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소리, 얼음괘기
창우집단에서 줄타기 기능을 갖는 줄광대가 줄을 타며 부르는 소리
화랑이패, 또는 창우집단(倡優集團)에서 줄광대들이 줄을 탈 때 부르는 소리이다. 각각의 대목이 독립된 것이 아니라 중이 속세로 내려와 발생한 사건과 그로 인한 심적 갈등 및 해소를 소재로 한 연극적인 줄거리로 전개된다. 판소리의 음악적 특징과 유사하며 일제 강점기 유행했던 선율진행 방식인 반드름의 사용 비중이 높다.
○ 연행주체와 역사 변천 과정
줄소리는 화랑이패, 또는 창우집단(倡優集團)이라 이르는 광대집단(廣大集團)에서 줄타기 기능을 갖는 줄광대가 부르는 소리이다. 조선초·중기에는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함께 줄소리, 재담, 잔노릇을 연행하는 판줄의 연행 요소로써 문희연(聞喜宴)이나 사가(私家)의 잔치, 마을의 대동굿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연행되었다. 19세기 말 판줄은 단성사(團成社)·광무대(光武臺) 등과 같은 실내극장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행되었는데, 해방 이후 점차 그 활동이 줄어들면서 김봉업(金奉業, 1885~1962)·이정업(李正業, 1908~1974)·이동안(李東安, 1906~1995)·김영철(金永哲, 1920~1984) 등 경기 남부지역 줄광대들에 의해 줄소리 없이 짧게 연행하는 도막줄 형태로 전승되었다.
줄타기가 1976년 6월 30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자 줄타기에 대한 관심은 줄타기의 본디 모습을 규명하고 판줄 형태의 복원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전환된다. 국가무형문화재 줄타기의 첫 예능보유자인 김영철의 노력에 의해 줄소리 일부가 복원되었으며 이후 현 예능보유자인 김대균(金大均, 1967~)이 이동안과 김봉업의 소리를 참고하여 줄소리를 복원시켜 판줄을 이어오고 있다.
○ 음악적 특징
줄소리는 줄광대 혼자 아니리와 소리를 부르고 발림을 곁들이는 독창 형식이다. 줄소리가 연행되는 과정에서 줄광대는 어릿광대와 재담을 주고받는데, 예전에는 어릿광대가 줄광대의 재담을 받거나 추임새를 곁들이는 정도였으나 근래에는 소리를 나눠 부르기도 한다.
줄소리의 악조(樂調)는 우조(羽調)로 진행하면서도 간간히 계면조(界面調)적인 시김새를 사용하여 진행하거나, 계면조이면서도 우조 진행을 섞어 사용하는 반드름의 사용 비중이 높다. 또한 길이가 짧은 대목이라도 대부분 자유로운 전조(轉調)가 진행된다. 〈왈짜타령 1〉·〈팔선녀타령〉·〈중근본타령〉·〈장삼을 벗는다〉·〈왈짜타령 2〉 대목은 주로 반드름을 사용한다. 반드름은 일제 강점기에 유행했던 선율 진행방식으로, 반드름으로 부르는 계면조 부분은 그 시김새가 전형적인 육자백이토리의 시김새와는 차이가 있고 단계면이나 평계면 정도의 시김새로 나타난다. 〈중타령〉은 계면조로 진행하면서 솔(sol)을 사용하거나 레(re)·미(mi)의 사용 비중을 높여 우조의 느낌을 주고 있으며, 〈옹생원 호령〉, 〈신세타령〉은 계면조로 선율을 진행하다가 우조로 바꿔 진행한다.
줄소리 중 엇모리를 사용하는 〈중타령〉, 자진모리를 사용하는 〈절이름타령〉·〈팔선녀타령〉·〈옹생원호령〉·〈중근본타령〉·〈장삼을 벗는다〉, 휘모리를 사용하는 〈왈짜타령 2〉 대목은 비교적 빠른 장단을 사용하고 있으며 리듬과 붙임새의 활용이 다양하다. 반면 음역은 한 옥타브 반 정도를 사용하고 있어 그리 넓지 않은 편이다. 중모리를 사용하는 〈왈짜타령 1〉·〈신세타령〉 대목은 장단이 빠른 대목보다 음역이 약간 넓게 사용되며 중중모리를 사용하는 〈새타령〉은 두 옥타브가 넘는 음역을 사용하고 있어 다른 대목과 대별 된다. 줄소리는 판소리와 동일한 발성 기교와 음색을 사용하고 있다. 거칠고 두꺼운 목을 통성으로 발성하며 사설의 이면에 따라 음색을 자유자재로 바꿔 음악적인 표현을 구사한다. 판소리와 줄소리 연희자들이 모두 창우집단에 속한 이들이기 때문에 공통적인 음악적 특성이 발견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절차 및 주요 내용
줄소리는 〈중타령〉, 〈왈짜타령 1〉, 〈절이름타령〉, 〈팔선녀타령〉, 〈옹생원 호령〉, 〈중근본타령〉, 〈신세타령〉, 〈장삼을 벗는다〉, 〈왈짜타령 2〉, 〈새타령〉의 열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 연행되는 줄타기에서는 연행되는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줄소리의 내용을 축약하기도 하고, 소리를 아니리도 대체하여 극을 전개하기도 한다.
줄소리의 주요 내용은 중이 속세로 내려와 발생한 사건과 그로 인한 심적 갈등 및 해소를 소재로 삼는다. 속세로 내려오던 중을 만난 왈짜는 “네 절이 어디냐”라고 묻고 중은 자신이 산에서 수도를 하던 사람임을 강조하며 응수한다. 왈짜와 헤어져 속세로 내려온 중은 팔선녀가 목욕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자신의 신분을 잊은 채 팔선녀를 희롱한다. 이 모습을 목격한 옹생원은 자신도 데리고 놀지 못하는 선녀들을 중이 희롱하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분개하여 하인에게 중을 잡아 오라고 시킨다. 하인이 중을 잡아 오자 옹생원은 중의 행실을 야단친다. 옹생원의 말을 우습게 여긴 중은 대거리를 하고, 옹생원은 중에게 매질을 하는 등 형벌을 준다. 중은 옹생원에게 여러 형벌을 받은 후 신세타령을 한다. 중은 더 이상 중노릇을 하지 않기로 작정하며 중의 복식을 벗고 속가에서 처음 만났던 왈짜를 다시 만나고 종교 세계 대신 속세를 선택한다. 이후 왈짜들과 새타령을 부르며 줄소리는 끝을 맺는다.
[표] 줄소리 노랫말
줄소리
노랫말
장단
중타령
중이 나려온다/중이 나려온다/중 하나 나려온다/ 중이 나려온다/ 저 중의 거동보소 /얽고서도 검은 중/ 검고 서도 얽은 중/ 얽든지 말든지/사죽을 두루 묶어서/칭암은 절벽성에서/떼구르르 궁구러도/실금 하나가 아니난다/아서라 그 중 못쓰것다/정말 중이 내려온다/얼굴은 형산백옥이요/눈은 소상강 물결이라/눈썹에 추나비 앉아/너울너울이 춤추는 듯/코는 마늘쪽 씌어 놓는 듯/두 입술 빛난 당채/주홍필로 툭 찍은 듯/객석을 볼 적이면/헌 두쪽 귀/당사실로 꼭 묶어/조르르르 세운 듯 하고/한산모시 진장삼/다홍띠 눌러매/구리백통도 파란장도/고름에 느짓이 차고/흔들흔들/소상반죽 열두마디/채고리 질게 달어/노란 청석도포/이리루 철철/저리루 철철/흔들거리면서 내려올 제/백자포장삼 소맷자락을/바람에 펄펄/흔들 흔들/염불하며 내려올 제/중이라 하는 것은/절간에서도 염불이요/집에 나려도 염불이라/목탁을 치네만/중의 근본/중의 목탁이 직업이라/목탁은 또드락 똑/광세는 꽈광꽝/징세는 땡땡/죽비는 철청/염불을 하며 내려올 제/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회양삼천리/상래소수는 불공덕/왕세왕세세왕세/일세동방은 절도량/이쇄남방은 득천장/삼쇄서방 구정토/사쇄북방은 요양강/도량청장은 노화대/삼부천리 강차지/왕라궁에 자웅치듯/흔들거리고 내려올 제/인도를 하며 내려온다/나으이 아흐아 어 나어이/흔들흔들/장단을 맞춰 내려올 제
엇모리
왈짜타령 1
왈짜하나 내닫으니/중을 불러 묻는말이/아나 중아 말좀 묻자/산중지괴물을 노장이 알어있고/만물지물은 진장사 알터이니/네 절이 어디메뇨/원종소리가 들려오냐/저중의 거동보소 짚었던 육환장/두눈에 버뜩 들어서 좌우삼천 가리켜/저기 저봉은 우두봉이오 여기는 좌두봉이라/건너방 바진봉 진사봉 월출봉/ 한가운데 그중 큰봉 우리나라 세조대왕/머리 깍아오신 그곳 산진매 수진매/해동창 보라매 두죽지를 옆에 끼고/ 쉬엄쉬엄 넘어가는/단발령이라고 한 고개/그 고개를 넘어가면 소승절이 거기올시다/네 절의 이름을 대야안다/소승 이름을 알제
중모리
절이름타령
소승 절이름 알냥이면/찬찬히 들어보오/힘의 신 밑에 한 일/한일 아래는 밭전하고/ 밭전 아래는 여덟팔/ 솔잎 아래는 달월/ 달월 아래는 전복할과/전복 아래는 몸기하고/ 몸기 옆댕이 석삼하고/ 흙토 아래 마디촌/어디 글로 두고 합시다/옳다 내 알겠다/이십일전 여덟팔/ 누르황자 분명하고/이월복기삼현/용용자 분명하고/ 흙토 아래다 마디촌/ 절사자가 이 아니냐/ 네 절 이름이 황룔사로구나/ 네 속성이 무엇이냐/ 소승 속성을 알냥이면/ 갓머리 아래 나무목 옳지/ 글로 두고 합시다/갓머리 안에다 나무목하니/ 송나라 송자 이 아니냐/ 너의 성이 송가로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소승 이름을 알냥이면/ 조그만한 자루에/ 조그만한 자루에다/ 참외 수박을 잔뜩 넣고/ 생전 지고 일어나지 못했소
자진모리
팔선녀타령
팔선녀가 앉았다/ 팔선녀가 앉았다/누구누가 앉았냐/난양공주 영양공주/ 우리차고 같이 놀며/심우현 백능파/ 속경월사삼월/ 안산 위에 피는 꽃과/잎들하게 피는 잎과/ 다 각기 꺽어들고/ 청계수 흐르는 물에/ 목욕을 감는다/아래 웃통 훨씬 벗고/ 목욕을 감는다/ 물한줌 덥벅 집어/옥수도 씻어보고/ 또 한줌 덤벅 집어/양치질도 해보고/또 한줌 덥벅 집어/ 젖가슴도 문질문질/ 또 한줌 덤벅 집어/ 엉덩머리도 씻어보고/ 또한짐 덤벅 집어 만첩 청산을
자진모리
옹생원 호령
이놈 중아 네 들어/ 이놈 중아 네 들어/ 불불견은 언제고/ 산에 올라 염불하고/ 낮에는 내려와서/ 동냥이나 해어가지/ 속가에 내려와서/ 남의 계집을 데리고/ 흥청거리고 노니/ 이놈 목을 빼서 이놈 똥구멍에 박을 놈아
자진모리
중근본타령
이 중 근본 들어보오/ 백세장차 문불락/ 좌우산청 농부도/ 석북야밤에 중추중/ 아닌 밤중 꺼내다가/ 처녀 각시를 데려다가/한번 요도하는/ 생환님 같은 중놈이
자진모리
신세타령
못하것네 못하네/ 중 노릇을 못하것네/ 어떤사람 팔자좋아 고대광실 높은 집에/ 금의옥식 쌓아놓고 호강으로 지내는디/ 이놈의 팔자는 무슨놈의 팔자건데/ 중노릇이 웬일이냐/ 명천이 사람낼 때 별로후박 없건만은/ 천지지간 만물지중에 여이지불하여/ 귀한 것이 사람인데/ 속이요 인자는 이기오륜으로/ 십오세 맹자왈 부자유친 군신유의/ 장유유서를 허건데 이놈팔자는 어찌 되어서/ 중노릇이 웬일이냐/ 홑일곱에 절에 올라 열다섯에 삭발허고/ 부처님 제자에 밤이면은 염불공부/밤이면은 재미동냥 임이라고 내려오면은/ 양반보아도 두손배례 합장허고/ 소승문안 드립니다 여인보면 외면허고/ 아이보면 공손허고 까딱잘못 하게되면은/ 사부댁에 서잡어다가/ 당장남개에 달아매고 별매질 성벌하고/ 나무송곳 귀를 뚫으니 세상에 못할 것은 / 중노릇밖에 또있느냐
중모리
장삼을 벗는다
장삼을 벗는다/ 장삼을 벗는다/ 백의홍도 오류촌/ 도연명에 갈근벗듯/ 옥루사창에 명운자/ 창가소부 낭군벗듯/ 백마지덕에 저문달/ 진자중에 용포벗든/ 낙방귀자 팔지벗듯/ 먼 선에서 중우벗듯/ 술취한 사람에 망건벗듯
자진모리
왈짜타령2
왈자들이 모여든다/ 왈자 모여든다/ 왈자 대자 우자 선자/ 귀자 태자 악자 선자/ 마슬잔 구름멎듯/ 정사 안개모이듯/ 점점 홀모아/ 궐내 아래 조신배 / 만조백관 신하뫼듯/ 존단대 할제/ 선비님들 모여들 듯/ 과부집 사랑서녀/ 부자집 외아들/ 대전 별감 모여들 듯/ 금부나졸이 정원사령/ 한참 이리 모여들제/ 태평양자여객들이/ 말 잘하는 소진장의/편싸움 유림에 보아서 해보고/ 보고 한참 들어올제/ 잘났다 모두/ 못나고도 잘난놈/ 잘나고도 예쁜놈/ 예쁘고도 무서운놈/ 무섭고도 겁나는놈/ 겁나고도 떨리는놈/ 떨기고도 굉기차/ 굉기차는데 어렵단 말씀이야
휘모리
새타령
새가 새가 날아든다/ 새가 새가 날아든다/ 산고곡심 무인처/ 죽림비 조뭇새들/ 농춘화답에 짝지어/ 쌍거쌍래 날아든다/ 춤 잘 추던 학두루미/ 말 잘하는 앵무새/ 공기좋다 공기 뚜루루/ 쏘맹이 쑥국/ 기러기 끼룩/ 가가갑술 날아든다/ 남풍조차 떨쳐나니/ 구만리 장천에 대붕새/ 문왕이나 계시는/ 기산의 조양의 봉황새/ 이화의 요지 담당 풍어리/ 풍당담진새/ 어엽진사 백성가왕/ 왕쟁당쟁 저집/ 어사모중에 만들었다/ 울고간다 까마귀/ 낙화고목이 다 삭아다/ 소수상춘 따오기/ 팔월동풍 높이 떠/ 백미 초두 보라매/ 여러새를 챙길 것 없이/ 새가 한번 울음운다/ 저 뻐꾸기 울음운다/ 저 뻐꾸기 운다/ 먼 산에 앉아우는 놈/ 아지라지게 들리고/ 근방에 앉아 우는 놈/ 건방지게 들린다/ 여러달 울었다 눈먼/ 목이 잔뜩 쉬었네/이리로 가면 뻐꾹/ 저리로 가며 뻐꾹뻐굿/ 이히이/ 좌우문으로 날아든다/또 한편을 바라보니/ 저 푸두새 울음운다/ 조양지 양삼사고요/ 사람 애간장 녹이라고/ 저 푸두새 울음운다/ 사람의 간장 녹이려고/ 푸두새 울음운다/ 사람의 간장 녹이려고 저 푸두새 울음운다/ 사람의 간장 녹이려고/ 저 푸두새 울음운다/ 이리로가면 뿌욱뿌욱/ 저리로 가면 뿌욱 북/ 이히이이/ 이-/ 거등거리고 울음운다/ 이런 새 소리가/ 날로 늙어지니/ 다할수 없다고/ 마지막 뻐꾹
중중모리
〈김봉업 창 줄소리․해금가락〉, 연행자 김봉업
줄소리는 줄광대가 줄을 탈 때 부르는 소리로, 각각의 대목이 독립된 것이 아니라 연극적인 줄거리로 전개된다. 줄소리는 판줄이 연행되는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내용이 축약되기도 하고, 소리를 아니리로 대체하여 극을 전개하는 등 유동적으로 활용된다. 줄소리와 판소리의 음악적 특징은 매우 유사한데, 이는 줄소리와 판소리 연희자들이 모두 창우집단에 속한 이들이기 때문에 패기성음이라고도 하는 공통적인 음악적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판줄의 중요한 연행요소인 줄소리를 통해 줄광대가 속한 창우집단의 음악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1976)
김대균, 「줄놀음의 연행체계와 연행원리」, 안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7. 김혜리, 「김봉업 창 줄소리 연구-‘중타령’․‘새타령’을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0. 이보형, 「창우집단의 광대소리 연구- 육자배기 토리권의 창우집단을 중심으로」, 『근대로의 전환기적 음악양상: 조선후기 편』, 민속원, 2004. 이보형, 「줄타기」, 『문예진흥』94,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84. 장휘주, 「판소리 반드름에 관한 연구」, 『한국음반학』 6, 한국고음반연구회, 1996.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