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넘소리
상여를 운반할 때 부르는 운상소리 중 받는소리가 넘차류인 장례의식요
넘차소리는 상두꾼들이 상여를 들고 행진하면서 부르는 본상여소리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
넘차소리가 언제부터 불렸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 시대에 국장용으로 유거·대여·견여·외재궁를 제작해서 대행왕의 옥체를, 대부·사·서인용으로 윤거·지거·상거·대여·소여·상여를 사용해서 망자의 시신을 운구하였다고 하므로 이미 조선 시대부터 장례용 운구 용구를 장지까지 옮기는 과정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불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어깨에 메는 대여나 소여, 상여를 움직이는 동안에는 서로 구호나 소리를 맞춰야 진행이 수월하므로 소리의 전통은 ‘여’를 운반하면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전통사회에서 죽은 이를 묻는 장지는 대개 마을 근처의 산에 위치하였으므로 집에서 장지까지 꽤 오랜 시간을 이동해야만 했다. 넘차소리는 상여를 어깨에 메고 장지로 가는 과정에서 평지를 지나갈 때 부르는 소리이다. 받는 소리에 “어노 어노 어이가리 넘차 어허넘” 혹은 “어넘 어넘 어허넘차 어허넘” 등의 후렴구가 불린다. 후렴구에 ‘어넘’ 또는 ‘어허넘’ 등이 들어가 있어서 일명 〈어넘소리〉라고도 한다. 운상소리로 넘차소리 외에 지역에 따라 〈나무아미타불소리〉나 〈염불〉 등의 소리가 불리기도 하지만 이는 그 분포가 넓지 않고,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소리가 바로 넘차류의 운상소리이다. 넘차소리에는 〈어이가리넘차소리〉와 〈어허넘차소리〉의 두 가지가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이 둘은 본래 계열이 같은 것으로 짐작된다. 〈어이가리넘차소리〉의 기본형은 “어허넘 어허넘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이며, “어허넘”은 “어허널”·“어허어”·“어어노”·“어화농” 등으로 “어이가리넘차”는 “어거리넘차”·“너허리넘차”·“어허리넘차”·“어나리농차”·“어화리너화” 등의 변이를 보인다. 〈어허넘차소리〉도 “어허어 허하아 어허넘차 너허어”, “어허어호 어남차어하”, “너호 너호 너기나넘차 너호”, “너화 너화 노기눙차 너화”, “어하 어허 어허어넝창 어헤” 등을 넣어 유사하게 부른다. 아직도 지역에 따라서는 전통적인 장례의식을 전승하며 상여를 메고 넘차소리를 부르는 곳이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상여소리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장례의식과 음악을 이어오고 있다.
넘차소리의 가창 방식은 메기고 받는 형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운상소리 중에서 넘차류가 아닌 곡들을 충청도나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 교환창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짝소리라고도 한다. 넘차소리의 장단은 보통 3소박 4박이 기본적이며 선창자가 2장단을 메기면 여러 상두꾼들이 2장단을 받는 형태이다. 그 외에도 3소박 4박 1장단씩 메기고 받는 유형, 3소박 4박 3장단씩 메기고 받는 유형, 3소박 4박 2장단을 메기고 4장단을 받는 유형 등이 드물게 나타나기도 한다. 출현음의 수는 3음·4음·5음·6음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음조직은 메나리토리·경토리·육자배기토리·메나리토리와 육자배기토리의 혼합형 등 지역적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주로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고 산 사람에게 액이 들지 말고 복만 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메)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명사십리 해당화야 / 꽃진다 잎진다 설워를 마라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아버님전 뼈를 빌고 / 어머님전 살을 빌어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칠성님전 명을 빌고요 / 제석님전 복을 빌어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이내 인생 탄생할 적에 / 한두살에 철을 몰라요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이삼십이 다되여도 / 부모 은공을 못다갚네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어이없구나 어이가 없어 / 가는 세월이 어이없네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세상천지 만물중에 / 사람밖에 또있는가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만민여러 시주님네 / 이내 말씀 들어보소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천지음양 타고날 때 / 석가세존 공을 빌고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칠석님전 명을 빌고 / 제석님전 복을 빌고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아버님전 뼈를 빌고 / 어머님전 살을 빌고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열달배설 한 이후에 / 이세상에 생겨나니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우리부모 나를나를 / 곱게곱게 기를적에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겨울이면 추울세라 / 여름이면 더울세라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천금디려 만금디려 / 애지중지 기를적에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바람불면 날아갈가 / 꼭쥐며는 깨질세라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지성정성 다 드려서 / 나를 곱게 길렀건만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어려서는 철을 몰라 / 부모은공 갚을소냐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메)불쌍하구 가련하다 / 애절하구 처량하다 (받)어허어헤 / 어거리넘차 어허헤헤 (하략)
김순제, 『인천 근해 도서지방의 상여소리』, 민속원, 2008, 61~63쪽.
인천근해 도서지방상여소리: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횡성회다지소리: 강원도 무형문화재(1984) 청송추현상두소리: 경상북도 무형문화재(1997) 부여용정리상여소리: 충청남도 무형문화재(1997) 공주봉현리상여소리: 충청남도 무형문화재(1997) 거창상여디딜방아액막이소리: 충청남도 무형문화재(1997) 양주상여회다지소리: 경기도 무형문화재(1998) 양평상여회다지소리: 경기도 무형문화재(1999) 양양수동골상여소리: 강원도 무형문화재(2013) 고양상여회다지소리: 경기도 무형문화재(2017) 제주도 영장소리(행상소리): 제주도 무형문화재(2017)
넘차소리는 상여를 운반하며 부르는 운상소리 가운데에서도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하고 있는 소리이며, 노랫말과 선율에 공통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한국 민요의 오래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장례의식요이다.
강등학, 『한국민요의 존재양상과 판도』, 민속원, 2016. 김순제, 『인천 근해 도서지방의 상여소리』, 2008. 이소라, 『경북지방의 상부소리』, 2001. 권오성, 「상여소리의 음악적 특징-선율골격을 중심으로-」, 『한국공연예술논문선집』 5, 2002. 오용록, 「상여소리를 통해본 노래의 형성」, 『한국음악연구』 30, 2001. 최헌, 「상여소리 선율구조 분석」, 『한국민요학』 7, 1999.
정서은(鄭諝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