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가심, 방가심, 넋걷이, 자리가심.
부천 지역 일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의례로, 망자 출상일에 망자가 머물렀던 집에서 진행되는 사후 의례.
자리걷이는 서울・경기・황해・영동 등 여러 지역에서 행해지는 무속 죽음의례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까지 서울 지역 사례 외에는 조사된 바가 없다. 서울・경기 지역 자리걷이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가 이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경기도 부천 지역의 자리걷이는 부천 신곡리 자리걷이 만신인 홍씨마나님, 부천 넘말의 광복이 엄마(1897~1960), 떵덕쿵 만신(1907~1992), 부천 장말 정영도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다른 지역의 자리걷이가 ‘부정청배’, ‘자리걷이’, ‘뒷전’의 순서로 소략하게 진행되는 반면, 부천의 자리걷이는 주당물림, 부정청배로 시작해서 마지막 순서인 뒷전까지 12개의 복잡한 절차로 전승되고 있다.
○ 개요
자리걷이는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장례를 치른 날 저녁에 행하는 일종의 정화의식이다. 죽음은 슬픔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주검이나 죽음은 부정(不淨)하게 생각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을 정화하는 절차가 자리걷이이며, 망자의 넋은 물론 망자가 살았던 흔적이나 체취, 기억들을 걷어가거나 없앤다는 의미에서 넋걷이 또는 집가심, 방가심이라고 한다. 자리걷이는 망자가 살아 있는 가족들을 위로하는 자리이자, 망자가 마지막으로 이승에서 가족들과 이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자리걷이는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 달래서 저승으로 보내는 죽음의례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의례를 통해 살아있는 사람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리걷이는 죽은 사람의 장례를 치른 날 저녁에 행한다. 상주 및 가족ㆍ친지가 상복을 입은 채로 망자가 머물렀던 집, 망자가 죽음을 맞이한 자리에서 진행된다.
○ 절차와 구성
전통적인 가옥에서는 자리걷이를 하기 위해 안방에는 상식상을 차리고, 대문 밖에는 사자상을 차렸다. 마당에는 가시로 만든 문인 가시문을 만들어 두었는데, 찧지 않은 겉벼를 그릇에 담아 놓고 가시나무를 꺾어다가 활처럼 휘어 꽂은 것이다. 가시문은 망자의 넋을 데려갈 저승사자가 들어오는 문이어서 ‘사재문(使者門)’이라 하였다. 가시문 옆에 시루를 놓는데, 시루 안에 쌀을 한 되 정도 넣고 그 위에 기름을 담은 그릇에 새발심지를 넣은 후 불을 붙이고, 시루 위쪽에 창호지로 덮어 둔다. 자리걷이가 끝난 뒤 창호지를 걷어 보면 그을음이 새, 구렁이 등으로 보이는데, 이것으로 망자의 넋 상태를 짐작하기도 한다.
만신은 망자가 평소 잠을 자던 곳에 한지를 길게 깔고 쌀을 수북하게 쌓아 놓고 그 위를 한지로 덮은 다음 망자가 입었던 옷을 위아래로 둔다. 고깔을 접어서 머리 쪽으로 놓고 옆으로 망자의 넋이 가져갈 넋전을 오려 놓는다. 이와 같이 준비가 다 끝나면 자리걷이가 시작된다.
자리걷이는 소규모 의례로 절차가 복잡하지 않으며, 크게 ‘부정청배’, ‘자리걷이’, ‘뒷전’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절차는 앉은 자리에서 고리짝이나 키를 이용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양한 춤ㆍ노래ㆍ반주음악 등을 수반하지 않는다.
부천 정영도의 자리걷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이 갖추어져 있으며, 12개의 절차로 진행된다. 12개의 절차는 〈주당물림〉, 〈부정청배〉, 〈넋대내림〉, 〈초영실〉, 〈사재삼성〉, 〈청귀벗기기〉, 〈방가심〉, 〈상식〉, 〈뒷영실〉, 〈길가름〉, 〈사재군웅〉, 〈뒷전〉의 순서이다.
〈주당물림〉은 나쁜 기운이나 잡귀가 머물지 못하도록 주당살을 풀어내는 의식이며, 〈부정청배〉는 굿을 하는 과정에서 갖은 부정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기원하고 넋노랫가락을 불러 신을 청하는 순서이다. 〈넋대내림〉은 유가족이 넋대를 잡고, 만신이 옆에서 고리짝을 긁으며 넋대내리기를 기원하여 넋대에 망자의 넋을 받는 것이다. 넋대에 넋이 실리면 넋대를 잡은 유가족은 망자가 시키는 행동과 말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망자는 자신의 한을 말하거나 유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신이 살던 집안과 사용하던 물건을 되돌아 살펴보게 된다.
〈초영실〉은 망자가 즐겨 입던 옷을 준비하고 망자의 넋이 무당에게 실리면 망자가 한을 풀어내는 의식으로, 〈초영실〉이 끝나면 옷을 태워 없앤다. 〈사재삼성〉은 망자를 상징하는 건대구포를 등에 업고, 저승길을 인도하는 〈사재삼성〉인 일직ㆍ월직ㆍ흑직사자에게 망자를 잘 보살펴줄 것을 부탁하며 대접하는 순서이다. 〈청귀벗기기〉는 사재삼성이 다녀가면서 처지고 남은 상문과 부정을 벗겨내는 의식이다.
〈방가심〉은 자리걷이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로, 망자의 넋을 거두는 과정이다. 망자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자리에 넋자리를 마련하고 남망제는 열두 조각, 여망제는 아홉 조각의 한지를 준비한다. 양푼에 깨끗한 물을 채워 놓고, 넋전 끝부분에 물을 묻혀 한지를 차례로 들어 올려 양푼에 담근다. 한지를 모두 들어 올렸으면, 양푼의 물과 넋종이를 문밖으로 가지고 나가 쏟는데, 이는 넋이 집에서 완전히 떠났음을 의미한다.
〈상식〉은 저승으로 가는 망자에게 마지막 식사를 대접하는 유교식 의례이다. 〈뒷영실〉은 후영실이라고도 하는데, 망자가 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유가족과 인사하는 순서이다. 〈길가름〉은 소창 세 필과 삼베 세 필을 가르면서 이승과 저승의 길을 가르는 것으로,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이별을 완성하는 순서이다. 〈사재군웅〉은 남은 유족들이 교통사고, 객사 등 흉한 일이 없도록 기원하는 순서이다. 〈뒷전〉은 여러 잡귀와 잡신들을 풀어내는 의식으로 죽음의례 뒤에 따를 수 있는 탈을 막아내는 절차이다.
○ 복식·의물·무구
부천의 자리걷이는 12개의 절차로 이루어지며, 주요 무구(巫具)는 버드나무나 칡 줄기를 꼬아 만든 고리짝, 박달나무로 만든 함지박 그리고 제금이라고도 부르는 바라 세 가지이다. 넋전과 위패를 올린 넋상, 망자의 상식상, 저승사자를 위한 사재상, 망자 돈을 올려놓는 가시문, 뒷전상을 차린다.
○ 역사적 변천 및 현황
경기도 부천지역의 자리걷이는 부천 신곡리 자리걷이 만신인 홍씨마나님, 그의 신딸인 부천 넘말의 광복이 엄마(1897~1960)로 이어졌다. 광복이 엄마는 장구잽이인 남편 김씨와 함께 무업을 하면서 부천에서 큰만신으로 불렸다. 광복이 엄마의 신딸인 떵덕쿵 만신(1907~1992)은 넘말 봉자 엄마 또는 넘말 신씨네 만신으로도 불렸으며, 부천 장말 정영도의 스승이 되었다.
정영도(1948년생)는 어렸을 때부터 원인 모를 병을 앓다가, 16세에 신씨네 만신에게 내림굿을 받은 후 무속의 길을 걷게 되었다. 정영도는 넘말 신씨네 만신 사망 후 신씨네 만신과 함께 활동하였던 경기도 구리시 교문리의 돌다리 만신(권씨)에게 학습하기도 하였다. 정영도는 1993년 부천에서 자리걷이 보존회를 결성하여 자리걷이 전승을 위해 힘쓰고 있다.
자리걷이에서는 고리버들로 만든 고리짝을 무릎에 올려놓고 나무 막대기로 긁으며 소리를 내는데, 고리짝 소리로 죽은 부정을 걷어 내고 정화한다고 할 수 있다. 망자와 유족 간의 이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의식이자, 유족이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리걷이는 삼현육각을 갖추고 화려한 신복을 입고 여러 가지 무구를 사용하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열두거리 큰 굿은 아니지만, 망자와의 이별 의식이자 가족이나 친지, 문상객들이 무탈하도록 기원하는 소박한 정화의례이다.
시지은(施知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