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어랑타령〉을 바탕으로 한 경서도민요
〈어랑타령〉, 〈신고산타령〉과 함께 대표적인 함경도민요이며, 대체로 〈신고산타령〉에 이어 부르는 경서도민요로, 볶는타령장단 또는 자진모리장단에 메나리조로 부른다. 강원도, 경상도 일대의 동부민요들에 널리 쓰이는 메나리조로 되어 있어 음조직적 특성이 강하지 않아, 경기소리 또는 서도소리의 전문가들에 의해 두루 애창되는 곡이다.
궁초댕기는 대체로 〈신고산타령〉에 이어 부르는데, 두 곡 모두 함경도의 토속민요 〈어랑타령〉과 선율의 골격이 유사하여, 그 모체(母體)는 〈어랑타령〉이라 할 수 있다. 〈어랑타령〉은 함경도뿐 아니라 평안남도와 강원도 북부 지역에서도 널리 불리었다. ‘궁초’는 비단의 일종으로, “궁초댕기”로 시작하는 노랫말에서 곡명이 비롯되었다.
○ 연행시기 및 장소 궁초댕기의 모체인 〈어랑타령〉은 주로 일반인들이 여럿이 모여 놀 때 불렀으며, 궁초댕기는 경기소리와 서도소리 전문가들에 의해 무대에서 자주 애창된다. ○ 음악적 특징 궁초댕기는 ♩.의 4박자인 볶는타령장단 또는 자진모리장단에 메나리조로 부르며, 한배가 빠른 만큼 일자일음식(一字一音式) 위주의 붙임새를 보인다. 메나리조(메나리토리)의 음계는 ‘미(mi)-솔(sol)-라(la)-도(do′)-레(re′)’이고, 핵음(핵이 되는 음)은 ‘미(mi)’와 ‘라(la)’이며, 종지음은 ‘라(la)’ 또는 ‘미(mi)’이다. 순차 위주의 선율진행을 보이며, 두 핵음을 얕게 떠는 경향이 있다. 메나리조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나, 특히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북도에 밀집해있다.2 본절은 ‘미(mi)’에서 질러내어 뻗으며, 후렴은 ‘라(la)’에서 숙여낸다. 본 절보다 후렴이 길며, ‘미(mi)’, ‘라(la)’와 같이 중요한 음을 길게 끌어 지속하는 특징을 보인다.
○ 형식과 구성
후렴이 있는 유절형식이며, 대개 후렴은 합창으로, 본 절은 독창으로 부른다. 이 곡은 본 절보다 후렴이 더 긴 드문 예로, 독특하고 세련된 구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어랑타령〉과 〈신고산타령〉보다 더 나중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실내악 편성의 반주에 맞추어 여럿이 입창으로 부른다. 반주악기로는 가야금, 거문고, 피리, 대금, 해금, 아쟁, 장구 등이 쓰인다.
흥겹고 경쾌한 선율과는 달리, 노랫말은 연인 간의 상사(想思), 정한(情恨) 등 다소 서글프고 어두운 내용이다. 창자에 따라 장단과 노랫말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후렴의 ‘신고산(新高山)’은 ‘새고운 고산’이라는 뜻이다. 강원도 고산군 구읍리를 오래전부터 ‘고산(高山)’이라 불러왔는데, 1914년 경원선(현재의 강원선)이 개통되면서 고산군 위익면(옛 함경남도 안변군 소재)에 고산역이 생겼다. 이때부터 위익면의 고산역을 ‘신고산’이라 부르고, 그전의 구읍리 고산을 ‘구고산(舊高山)’이라 부르게 되었다. 〈신고산타령〉의 ‘구고산 큰애기 반봇짐만 싸누나’에서 ‘구고산’이 바로 구읍리의 고산이다. 후렴에 등장하는 ‘부령’과 ‘청진’은 모두 함경북도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궁초(宮綃) / - 댕기 / 풀어지고 / 신고산 열두 고개 / 단숨에 올랐네 / (후렴) 무슨 짝에 무슨 짝에 / 부령(富寧) / - / 청진(淸津) / 간 / 님아 / - / 신고산 열두 고개 / 단숨에 올랐네 / - / 백년 / - 궁합(百年宮合) / 못 잊겠소 / 가락지 죽절비녀 / 노각이 났네 / 어랑천(漁郞川) / - 이백리 / 굽이굽이 돌아 / 묘망(渺茫)한 동해바다 / 명태잡이 갈까나 / 바람아 / - 봄바람아 / 네 불지 마라 / 머리단장 곱게 한 것 / 모두 다 풀린다 / (후략)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347~348쪽.
궁초댕기는 〈어랑타령〉, 〈신고산타령〉과 함께 널리 불리는 함경도민요로, 토속민요에서 비롯되어 세련된 구성을 갖춘 통속민요로 발전한 대표적 사례이다.
김윤정, 「〈신고산타령〉의 변모 양상 연구」, 영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20. 김정희, 「토속민요 음조직의 변이 양상」,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국악아카이브(https://bit.ly/3wU1LoL) 북한지역정보넷(http://www.cybernk.net/)
김정희(金貞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