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동 산치성 도당굿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에서 매년 음력 3월 2일과 3일에 도당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위해 지내는 마을 의례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에서는 매년 음력 3월 2일과 3일에 도당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위해 도당굿을 지낸다. 도당굿이라고 하지만 유교식 제사인 산신제와 무당굿이 결합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1995년에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경기 북부의 대표적인 도당굿이다.
도당이란 그 마을에서 가장 큰 당, 큰 당굿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마을당이자 마을 의례를 도당이라고 한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은 도당굿이라는 명칭에서 이곳이 경기도 지역이고, 갈매동 일대에서 가장 큰 당이자 당굿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이 시기적으로 경기도 지역으로 공간적 확장을 거듭했지만 구리는 여전히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지역이다. 이로 인해 같은 서울 및 경기 북부 도당굿으로 묶이는 ‘봉화산 도당굿, 삼각산 도당굿’이 현재는 서울에서 전승되고 있는 도당굿이 됐지만 구리 갈매동 도당굿은 여전히 경기도에서 전승되고 있는 도당굿이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갈매동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위해 갈매동 주민들이 시작한 마을 의례로 추정된다. 마을에서 전해지고 있는 도당굿 관련 문서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는 1928년에 작성된 것이다. 이 문서를 통해 볼 때 적어도 1920년대에는 산치성과 무당굿 형식의 도당굿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구리 갈매동 도당굿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구리 갈매동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위한 마을굿을 지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은 격년으로 지냈는데, 짝수해 마다 지냈다. 도당굿은 음력 2월 1일에 도당굿을 도맡아 지낼 삼화주를 뽑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음력 3월 1일 새벽에 산치성을 지낸 후 3월 2일과 3일 중에서 본굿 날짜를 택일했다. 택일이라고 하지만 본굿 날짜는 주로 3일이 선정됐다. 도당굿 전날에는 산치성 뿐만 아니라 안반고사, 서낭거리, 유가돌기, 우물고사를 했다. 마을에서 전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문서인 1928년에 작성된 굿청진설도와 굿거리별 떡쌀차림 및 제수거리 목록을 보면 당시에도 산치성, 안반고사, 무당굿 형식의 도당굿이 연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당굿 날짜가 택일에서 3월 3일로 고정되는 등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2009년이 기점이다. 2009년에 갈매동을 포함한 이 일대에 보금자리주택 건설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서울ㆍ경기 지역 마을의 대부분은 도시 개발과 맞물려서 인위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고, 그 변화에는 마을당과 마을굿이 포함된다. 구리 갈매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갈매동 일대의 개발로 인해 기존 마을공동체가 해체되면서 도당굿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도가, 화주, 시주, 당주, 숙수를 새로 뽑지 않고, 맡은 이들이 계속 고정적으로 맡게 되었다. 기존 마을이 해체되면서 도당굿의 본굿 전에 마을을 돌던 유가돌기 역시 사라졌다. 마을 개발 과정에서 우물이 사라지면서 우물고사도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
3월 2일과 3일 중에 택일하던 도당굿은 현재 3월 2일에 산신제를 지내고, 3월 3일에 도당굿을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도당굿 전날인 3월 2일에는 전수관에서 안반고사를 지내고 검암산에 있는 신목에서 산신제를 지낸다. 이후 서낭맞이까지 마친다.
도당굿의 연행 장소도 과거 당집, 삼화주의 집, 도당굿을 하던 치성터, 우물 등을 포함하여 유가돌기를 하던 마을 전체까지 확장되던 것이 현재는 보존회관과 당집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으로 축소되었다.
무당굿 형식으로 연행되는 도당굿의 전승자로 무당과 악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당굿을 전승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은 경기도 무형문화재인데, 기능보유자로 당주무당인 조순자와 당주악사인 허용업(1947~)이 선정되어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용도 기능
구리시 갈매동은 경기도 구리시의 서북단에 위치한다. 구리의 북쪽은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과 맞닿아있고, 남쪽은 서울특별시 중랑구 신내동과 맞닿아있다. 구리는 조선시대 왕의 능이 9개 있는 동구릉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동구릉에서 검암산이 이어지고, 검암산의 가장 오른쪽에 나지막한 도당산이 마을을 내려다보는 형상으로 되어 있다.
과거 갈매동 지역은 구릉지대와 평지가 함께 분포되어 있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이곳 사람들의 생업은 논농사, 밭농사와 함께 사과ㆍ배나무를 주로 재배했던 농업이었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의 주신(主神)은 검암산의 산할아버지와 산할머니, 그리고 도당신이다. 이들 신은 마을의 안녕과 육축번식을 기원해주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이곳의 생업이 농업임을 생각하면 도당굿에서 이들 신을 모시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은 매년 음력 3월 2일과 3월 3일 양일간 이루어진다. 도당굿 전날인 3월 2일에는 산제사, 안반고사, 서낭거리가 이루어지고, 3월 3일에 본굿인 도당굿을 한다. 과거에는 3월 2일에 유가돌기와 우물고사도 했지만 마을이 개발되면서 이 둘의 전승이 끊겼다.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우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가돌기를 통해 과거에는 도당굿의 공간이 마을 전체로 확장되었지만 마을개발 이후 전수관과 당집을 중심으로 도당굿이 연행되고 있다.
당굿은 전수관과 당집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둘은 검암산 초입에 위치한다. 도당굿은 2009년 지은 전수관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전수관은 경기도 구리시 갈매로 순환로 72번지에 위치하고, 당집은 전수관 바로 아래에 있다. 당집의 형태는 콘크리트 벽으로 된 기와지붕을 얹은 것으로 크기는 세 평 정도이다. 전수관은 과거 도당굿을 하던 치성터이다.
도당굿의 대부분은 전수관에서 이루어지고, 뒷전 앞에 행하는 당대감거리만 당집에서 이루어진다.
산제사는 전수관에서 검암산으로 향하는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가 나오는데 그 왼편에 있는 신목 한 그루 앞에서 지낸다. 산제사를 위한 별도의 제단은 없다.
○ 음악적 특징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은 서울특별시 중랑구 신내동과 바로 맞닿아 있는 지역으로 행정 구역상 경기 북부에 속한다. 과거에는 경기북부와 서울굿을 담당하는 담당층이 달랐지만 현재는 동일하다. 따라서 서울과 경기북부는 현재 동일한 무속 음악권으로 묶이고, 구리 갈매동 도당굿을 포함하는 경기 북부의 굿음악은 서울굿 음악을 그대로 따른다.
기본적으로 서울ㆍ경기 북부는 강신무권에 속한다. 강신무권의 굿음악은 타악기가 중심이다. 그런데 서울굿의 경우 타악기와 함께 선율악기도 중요한 악기로 포함된다. 이로 인해 구리 갈매동 도당굿의 음악은 타악기인 장구와 제금에 선율악기인 피리, 대금, 해금 등이 함께 한다. 굿음악은 무당과 악사가 함께 연행한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에서 사용하는 장단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반염불, 굿거리, 당악, 허튼타령을 주로 사용한다. 이중에서 굿거리와 당악의 사용 빈도가 가장 높다. 다음으로 청배장단, 만수받이장단, 타령장단, 노랫가락장단을 특정한 부분에서 사용한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에서 사용되는 장단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길군악이다. 길군악은 본굿을 하기 전에 장문밟기를 하면서 쓰는 장단이다. 8박에 한 발자국씩 옮기면서 장문밟기를 하기 때문에 아주 느리게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청배장단인데, 〈부정청배〉와 〈가망청배〉에서 쓰인다. 무당이 앉아서 자장단으로 장구를 치면서 무가를 구송한다. 〈부정청배〉와 〈가망청배〉에서 청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거리에서 무당은 이날 굿에 모실 신격들을 나열한다.
세 번째는 휘몰이장단으로 〈부정청배〉 뒷부분에서 부정을 물리 때 쓰인다. 〈부정청배〉를 구송하던 무당이 빠른 장단으로 휘몰아치면 다른 무당이 물과 불로 굿판을 정화하는 의식을 한다. 휘몰이 장단은 뒷전에서 수비를 물려낼 때도 쓴다. 이를 볼 때 휘몰이 장단은 굿판에서 부정한 것을 물리는 역할을 하고, 굿거리가 끝났음을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네 번째는 노랫가락장단인데, 앞에 해당 신격의 이름을 붙여 상산노랫가락, 가망노랫가락이라고 한다. 노랫가락이 바쳐지는 신격에 따라 노랫가락의 이름이 달라지지만 음악적 짜임은 같다. 서울굿에서 비교적 상위의 신격에게 인간의 소망을 담아 부르는 것이 노랫가락이다.
노랫가락은 3장 형식의 노래가 사설을 달리하면서 반복된다. 각 장의 박자는 8·8·5·3/5·8·8·5·3/5·8·5·3인데, 초장과 중장은 호흡으로 염을 짓지만 종장에서는 염을 짓는 장단없이 바로 다음 초장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초장, 중장, 종장의 박이 다른 것처럼 들리게 하기 때문에 불규칙장단처럼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다섯 번째는 타령장단이다. 타령장단은 신이 인간에게 불러주는 것인데, 노랫가락을 받는 신은 타령을 부르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로 굿판에 모셔진 신이 흥이 나서 인간에게 복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섯 번째는 상산장단인데, 반염불장단이라고도 한다. 상산장단은 굿판의 용어이다. 갈매동 도당굿에서는 〈상산거리〉에서 상산신을 거상할 때 연주된다. 상산신은 갈매동 도당굿을 포함한 서울굿판에서 가장 중요한 신격이기 때문에 상산장단 역시 상산신의 신성성을 강조하는데 쓰인다고 볼 수 있다. 굿판에 온 사람들이 신격에게 인사하는 〈진작〉에서 상산장단이 쓰이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는 굿거리장단이다. 굿거리장단은 신이 오는 것을 춤으로 형상화하는 들이숙배나숙배를 할 때 쓰인다. 따라서 모든 굿거리의 앞부분에 쓰인다. 굿거리장단은 3소박 4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울굿의 기본장단이다. 기본장단인 만큼 3소박 4박이라는 기본구조만 지키면서 무당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주는 장단이기도 하다.
여덟 번째는 허튼타령장단으로 〈상산거리〉와 〈별상거리〉에서 쓰인이고, 별상장단이라고도 한다. 굿거리장단처럼 동일한 장단이 반복된다.
아홉 번째는 당악장단으로 갈매동 도당굿의 가장 기본적인 굿거리 음악이다. 개별 굿거리의 앞부분에서 무당이 도무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신격이 들어왔음을 알릴 때 연주되는 장단이다. 2소박 4박 구조로 도무하기에 적절하다.
열 번째는 만수받이장단으로 〈불사거리〉와 〈뒷전〉에서 쓰인다. 만수받이 장단도 3소박 4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굿거리장단과 구조가 같다.
열한 번째는 물림장단으로 전체 굿을 시작하기 전에 굿청을 정화하기 위해 쓰는 장단이다. 무당은 모든 사람들을 굿청 밖으로 물러나게 한 후 타악기인 장구와 제금을 쳐서 굿판을 정화한다.
다음은 선율적 구조인데, 갈매동 도당굿은 서울경기북부 굿음악에 포함되기 때문에 경기민요권의 선법적 특색인 경토리 선율이 많이 나타난다. 경토리의 특징인 주요음으로 솔(sol), 도(do), 미(mi)가 주를 보이고, 4도+장3도의 음구조를 지니면서 솔(sol)과 도(do)로 종지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은 음력 2월 1일 삼화주를 선정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3월 1일 새벽에 음력 3월 2일과 3일 중에서 한 날을 본굿 날짜로 택했는데, 주로 3일이 선정됐다. 본굿 전날에 우물고사를 하고 안반고사를 한 후 산제사를 서낭을 맞이한 다음 유가돌기를 했다. 현재는 3일로 당굿이 고정되었고, 삼화주 역시 고정되어 있어서 택일과 삼화주 선정을 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우물고사와 유가돌기도 하지 않는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의 일반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음력 3월2일에 안반고사와 산제사를 한 후 사낭맞이까지 마치면 3일날 본굿이 시작된다.
본굿은 당집아래 삼거리에서 장문밟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도당굿을 하게 된 내력을 문답하는 전갈받기를 한다. 전갈받기를 마치면 전수회관에서 본굿이 연행된다. 일반적으로 ‘부정청배-가망청배-진작-도당부군거리-불사거리-가망거리(말명-대신)-대안주(상산-별상-신장-대감)-가무감서기-제석거리-군웅거리-창부거리-계면거리-산할아버지거리-당대감거리-뒷전’의 순서로 연행된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은 전체적으로 서울굿 재수굿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도당굿만의 특징을 담고 있다. 도당굿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거리는 군웅거리, 산할아버지거리, 당대감거리이다. 군웅거리는 마을 밖으로 활을 쏘면서 마을의 액을 물리는 거리이다. 소머리 위에 삶은 닭을 꼿꼿하게 세운 군웅사실을 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갈매동 도당굿 외에 이웃한 봉화산 도당굿을 비롯한 중계동 도당굿과 공동골 도당굿에서도 이러한 군웅사실을 세운다. 다음으로 산할아버지거리에서 놋동이를 입에 물고 놋동이를 당기는 다른 곳과 달리 입에 소지를 물다가 잘 빠지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구리 갈매동 도당굿은 경기 북부의 대표적인 도당굿이다. 서울 인근의 다른 경기 지역과 달리 비교적 뒤늦은 시기인 2000년대에 마을이 개발되면서 비교적 최근까지 도당굿의 전승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을개발로 마을공동체가 해체되면서 토박이인 마을 일부만이 전승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관계로 전승의 기본적인 토대는 확보되어 있다. 특히 무악적인 측면에서 보면 서울굿 음악에 정통한 허용업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허용업은 서울굿의 명인들에게 정통적인 방법으로 국악을 배운 세대이다. 허용업의 아들인 허재훈도 허용업에게 음악을 배워 갈매동 도당굿에 참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갈매동 도당굿의 무악의 전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무형문화재(1995)
갈매동 도당굿 학술종합조사단,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도당굿 학술종합조사보고서 갈매동 도당굿』, 경기도 구리시, 1996. 김종대 외, 『구리시 갈매동 도당굿』, 민속원, 2010. 박은진, 「구리시 갈매동 도당굿에 대한 연구」, 대진대학교 석사논문, 2004. 송주현, 「허용업의 해금풍류 연구」, 한양대학교 석사논문, 2007. 정영은, 「허용업 〈취타〉ㆍ〈길군악〉의 해금가락 연구: 국악원, 김영재 가락과 비교를 통하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논문, 2020. 정혜경, 「서울 도당굿의 전승과 변화」, 중앙대학교 박사논문, 2021.
권선경(勸宣慶)