄 알았으면, 나오던날 부친전(父親前)에, 이 말씀을 여쭈었다면, 날 보내고 설은 마음, 저기 위로 하올텐데,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믿고 사오리까. 부인도, 울며 하는 말이, 네나, 세상(世上)을 다시 나가, 너의 부친 다시 만나, 만종록(萬鐘祿) 누리면서 즐길 날이 있으리라. 광한전(廣寒殿) 맡은 일이, 직분(職分)이 허다(許多)하야, 오래 쉬기 어려워라. 요령(搖鈴) 소리가 쟁쟁(錚錚) 날제, 오색채운(五色彩雲)이 올라가니, 심소저(沈少姐) 모친(母親)따라, 갈 수도 없고, 가는 곳만,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母女) 작별(作別)이 또 되는구나.
성창순창 〈심청(沈淸) 모녀(母女) 상봉(相逢)〉
김진영 외, 『심청전 전집』, 박이정, 1997.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심청가》 중 심청 모녀 상봉 대목은 심청이 용궁에서 옥진부인이 된 곽씨부인을 상봉하는 장면의 소리 대목이다. 이 대목은 세마치(잦은 진양)장단의 대목으로 악조는 전반적으로 우조를 사용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계면성음이 나타난다. 사설의 내용상 수궁을 중심으로 옥진부인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이적인 분위기의 배경을 묘사할 때는 음악적으로도 우조로 표현되나, 심청과 곽씨부인의 모녀지정을 나타낼 때는 계면성음 위주로 표현되는 특징을 보인다.
김진영 외, 『심청전 전집』, 박이정, 1997. 김혜정, 『정권진 창 《심청가》』, 민속원, 2015.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 1940. 최혜진, 『판소리의 전승과 연행자』, 역락, 2003. 김태희, 「성창순의 《심청가》 연구 : 소리 표현방식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
김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