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덕이네 행실〉, 〈뺑덕어멈 행실〉, 〈뺑덕이네 심술〉
《심청가》 중 뺑덕이네 행실은 심청이가 부친의 눈을 띄우려고 남경장사 선인에게 팔려간 후, 홀로 남은 심봉사의 전곡(錢穀)을 탐해 자원출가한 뺑덕이네의 못된 행실을 표현한 대목
심봉사는 부친의 눈을 띄우려고 남경장사 선인에게 팔려 인당수에 빠져 죽은 딸 심청이를 그리워하며 비통함으로 홀로 근근이 세월을 보낸다. 뺑덕이네 행실은 안맹(眼盲)인 심봉사가 수족이 필요해 사람을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심봉사의 재산을 탐해 본촌에서 자원출가한 뺑덕이네의 못된 행실을 표현한 대목이다.
《심청가》 중 뺑덕이네 행실 대목은 이와 동일한 의미를 지닌 뺑덕어미 행실·뺑덕어멈 행실·뺑덕이네 심술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뺑덕이네 행실과 관련한 사설 내용은 초기본의 성격을 지닌 『정문연 28장본』 에서 뺑덕이네의 몇 가지 행실이 나열되어 있음이 확인된다. 『박순호 낙장 38장본』과 『박순호 낙장 57장본』에서는 『정문연 28장본』보다 뺑덕어미의 행실이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신재효본에 이르러서는 기존에 없었던 뺑덕어미의 인물치레가 추가되는 등 사설 내용이 크게 확대되었고 이는 현존 창본에 영향을 미쳤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심청가》에서 뺑덕이네와 관련된 내용은 심봉사와의 만남-재산 탕진-황봉사와의 만남-심봉사와 황성을 올라가는 길-황봉사와 야반 도주 이상 다섯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뺑덕이네 행실은 심봉사와의 만남과 직결된 대목으로 뺑덕이네의 성품을 빠른 자진모리장단으로 다소 과장적이고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뺑덕이네 행실 사설은 여러 이본에 나타난다. 초기본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박순호 낙장 50장본』과 『정문연 28장본』에서는 뺑덕어미에 대한 행실이 언급되지 않거나 단지 몇 가지 행실이 나열되어 있다. 그러나 『박순호 낙장 38장본』과 『박순호 낙장 57장본』에서의 뺑덕어미는 원래 불량하며 인물이 못났다는 등 행실이 구체적으로 열거되기 시작한다. 신재효본에 이르러서는 기존에 없었던 뺑덕어미의 인물치레가 추가되고 이어 행실 사설이 따라 나오면서 사설 내용이 더욱 확대된다. 신재효본의 뺑덕이네 행실과 관련된 사설은 현전 창본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동초제 심청가》에 적극 수용되어 전승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현전하는 《심청가》 중 뺑덕이네 행실 대목은 주로 자진모리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제의 전승 경로에 따라 동일한 《강산제 심청가》라도 정권진(鄭權鎭, 1927~1986)은 우조로, 성창순(成昌順, 1934~2017)은 평계면으로 부른다. 뺑덕이네 행실 대목의 사설 붙임은 사설이 원박과 맞아떨어지는 ‘대마디대장단’을 바탕으로 사설이 원박에서 조금 지나 엇붙이는 ‘잉어걸이’와 사설과 박자가 한 장단에 떨어지지 않는 ‘엇붙임’을 적절히 활용해 뺑덕이네 행실의 해학적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떡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양식 주고 술 사 먹고, 쌀 퍼주고, 고기 사 먹고. 동인잡고 욕 잘 허고 행인잡고 패악허고 이웃집에 밥부치기 동인잡고 욕잘허고 초군들과 싸움허기 잠자면 이갈기와 배 끌고 발목 떨고 한밤중 울음울고 오고가는 행인다려 담배 달라 실란허기 힐긋허면 헬끗하고 헬끗허면 힐끗하고 삐쭉허면 빼죽하고 빼죽하면 삐죽하고 술 잘먹고 정자밑에 낮잠자기 남의 혼인 허량으로 단단히 믿었는디 해담을 잘허기와 신랑신부 잠자는디 가만가만 가만가만 문앞에 들어서며 봉창에 입을 대고 불이야 이년의 행실이 이리 하여도 심봉사는 아무런 줄을 모르고 어찌 미쳐 놨던지 나무칼로 귀를 싹 비어가도 모르게 되었든가 보드라
「성창순 심청가 완창 음반과 사설집(OSKC-1071)」, 오아시스, 1994.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심청가》 중 뺑덕이네는 전체 작품의 인물 가운데 그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그녀는 작품에서 독특한 개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해학적이고 골계적인 인물로 표현되어 웃음을 자아내는 뺑덕이네 행실 대목은 작품의 내용상 자칫 비장한 분위기로 치우칠 수 있는 《심청가》의 전개를 골계적 분위기로 환기시킴으로써 전체 이야기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대목 중 하나라 하겠다.
이대중, 「뺑덕어미 삽화의 더늠화 양상과 의미」, 『판소리 연구』 17, 2004. 정 양, 「뺑덕어미 소고」, 『한국민속학』 31, 1999. 정하영, 「심청전에 나타난 악인상-뺑덕어미론」, 『국어국문학』 87, 1987. 윤미라, 「보성소리 심청가의 전승구조 비교연구 -정권진·성창순 심청가 중 ‘심황후 아버지 그리움', '뺑덕이네 행실’대목을 중심으로-」, 우석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5.
김민수(金珉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